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예견되는 업계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산업이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발 음극재의 저가 공세가 매섭다. 업계 말을 빌리면 중국은 정도를 넘어섰다. 글로벌 점유율 1위부터 9위까지를 점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음극재를 ㎏당 5달러 밑으로 판매 중이다. 일부 기업은 ㎏당 2달러 후반대에도 팔고 있다. 사실상 덤핑 수준이다.
저가 공세에 국내 음극재 산업은 설 곳을 잃고 있다. 유일하게 글로벌 10위권에 있는 포스코퓨처엠의 설비 가동률은 최근 15%대로 떨어졌다. 음극재에 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 적용이 2년 유예된 것도 겹악재다. 동박, 전해질 등 기타 배터리 소재 업계도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음극재 업계는 FEOC 적용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2026년까지만이라도 한시적 지원책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다른 배터리 소재 업계도 보조금, 전기요금 지원, 시설 투자에 따른 공제액 직접환급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저가 공세에 대한 최소한의 방파제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 요지다.
정부도 올해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시설 투자를 늘리는 기업들에 저리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추가 시설 투자는커녕 흑자를 내기도 힘든 기업들에는 크게 와닿지 않는 지원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요소수 대란은 물류를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충격파로 돌아왔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쇠퇴도 소재 기업들만의 쇠퇴로 끝날 리 없다. 아랫단 생태계의 소멸은 윗단 생태계의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한국 배터리 생태계의 공멸을 막기 위한 마지막 키는 정부에 있다. 전기차 캐즘과 저가 공세라는 한파를 무사히 넘길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기대해본다.
[한재범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