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확산하고 있다.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은 56곳으로, 전체 4년제 대학과 교육대 총 199곳의 28.1%에 달한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 대학 수(25곳)를 이미 넘어섰다.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권고가 무색해진 셈인데, 이제 대학에 등록금 결정권을 돌려줄 때가 됐다.
정부는 2009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등과 연계해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왔다. 그 결과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2023년 기준 연간 679만원으로 영어 유치원비(1452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 됐다. 대학 재정난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의 유능한 교수를 초빙하려 해도 낮은 연봉이 걸림돌이 됐고, 낡은 시설이나 실습 장비조차 교체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돈 되는 프로젝트나 정부 예산 따내기에 매달려 강의와 교육은 뒷전인 교수들도 속출했다. 대학 실습실이 고등학교 실습실보다 못하고, 기자재가 없어 실습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첨단기술 경쟁을 벌일 인재를 키워낼 수 있겠나.
'딥시크 쇼크'로 불리는 중국 AI 굴기를 이끈 인재 대부분이 중국에서 교육받고 경력을 쌓은 토종 인재들이라고 한다. 우리도 국가의 존망이 달린 대학 교육의 질 추락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대학들은 인상한 등록금을 교육환경 개선과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에 쓰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근본적인 해법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한계에 봉착한 등록금 규제 대신 공교육비 재분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6% 수준에 불과한 반면 초중고생 공교육비는 평균을 웃도는 불균형만 바로잡아도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대학들도 쌓아둔 적립금 활용 방안을 찾고,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등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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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등록금 줄인상…인재 키울 투자로 이어져야 [사설]
- 입력 :
- 2025-02-02 17:24:43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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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사립대들을 중심으로 한 등록금 인상이 올해 56곳에서 결정되어 전체 4년제 대학 중 28.1%에 해당하며, 이는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치다.
등록금 동결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학 재정난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고, 교수 초빙과 시설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들은 인상된 등록금을 교육환경 개선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정부는 공교육비 재분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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