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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 규제지역 눈여겨봐야...9억 이하 중저가·준신축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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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서울도 꺾였다”...집값 좌우할 변수 5 [스페셜리포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분상제’ 규제지역 눈여겨봐야

9억 이하 중저가·준신축 ‘틈새’

물론 내집마련 전략은 동원 가능한 자금과 무주택, 1주택, 다주택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청약, 매매, 경매 등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열어두라고 입을 모은다. 선호도 높은 신축 아파트를 취득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청약이지만 희박한 당첨 확률에 승부를 거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취지다. 청약과 급매물 매수, 경매 등 ‘투트랙’ ‘쓰리트랙’ 전략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우선 자금이 넉넉한 실수요자라면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이가 큰 지역, 즉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 청약에 도전해봄직하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 분양가를 땅값, 건축비 등을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가 있지만 적잖은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주로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다. 올해 분양 예정인 대표 단지로는 ▲송파구 ‘잠실르엘(1910가구 중 241가구 일반분양)’ ▲서초구 ‘아크로드서초(1161가구 중 88가구)’ ▲서초구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5002가구 중 2450가구)’ ▲서초구 ‘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 중 505가구)’ ▲서초구 ‘반포더샵오퍼스21(251가구 중 78가구)’ 등이 꼽힌다. 이들 단지는 당첨 가점이 70~75점대가 될 전망이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이 넉넉한 단지는 잠실르엘,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다.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한 ‘잠실르엘’은 최고 35층, 13개동, 총 1865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84~145㎡ 중대형 면적은 모두 조합원에게 배정됐고 그보다 작은 소형 평형 21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올 예정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5000만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포주공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는 일반분양 물량만 2000가구가 넘을 전망이라 상대적으로 당첨 확률이 높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붙어 있는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한강뷰가 가능한 초대형 단지다.

장기간 자금을 묶어둘 여력이 된다면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자금 사정에 따라 강남구 압구정, 송파구 잠실, 용산구 동부이촌동,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을 재건축 투자처로 추천했다.

‘대한민국 원조 부촌’ 압구정동에서는 4개 노후 아파트가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한강변에 69~70층 초고층 단지가 들어선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3㎡당 1억원 이상 아파트는 34개 단지인데, 여기에는 압구정 노후 아파트 19곳이 포함돼 있다. 또 상위 10곳 중 7곳이 압구정 단지일 정도로 국내 최고가 단지에 압구정 아파트가 대거 포진해 있다.

압구정 6개 구역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2구역(현대9·11·12차)이다. 빠르면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1~7·10·13·14차, 대림빌라트로 이뤄진 3구역은 최고 70층, 50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전용 196㎡(9층)가 지난해 7월 90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과거 재건축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에는 사업이 탄력을 받아 기대를 모으는 곳”이라며 “강남구면서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입지, 한강 조망권, ‘원조 부촌’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재건축 후 잠재 가치가 무섭게 오를 곳”이라고 평가했다.

잠실 일대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잠실진주를 재건축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가 분양 흥행몰이에 성공한 데 이어 다른 중층 단지들도 재건축 본궤도에 올랐다.

가장 주목받는 단지는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을 기준으로 각각 동서쪽에 자리한 대단지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1·2·3차’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장미1·2·3차는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잠실장미는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잠실권역 아파트값을 이끌 리딩 단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을 건너 용산구 동부이촌동으로 넘어오면 재건축 단지인 ‘한강맨션’과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를 추천한 전문가가 다수다. 1979년 준공된 한강맨션은 5층 높이, 23개동, 660가구 규모다. 저층인 데다 용적률이 155%에 불과해 사업성이 뛰어나다. 또한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가깝고, 여의도 접근성이 좋아 알짜배기 입지로 꼽힌다.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된 신동아아파트도 지상 50층 내외 아파트 1840가구 규모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남권임에도 압구정, 반포, 방배 같은 주요 인기 지역과 달리 고점보다 시세가 어느 정도 내려 있는 곳도 고려해볼 수 있는 추천 지역이다.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올림픽훼밀리타운’ ‘오금현대’와 강남구 ‘개포우성6차’가 추천 단지로 꼽혔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이들 단지는 전셋값이 여전히 강세인 지역들로 올 하반기가 지나고 나면 인기 상급지와 벌어진 시세 갭을 메울 수 있는 곳들”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자금 여력만 충분하다면 신축이든 구축이든 서울 강남권, 용산 한강변 입지가 최고 선택지다. 다만 이들 아파트는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졌던 2023년 말~2024년 초가 투자 적기였고 이후 가격이 큰 폭으로 뛴 상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라면 9억원 이하 중저가, 준공 5~10년의 준신축 아파트를 눈여겨봄직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격만 맞는다고 무조건 구매에 나서지 말고 규모가 최소 500가구 이상인,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면서 어느 정도 개발 호재를 기대해볼 수 있는 단지 위주로 선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능하면 서울 출퇴근이 용이하면서 재건축 이슈가 있는 수도권 1기 신도시까지 눈을 넓히면 좋다”고 덧붙인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조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체적으로 강서구 방화동 ‘방화5단지’, 노원구 월계동 ‘월계삼호4차’, 안양 호계동 ‘목련마을우성3단지’, 일산 ‘문촌마을신우’,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현대’ 등이 추천 대상에 올랐다.

방화5단지는 지하철 5호선 방화역 바로 앞에 있는 초역세권 입지로 지하철을 이용해 여의도, 마포, 공덕, 광화문 등 주요 업무 지구로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어 직장인 수요가 꾸준하다. 월계삼호4차는 광운대역 물류 부지 개발 사업(서울원아이파크)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개통이 2028년 말께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수혜가 예상되는 단지다.

다만 정부 대출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만큼 무리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본인 자금 여력을 살펴보고 대출 비중을 최소화해 실수요 위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흐름을 살펴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 역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총 13명, 가나다순)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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