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신경없어 자각증상 미미
비흡연인 비중 30~40%
미세먼지·조리흄 등 영향
마스크 착용 생활화해야

폐암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폐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인데, 최근 들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린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폐암이란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인 폐에 악성종양이 생긴 것을 말한다. 폐를 구성하는 조직 자체에서 암세포가 생겨난 것을 원발성, 암세포가 다른 기관에서 생긴 뒤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폐로 옮겨와 증식한 경우는 전이성이라 부른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에 따라 소세포와 비소세포로 나뉜다. 암세포 크기가 작은 경우 소세포, 작지 않은 경우 비소세포라 부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암 환자 수는 2019년 10만371명에서 2023년 12만7950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환자 수가 2019년 6만3110명에서 7만7093명으로 약 22% 늘었고, 여성 환자 수는 같은 기간 3만7261명에서 5만857명으로 약 36% 증가했다.
폐암의 가장 큰 특징은 10대 암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국가 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암으로 사망한 환자 8만5271명(남성 5만2182명, 여성 3만3089명) 가운데 폐암 사망자는 1만8646명(남성 1만3698명, 여성 4948명)으로 전체 22%를 차지했다.
민주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폐에는 신경이 없어 암이 생겨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나마 흔한 증상으로는 체중감소와 기침, 호흡곤란, 흉통, 객혈 등이지만 그마저도 비흡연자의 경우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 증상이 발현된 경우는 이미 폐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흡연이 꼽힌다. 학계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가량 높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비흡연인 폐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 중 비흡연인 비율은 30~40%에 달한다. 비흡연인이란 평생 담배를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았거나 100개 미만의 담배를 피운 사람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인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간접흡연을 꼽는다. 담배를 직접 피우는 경우 필터를 통해 나쁜 성분을 밖으로 걸러내고 나머지를 흡입하지만, 비흡연자는 여과없이 모든 성분을 빨아들여 발암물질 등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음식 조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매연인 조리흄, 라돈이나 석면과 같은 유해물질, 스트레스, 가족력 등도 비흡연인 폐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민 전문의는 “최근 여성 환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흡연자 자체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조리흄이나 미세먼지 등 주변 환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폐암은 4기 이상 환자의 생존율이 8.9%에 불과할 만큼 치명률이 높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수술할 경우 완치될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조기에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전체 5~15%정도고 이들의 5년 후 생존율은 30%다.
전문가들은 자각증상만으로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보건당국은 만 55세 이상 성인 중 30년 넘게 매일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매년 저선량 흉부CT(컴퓨터단층촬영)를 권고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아도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섬유동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도 정기적으로 폐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박샘이나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저선량 흉부CT의 가장 큰 장점은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견이 어려운 3~5mm 크기의 작은 결절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심장, 혈관, 뼈 등에 가려진 부위까지 파악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흡연자라면 금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담배를 끊을 경우 약 5년째부터 폐암 발생위험이 감소한다. 10년이 지나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가량 줄고 15년정도 금연하면 비흡연자의 2배 수준으로 감소한다.

민 전문의는 “폐암 고위험군이 매년 검진을 실시한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평소 폐가 좋지 않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조리흄이 많은 음식을 조리할 시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