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당국과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설 연휴 직후인 오는 31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은 0.20%포인트, 전세자금대출은 0.01∼0.29%포인트, 신용대출은 0.23%포인트 가산금리가 내려간다.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04%포인트 낮춘다. 지난 24일 기준 연 3.86∼5.26% 수준인 국민은행 고정금리(혼합·주기형) 가계대출 금리는 연 3.82∼5.22%로 내려간다.

앞서 신한은행도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렸다. SC제일은행은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올려 사실상 대출금리를 0.1%포인트 내렸다. IBK기업은행도 대면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영업점장이 재량으로 깎아 줄 수 있는 금리의 폭을 상품에 따라 기존 수준보다 최대 0.4%포인트 키웠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 효과를 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16일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에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규정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에 나서는 등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NH농협은행과 케이뱅크 등은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