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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애경산업 뒤이을 매물은 어디?

문지민 기자
입력 : 
2025-04-25 21:00:00
수정 : 
2025-04-25 23: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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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서 몸값 높이는 K뷰티
글로벌 브랜드 M&A 선결 조건은

높아진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국내 뷰티 기업이 향후 해외 브랜드를 품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해외 유통 채널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수·합병(M&A)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수 후 통합(PMI)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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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인수 후보 PEF 물망

거래 당사자 가격 눈높이 좁혀야

최근 M&A 시장에서 K뷰티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에는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화장품 회사가 성장세를 보이는 중소형 브랜드를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다이글로벌이 지난해 스킨1004를 보유한 크레이버와 티르티르 등을 인수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또는 글로벌 뷰티 기업이 국산 브랜드를 인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도 로레알이 닥터지 운영사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재무적투자자(FI) 관심은 비교적 떨어졌다. 2010년대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했으나, 이후 실적이 주저앉으며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기피하는 분야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M&A 자문사 MMP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M&A 건수는 18건에 달한다.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수치다. 2023년 이후로 확대하면 2년간 M&A 건수는 약 30건에 육박한다. 거래 규모는 15억9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2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특히 최근 PEF의 거래가 두드러진다. 2023년 6월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 인수를 시작으로 칼립스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의 서린컴퍼니 인수,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삼화 인수, 케이엘앤파트너스의 조선미녀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신생 PEF 행보도 눈에 띈다. 더함파트너스가 구다이글로벌과 손잡고 티르티르를 품은 데 이어 광동제약과 케이디인베스트먼트가 함께 데이지크를 인수했다. 글로벌 PEF 모건스탠리PE까지 최근 스킨이데아를 인수하는 등 국내외 PEF 시장에서 K뷰티를 향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에는 애경그룹의 캐시카우 애경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다.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데다 제조 역량을 갖춘 화장품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이 이어진다. 애경그룹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애경그룹 측은 애경산업 매각가로 약 6000억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수 PEF가 예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글랜우드PE·JKL파트너스·한국투자파트너스PE본부 등이다. 일각에서는 에이블씨엔씨를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는 IMM PE도 인수 후보로 꼽지만, IMM PE는 상장사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가격이다. 애경그룹 측이 바라는 몸값과 PEF가 평가하는 기업가치의 간격이 크다는 후문이다. 4월 16일 종가 기준 애경산업 시가총액은 3550억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60% 지분가치는 2100억원 정도다. 시가총액의 약 20~30%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붙는다고 해도 적정 가격은 최대 3200억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상장사를 인수할 경우 시가총액보다 높게 인수하면 차액만큼 손실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가 가격을 크게 높이기 부담스러운 구조다.

몇몇 PEF가 애경산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 상황이지만, 애경그룹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 인수 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낮은 글로벌 부문을 보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면 M&A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글랜우드PE를 비롯해 일부 PEF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수 후 단기간에 주가를 띄울 자신이 없다면 매각 측이 제시하는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출자자(LP)들도 M&A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라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뷰티 유통망·마케팅 약점

M&A 통해 활로 모색 가능

애경산업뿐 아니라 언제든 K뷰티 M&A가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그만큼 이익을 내며 빠르게 성장 중인 브랜드가 많다는 뜻이다. 자금력이 받쳐주는 전략적투자자(SI)나 FI 입장에서 국내 인디 브랜드만 한 매물을 찾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남상욱 딜로이트안진 전략·재무자문본부장은 “경쟁력을 회복한 K뷰티 산업은 올해도 여전히 활발한 M&A 거래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 매각이 거론되는 화장품 기업은 달바글로벌·피코스텍·엔코스·클래시스·화성코스메틱·지디케이화장품 등이 있다.

다만 국내 뷰티 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는 사례는 가까운 시일 내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 후 시너지를 극대화할 만한 역량까지 갖춘 국내 기업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화장품 그룹이 국내 브랜드를 인수한 사례는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조짐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현재는 K뷰티라는 브랜드 파워 덕분에 해외에서 통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글로벌 성장 측면에서 K뷰티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수출 확장을 이뤄내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향성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M&A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도 되짚어볼 만한 사례로 지목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1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구딸을 인수했지만, 니치 향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해외법인의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인터퍼퓸에 매각을 결정했다. 향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야심 차게 인수하며 공을 들였지만, 결국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하며 글로벌 브랜드 M&A 실패 사례가 됐다.

전문가들은 PMI 역량이 완벽히 뒷받침돼야 글로벌 M&A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M&A 시 브랜드 정체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기존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인수 후 독립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문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본사와 기존 브랜드 간 의사결정 방식과 속도도 다를 것”이라며 “인수 후 어떻게 브랜드를 통합하고 관리하느냐가 M&A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M&A에 나선다면, 가장 꼼꼼히 확인해야 할 부분은 유통망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신설하기보다 현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인수하면 더욱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인수한 브랜드를 통해 기존 보유한 브랜드를 동시에 키우는 전략도 가능하다. 여기에 회사가 비교적 약하다고 판단되는 카테고리를 강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로레알은 해당 국가에서 점유율이 견고한 브랜드 위주로 M&A를 진행해 인수 직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다”며 “글로벌 M&A를 검토하는 국내 기업 역시 미국 로컬 브랜드 인수를 통해 아마존이나 울타 등 유통 채널 진출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디지털 특화형 브랜드 인수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국내 기업이 글로벌 M&A를 검토할 수 있는 유력한 분야로는 스킨케어가 꼽힌다. “한국 대부분 브랜드가 가장 잘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스킨케어다.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M&A 후 이식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 또한 감성이 중시되는 색조와 향수 영역에 비해 스킨케어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중요한 편이다. 아무래도 외국인과 협업을 생각하면 감성이 중요한 영역일수록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스킨케어가 더욱 안전한 선택지라고 판단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6호 (2025.04.23~2025.04.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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