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한 경쟁과 산업 혁신 사이에서 균형추를 잡아야 하는 공정위 고심이 담긴 한 수라고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번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것 같다.
구글 등 거대 플랫폼의 네트워크 잠식을 우려하는 쪽은 공정위의 해답이 충분치 않다고 비판한다. 당초 플랫폼법 도입 목적이었던 신속한 제재는 사전지정제 도입 무산으로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다. 중소 플랫폼과 입점 업체들의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내놓은 '임시중지명령'도 이미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적용 중이지만 실효성이 극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법 도입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업계는 여전히 이번 법개정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플랫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이제 막 커가는 중소 사업자가 '피터팬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공정위의 칼날이 글로벌 대형 플랫폼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품는다. 국내 기업에 대한 선택적 엄격함이 자칫 토종 플랫폼의 성장동력을 떨굴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수반하는 정책 도입 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정부 기관의 당연한 소양이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탕평'에 매몰돼 본래의 입법 취지와 효용 두 가지 모두 놓치는 분위기다. 주변 사람들의 핀잔을 모두 귀담아듣다가 결국 당나귀를 이고 갔던 부자(父子)와 같은 결말을 피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공정위의 뚝심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류영욱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