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8명 재판관 의견이 4대4로 갈린 끝에 파면 결정에 필요한 6인 이상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탄핵 기각 의견을 낸 4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보수 혹은 중도 성향 재판관들인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 또는 더불어민주당 지명을 받았거나 평소 진보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탄핵 의견을 냈다. 재판관의 정치색에 따라 판단이 정확히 둘로 쪼개진 양상인데 헌법재판관이 법보다 당파를 우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방통위 법규상 '재적위원'을 의결 시점에 적(籍)을 둔 위원으로 볼 것인지, 방통위원 정원 전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었다. 탄핵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전자의 해석에 따라 이진숙 위원장 등 2명이 행한 이사 선임이 적법하다고 봤고 탄핵 의견 재판관들은 5명 정원설에 근거해 불법이라고 봤다. 이런 이견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적위원을 잘못 적용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의견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설령 법에 위반된다고 보더라도 의결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말대로 탄핵에 이르려면 중대한 법률적 위반이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관들마저 해석이 반반 갈린 '재적위원' 해석 중 한쪽을 택한 것이 중대한 법 위반인가. 공교롭게도 야 성향 재판관들만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주장한다.
이 판결이 나오기까지 5개월이 넘게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9건의 탄핵 심판이 지금 진행 또는 대기 중이다. 윤 대통령 정도를 빼면 과연 탄핵 사안이 되는지 자체가 논란인 사건이 대부분이다. 상식과 법리만으로 판단한다 했을 때 오래 끌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사건들이다. 그렇지 않고 헌법재판관이 자신을 임명한 정치 세력을 의식하다 보면 재판 진행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재판관들도 의견이 갈리는 문구 해석을 두고 '중대한 법 위반'을 주장하는 모순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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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진숙 늑장 탄핵 기각, 尹 빼고도 아직 8명 더 남았다 [사설]
- 입력 :
- 2025-01-23 17: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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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며 재판관 8명의 의견이 4대4로 갈린 결과, 필요한 6인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탄핵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법규상 모든 방통위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탄핵 주장 측은 재적위원에 해당하는 인원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판결은 정당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이 정치적 영향에 의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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