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세계 각국에 투하한 '관세 폭탄'이 미국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주가(S&P500)가 3일부터 나흘 새 12%가량 급락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 국채와 달러화를 내다 파는 투매 조짐까지 일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7일 연 3.86%에서 이틀 만에 4.5%까지 급등한 것은 미 국채에 대한 광범위한 매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 역시 11일 장중 한때 100 밑으로 밀렸다. 이는 2023년 7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달러화와 미 국채의 글로벌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대해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문제 많은 신흥시장처럼 대우를 받고 있다"고 평했다. 글로벌 위기를 부추기고 있으니 시장의 신뢰가 떨어진 결과 아니겠나.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이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미 국채위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작년 말 기준 35조4600억달러에 이른다. 연간 이자만 1조1300억달러다. 그런데도 미 국채와 달러화가 안전자산 역할을 한 것은 독립된 중앙은행과 민주 정부가 그 가치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그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불안 요인이다. 달러화나 미 국채를 대신할 안전자산이 없는 상황에서 두 자산의 신뢰가 흔들리면, 투자자들이 '현금 보유'로 내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의해 유발된 심각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가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한 것은 다행이지만, 언제 그가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은 지금 '미국발 리스크'에 대비한 시스템 점검에 착수해야 한다. 외환보유액과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경제주체마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절박한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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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자산 지위 흔들리는 美달러·국채 … 심상찮은 위기 징조 [사설]
- 입력 :
- 2025-04-11 17: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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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주가와 달러화, 미 국채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신흥시장처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하며,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한국은 미국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외환 보유액과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협상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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