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이해하는 사람은 비트코인을 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판한다.
모든 사람은 비트코인에 반대하다가 찬성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카지노 게임 중 유일하게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
올해 6월, 유럽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창업자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비트코인의 21가지 법칙’ 이라는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원칙 몇 개 가져온 건데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이른바 비트코인 신봉론자인 그는 자신의 회사 MSTR 자체를 비트코인으로 만들어버렸죠. 무슨 얘기냐고요. 오늘 MSTR 얘기 좀 하면서 풀어보겠습니다.
한국시간으로 2024년 12월 5일 비트코인의 역사가 새겨졌습니다. 10만달러를 돌파한 건데요. 한화로 1억4154만원 정도죠.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10만달러 돌파까지 140% 넘게 가격이 올랐습니다. 불과 2022년말에만 해도 한화로 2000만원 초반대까지 밀렸으니, 2년도 채 안 돼 7배 가깝게 가격이 뛴 것입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어떨까요?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보다 더 수익률이 높습니다.
올해만 MSTR 주가는 433%가 올랐습니다. 연초 68달러에 그치던 주가가 12월 9일 기준 365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이미 11월말에 47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꽤 빠진 수준인데도 이미 높은 가격입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엔비디아,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함께 올 들어 뉴욕증시서 가장 많이 주가가 오른 3대장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소개하는데 왜 비트코인 가격을 얘기하느냐는 거죠.
전 세계서 가장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한 단일 회사가 바로 이 회사입니다. 펀드나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고객의 가상자산으로 보관하고 있는 기업들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입니다.
2020년부터 비트코인 매집을 시작한 회사는 현재 40만21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입니다. 현재 보유량만 시장에 풀린 전체 비트코인 1980만개의 2%가 넘습니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돌파했으니 이제는 평가액만 56조원이 넘게 됐네요.

MSTR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입니다. 기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뽑아 기업이 효율적으로 재고와 고객을 관리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죠.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도 접목해 소프트웨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비자, 힐튼호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알리안츠, 스탠더드차타드 등 주요 기업으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에 매출이 1억161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수준이었죠. 사실 본업은 현재 상태 유지만 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지금 주요 사업은 비트코인 매집, 회사 표현으로는 비트코인 개발입니다.
회사 정관에 이미 ‘비트코인 개발 기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세워두기도 했죠.
그런데 왜 갑자기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전략을 쓰느냐고요. 그게 궁금하잖아요. 이건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마이클 세일러가 비트코인 신봉론자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MSTR 창업자 세일러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세일러는 공군인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 여러 공군 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조종사’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1983년 입학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도 공군 ROTC 장학금을 받았죠.
항공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면서 조종사라는 꿈을 키웠으나 심장 관련 건강 이슈가 생기며 조종사의 꿈을 접습니다.
이후 1987년 컨설팅 업체인 페더럴그룹에서 일하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 업무를 맡았고요. 당시 대형 화학기업인 듀폰의 컨설턴트로 주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상황 등 시장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산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개발 능력이 뛰어났던 세일러는 듀폰의 신임을 듬뿍 받게 되고, 듀폰의 자금을 기반으로 1989년 24세의 나이에 MSTR을 창업합니다. MSTR은 1998년 6월 닷컴붐을 타고 나스닥에 상장했죠. 그는 이미 20대 중반에 수십억 달러를 쥔 자산가가 됐습니다.

사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2013년 말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생존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온라인 도박 같은 운명을 맞는 건 단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비난했죠.
그러나 2020년 8월부터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사모으기 시작합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강력한 믿음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했습니다.
세일러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뉴욕 증시의 주가 폭락 사태가 이어지자 당분간 경제 암흑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자신이 보유했던 각종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죠.
그런데 정부와 연방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3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것을 목격한 겁니다.
이때 그는 정부가 언제라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나 현금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띄울 수 있다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낀듯합니다. 영상 첫부분에 소개한 세일러의 ‘비트코인의 21가지 원칙’에서 7번째 원칙은 “우주에서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만이 유일하다”입니다.
한 국가의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정부는 은행과 증권 계좌를 동결시킬 수 있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증권 계좌에 있는 달러 베이스의 미국 주식도 동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진정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세일러는 전투적으로 비트코인 매집을 하기 시작합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이른바 ‘빚투’로 비트코인을 사 모읍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남는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가 이후에는 싼 이자 비용으로 돈을 빌려 비트코인을 사기 시작했죠. 심지어 이자 보상은 시중금리보다 낮지만, 채권 만기 시점에 채권자가 현금이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어떻게든 현금을 확보해 비트코인을 사모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죠.
2020년 첫 매집을 시작한 이후 몇 개월만인 12월 전환사채를 판매해 6억5000만 달러 현금을 마련했고, 불과 열흘 만에 이 돈을 모두 투입해 비트코인 2만9646개를 사들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는 앞으로 3년에 걸쳐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420억달러(약 59조원)를 조달하고 조달한 자금은 모두 비트코인을 매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MSTR이 곧 비트코인 그 자체가 됐습니다.
전 세계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들고 있으니까요. 트럼프 당선인 체제 이후 가상자산 세계에 훈풍이 부는 지금 MSTR의 비트코인 매수 소식이 곧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됩니다.
지난 11월에도 무려 54억달러(약 7조5800억원)를 투자해 비트코인 5만5500개를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주가가 폭등했죠.
MSTR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BTC Yield’ 라는 지표도 처음 내놨습니다. 이게 특이한 건데, 이른바 비트코인 핵심성과지표라는 것인데요.
특정한 기간을 두고 회사가 획득한 비트코인 수와 같은 기간동안 보통주가 얼마나 늘었는지 비율을 따져 측정하는 겁니다. 더 적은 보통주를 발행해서 얼마나 더 많은 비트코인을 획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겁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을 수시로 매집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죠.
세일러는 ‘비트코인의 변동성과 제한된 공급량’ 때문에 비트코인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금과 은 같은 전통 자산보다 높은 변동성과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이야말로 역사상 최초로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제한된 상품’ 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일러의 발언을 보면 그가 얼마나 비트코인을 굳건히 믿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일러는 2020년에 “비트코인은 지혜의 여신을 모시는 사이버 말벌집단이다. 진실의 불을 먹고 생존하며 암호화된 에너지로 이뤄진 벽 뒤에서 더욱 똑똑해지고, 빨라지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죠.
2021년에는 “비트코인을 발견했을 때 나는 이것을 ‘디지털 금’ 이라고 생각했고, 100배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가능한 한 빨리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죠.
2023년 2월부터는 생성형AI를 활용해 자신을 의사, 암벽 등반가, 대통령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든 이미지를 500개가 넘게 자신의 X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미지들에는 ‘너의 세상을 바꿔라’ 등 메시지를 담아 비트코인 강세를 낙관하는 문구와 이미지를 넣는 겁니다.


여기저기 가상자산 컨퍼런스 연단과 인터뷰에 나서 비트코인만이 미래라고 외치죠. 비트코인의 가격과 MSTR 주가를 더 강력하게 연동시키는 과정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했습니다.
2025년에는 비트코인이 20만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MSTR의 목표주가도 기존 29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렸습니다.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은 규제 완화와 미국 정부의 지원, 제도적 채택, 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인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위험 및 재정 부채 등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강세장에 있다”면서 “MSTR이 비트코인과 자석이라고 불릴만하다”고 강조했죠.
비트코인 가격은 언제라도 급락할 수 있고, 그러면 MSTR 주가도 속절없이 하락할 것이라 관측하는 분들도 있죠.
캐피털 어드바이저 제프 월은 비트코인 가격이 80% 폭락해도 MSTR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를 냈습니다. 10만달러의 비트코인이 2만달러까지 떨어져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월튼은 “비트코인 가격이 1만8826달러(약 2600만원)까지 떨어져야 MSTR의 자산이 부채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가상자산 업황이 현재보다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동의하시나요? 이견이 없다면 비트코인의 자석과 같다고 평가받는 MSTR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인생을 비트코인에 건 한 회사의 실험 결과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