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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시아 '임상 동맹' 맺어 … 신약개발 속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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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에서 신약 개발의 최대 난제는 임상시험으로, 개발 기간의 절반 이상이 소요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한 임상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아시아 통합 임상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확대가 한국의 바이오 산업 고부가가치 전환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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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패권경쟁
최고수준 임상 인프라 활용
韓서 통과하면 亞서도 인정
"경주 APEC 회의서 제안을"
디지털 융합 바이오산업 유망
혁신기술 규제 미리 정비를
정부 R&D재정지원도 늘려야
◆ 국민보고대회 ◆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바이오 패권경쟁'을 주제로 열린 제35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K바이오 필승 전략을 경청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호영 기자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바이오 패권경쟁'을 주제로 열린 제35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K바이오 필승 전략을 경청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호영 기자
바이오산업 판도를 바꿀 신약 개발 과정의 최대 난제는 임상시험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 1개를 개발하기까지는 10~1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체 개발 기간의 절반 이상(6~9년)이 임상시험을 하는 데 들어간다.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를 줄이는 게 필수인 셈이다.

한국의 임상 인프라스트럭처는 아시아 1위다. 임상을 진행할 때 필요한 의료 데이터와 병원 수, 의사의 질, 첨단장비 도입률이 그만큼 좋다. 19일 글로벌 컨설팅사 PwC·Strategy&가 아시아 임상 환경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평점 74점으로 일본(72점), 중국(51점), 인도(36점) 등을 제치고 가장 우수한 수준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5차 국민보고대회에서 한국이 이 같은 강점을 활용해 아시아 통합 임상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전격 제안했다.

한국이 각국과 상호 임상 협정을 체결해 국내에서 인정된 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바이오 원아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창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이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때 맨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인정받은 임상 단계부터 과정을 밟으면 된다. 신약 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임상 기간을 크게 단축하자는 구상이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바이오 원아시아를 제안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APEC 의장국인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가 공동 임상을 벌일 수 있는 협력 토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미래 질병을 예방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이병건 지아이바이오 회장은 "임상 1·2상까지만 진행해도 안정성 여부는 어느 정도 검증된다"며 "한국에서 1·2상까지 허가받은 부분을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거나 혹은 간단한 임상만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국가 간 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에서 협약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세계는 잘 만든 신약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됐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가 만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316억달러다. 올해 대한민국 무역흑자 전망치(487억달러)의 65%에 달하는 돈을 단일 의약품으로 벌어들이는 셈이다.

PwC·Strategy&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유럽은 36개, 미국은 34개 블록버스터 신약을 갖고 있다. 일본(3개)과 중국(1개)도 산업 판도를 바꿀 의약품을 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단 한 개의 블록버스터 신약도 보유하지 못했다.

정부가 파격 지원에 나서 기업 투자 마중물을 붓고 종전 복제약(바이오시밀러·제네릭) 위주 생산 체제에서 대박 신약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바이오와 인공장기(오가노이드) 신약 부문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 김덕호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 교수는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에 기회가 있다"며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려 혁신 연구를 더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명 특허청 심사관은 "글로벌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디지털 융합 바이오 기술과 유전자 치료제가 향후 5~10년 내 유망 분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았다"며 "혁신 기술에 대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국내 빅5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 간 'AI 메디컬랩'을 구축해 의료 사업화 메카로 키우자는 제안도 내놨다. 병원 진료 과정에서 수요가 확인된 분야를 기업에 전달하고 기업이 만든 제품은 임상 현장에서 검증받으며 완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는 미국 최고 병원인 메이오클리닉이 시행하고 있는 모델에서 착안했다. 메이오클리닉은 환자 3250만명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후 진료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한다. 확보한 데이터를 사업화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의료진은 임상 경험으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외부 투자를 받는데 연간 기술이전 수입만 1조원이 넘는다. 김민지 크로스보더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이 빠른 추격 능력을 갖췄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밸류체인을 관리하는 경험은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전 자문과 네트워킹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황인혁 지식부장(부국장) / 김정환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지희 기자 / 김희수 기자 / 이유진 기자 / 오대석 기자 / 김유신 기자 / 진영화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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