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성공방정식
1. 압도적인 점유율
MAU 1900만명…플랫폼 효과 톡톡
토스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압도적인 사용자 수다. 2024년 말 기준 MAU는 1900만명으로 ‘레거시(legacy) 금융’을 압도한다.
토스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사용자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적극 실시해왔다.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한 때가 적잖았다. 토스가 무리하면서도 사용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회사 특성과 관련이 깊다. 우선 토스가 속한 금융업은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이다. 창업 초창기, 간편송금 서비스 도입을 설득하기 위해 토스 경영진이 은행권 관계자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쓴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기존 금융사들이 토스를 무시하지 않게 만들려면 덩치를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실제로 간편송금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할 때부터 토스는 본격적인 ‘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단순 금융 앱이 아닌 플랫폼이란 점도 사용자 확보에 목매는 이유다. 플랫폼 서비스는 사용자가 많은 1등만이 남는다. 시장을 선점하고 1등 서비스로 발돋움하는 게 필수다. 토스는 창업 초기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강력한 서비스를 가진 사업자들과 간편송금 시장을 두고 싸워야 했다. 이들에게 밀려 사라지지 않으려면 ‘개미군단’ 확보가 필수였다.
2019년 내놓은 ‘무제한 무료송금’ 정책은 토스의 절박함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당시 카카오페이가 토스와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자, 토스는 월 10회 무료였던 간편송금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바꿨다. 연간 40억~50억원의 은행 결제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토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용자 확보로 얻는 실익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간편송금 서비스는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토스는 이용자 데이터 확보, 추후 사업과의 연계 등이 중요하다고 봤고 무제한 무료로 정책을 바꿨다. 이렇게 확보한 사용자가 결국 토스뱅크, 토스증권의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면 대단히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2. 인재 유치에 ‘진심’
높은 보상과 자율권 부여
“최대 1억원의 사이닝 보너스와 전 회사 연봉의 1.5배 지급.”
2019년 토스가 경력직 채용 제도를 개편하며 내건 보상 체계다. 당시 토스는 보험, 증권, 은행 등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던 시기였다. 간편송금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였지만, 나머지 사업은 후발 주자였다. 은행업은, 기존 대형·지방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과도 경쟁을 벌여야 했다. 증권과 보험 역시 이미 기존에 탄탄히 자리 잡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점유율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 업계 최고 인재들을 불러모으지 않으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토스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성과 보수는 물론, 업무 환경도 최고 인재에 걸맞은 파격 대우가 필요했다. ‘유능한 사람을 채용하고, 무한대의 자율을 부여한다’는 채용 기준을 만들고 인재 모으기에 돌입했다. 2019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최대 1억원의 보너스 또는 스톡옵션, 전 회사 연봉의 1.5배 지급 등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재를 추천한 사내 직원에게는 50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했다.

동시에 근속 연수를 올리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자율 출퇴근제, 사용에 제한이 없는 원격근무제, 별도 승인 없는 휴가 무제한 사용, 개인 성과 평가가 없는 회사 전체 목표 달성에 따른 전 구성원 동일 비율 인센티브 지급 등 파격적인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금융권과 IT 업계에서 지원자가 쏟아졌다. 2020년 3년 이하 개발자 공채에선 접수 사흘 만에 3000명이 몰렸고, 2021년 개발자 공채에서는 5000명이 지원했다. 이승건 대표는 “최고 수준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에게 높은 자율성과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토스의 조직문화”라고 강조했다.
3. 국내 최고의 슈퍼앱
한 번 입장하면 은행·증권 등 ‘ok’
앱 한곳에서 송금부터, 자산 조회, 보험·증권·은행·카드 등 금융 업무까지 처리하는 앱이 ‘슈퍼앱’이다. 과거 금융권은 서비스에 따라 앱이 다른 ‘멀티앱’ 전략을 구사해왔다. 앱 한곳에 서비스를 몰아넣으면, 앱 속도가 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은 매번 다른 앱에 접속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이때, 금융권 최초로 슈퍼앱을 들고나온 곳이 토스다. 토스는 토스뱅크를 만들 때, 별도 앱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토스 앱 내 연동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몰려 앱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IT 개발 역량을 동원해 많은 서비스를 탑재해도 원활히 돌아가는 서비스 구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결제 대행, 증권, 보험 등 서비스를 확장하며 한 앱에 각종 서비스를 넣는 슈퍼앱을 만들어갔다. 다른 금융 앱과 차별화 전략을 꾀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하나만 깔면 모든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앱 등장에 사용자는 환호했다. 이후 멀티앱 전략을 구사하던 다른 은행도 일제히 토스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이후로는 사실상 대다수 금융사가 모두 슈퍼앱을 사용하는 상황이 됐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없었다면, 현재 금융 앱 UI(User Interface) 대부분이 과거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모바일 금융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 데 토스가 공헌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금융인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4. 파격적인 금융 서비스
‘이자 먼저 받기’ ‘연 2% 상품’ 혁신
토스는 금융업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회사였다. 간편송금을 제외하면 후발 주자로서 점유율을 이미 놓쳤다. 자금력, 운영 노하우 등도 타 금융사에 비하면 부족했다.
이때, 토스는 ‘파격 상품’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금융사라면 시도조차 못할 상품을 내놓은 것. 보수적인 금융권이 신상품을 내놓는 데 소극적이란 점을 감안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상품을 내놔 토스의 이름을 알리고, 소비자를 모으는 정책을 시도했다.
일례로 토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가입 기간이나 예치 금액 등 아무런 제한 없이 수시입출금 통장 하나에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신 상품을 내놨다. 이를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 은행이 주는 날짜에 받을 수 있는 이자를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선이자 지급 상품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를 연달아 내놨다. 이외에도 가입과 동시에 이자를 지급하는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모임원 누구라면 출금, 결제가 가능한 ‘토스뱅크 모임통장’ 등 상품을 계속 선보였다.
파격적인 정책은 곧 압도적인 성공으로 돌아왔다.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의 경우 판매 시작 한 달여 만에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일주일 만에 계좌 개설 수 7만좌를 넘어섰다. 혁신 금융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토스뱅크는 출범 3년 만인 2024년, 흑자로 전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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