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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자산 多 W세대, 일하고 돈 굴려라 [에이징코리아, ‘개인’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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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살아남는 법
40대부터 재취업 준비…‘현금’ 만들어야

초고령사회 생존을 위해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돈’이다.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퇴직 시점은 앞당겨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서는 ‘일자리’와 ‘재테크’가 필수다. 젊었을 때와는 접근법이 분명 달라야 한다. 본인 경력과 나이에 맞는 일자리와 취업 재교육, 그리고 노후를 대비한 맞춤형 재테크가 중요하다.

1955년부터 1974년 사이 출생한 ‘W세대’는 특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Wisdom) 수준이 높고 보유 자산(Wealth)이 많으며 건강관리 등 웰빙(Well-being)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세대를 말한다. 과거 세대와 달리 본인이 보유한 충분한 교육 수준과 자산을 기반 삼아 인생 2막 전략 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1. W세대가 계속 일하는 법

49.4세.

지난해 기준 국내 장년층 취업 경험자가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이다. ‘60세 정년’이 법으로 정해졌지만 그보다 10년 일찍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다. 시니어 고용 체계가 안착되려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발굴을 넘어 ‘4050 중장년 계속 고용’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퇴직 후 이직, 또는 업종 전환을 꿈꾸는 시니어가 많지만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여러 시니어 일자리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상담을 받아보고 나면 본인과 맞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확실히 많아진다”는 것이 관계자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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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시니어 취업…어디서부터?

민관 지원 시니어 프로그램 활용해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대표적인 중장년 고용 지원 기관이다. 40세부터 65세까지 중장년을 대상으로, 재단과 협력 관계에 있는 약 400개 기업과 함께 다양한 취업 지원 정책을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4050 직업 훈련’은 채용 수요를 확정한 기업과 함께 해당 직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연계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약국사무원·스마트폰활용지도사·승강기유지보수인력 등 14개 과정을 시작으로 1320명을 순차 모집하기로 했다.

3개월 인턴으로 새 직무 경험을 쌓고 채용 전환까지 노릴 수 있는 ‘4050 인턴십’, 기업과 중장년 구직자를 연결하는 ‘채용 설명회’와 ‘일자리 박람회’도 있다.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한 ‘취업 컨설팅’ 사업도 한다. 컨설턴트가 지원자에게 일대일로 붙어, 적합한 기업 추천부터 이력서 작성·면접 준비까지 입사 지원 전 과정을 도와준다.

성과도 있다. 지난해 4050 인턴십에 참여한 418명 중 216명이 인턴을 넘어 새 일자리를 얻었다. 총 178명이 인턴으로 근무했던 기업에 취업할 만큼 연계율이 높다. 4050 직무훈련을 수료한 929명 중에선 38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컨설팅 사업 역시 총 1748명이 참여해 절반가량인 864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새 사업도 시작한다”며 “예를 들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마케팅 등 최신 기술 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고 지난해 3700여명이었던 교육·훈련 대상자를 올해 1만6000여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단위로 시야를 넓혀보면 고용노동부 산하 ‘중장년내일센터’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서울 4곳을 비롯해 전국 35개소 센터에서 재취업과 이직 준비를 돕는다. 재직 중인 직장인, 퇴직 예정 근로자, 퇴직 후 취업 준비자 등 세 유형으로 구분해 맞춤형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장년내일센터 사이트에서는 전직 지원과 생애 경력 설계를 돕는 온라인 강의 수강도 가능하다.

민간 중장년 일자리 플랫폼도 활용해볼 만하다.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는 중장년 재취업 플랫폼 ‘워크위즈’를 운영한다. 4050세대를 원하는 기업 채용 공고만을 모아놓은 플랫폼으로, 단순 노동직을 넘어 총무·인사·경리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력서 작성 상담·지원 대행 등 일대일 밀착 컨설팅을 해주고, 재취업 성공자에 한해 수수료를 받는 ‘커리어피트니스’, 중장년 취업과 재교육에 도움되는 강의를 모은 ‘인생2막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자체 개발 AI를 활용해 중장년 취업을 돕는 ‘올워크’도 있다.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 취업 준비생이 본인 프로필을 올리면 AI가 성향에 맞는 직업 유형과 현재 직무 능력 등을 분석해준다. 이를 토대로 원하는 연봉·근로조건·근무지에 최적화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과 구직자 사이 ‘미스매칭’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다.

60세 이상 재취업 지원도 확대

서울시 ‘시니어일자리센터’ 신설

60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정부 지원도 계속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접일자리’는 범부처 협업으로 올해 1분기에 예산 70%를 조기 집행, 전체 채용 인원(123만9000명) 중 90%인 약 110만명을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구직 중인 고령층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나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에 방문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노인일자리여기’ ‘복지로’ 등 정부에서 운영 중인 고령 일자리 사이트에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올해 초에는 노인 취업을 전문으로 돕는 ‘서울시니어일자리센터’도 새로 생겼다. 공공일자리를 중심으로 공급해오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60세 이상 시니어도 학력·경력 등을 반영해 민간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것이 골자다. 시니어 전용 구인·구직 플랫폼인 ‘시니어 인력뱅크’에 프로필을 등록하면 60세 이상 채용을 원하는 기업과 실시간 매칭이 이뤄진다. 일대일 전문 상담뿐 아니라 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니어 인턴십’, 재취업을 준비 중인 시니어 직무·산업별 커뮤니티 형성과 스터디를 목적으로 하는 ‘챌린저스클럽’ 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시니어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여러 현장 경험과 교육을 통해 고령층 시니어 자신감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4050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직무 훈련을 진행한다. 사진은 중고 자동차 진단평가 전문인력 양성 과정 모습.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4050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직무 훈련을 진행한다. 사진은 중고 자동차 진단평가 전문인력 양성 과정 모습.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성공 사례’로 살펴본 시니어 고용

50대에 ESG 전문가…60대 N잡러도

정부 지원을 받아 재취업에 성공한 시니어 사례를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회사를 퇴사한 후 방황하던 홍재현 씨(54)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직업 전환 상담을 거친 후 ‘4050 인턴십’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다. 시니어 인턴십 참여 기업 목록을 살펴보던 중, 이전부터 관심이 많던 ESG 분야 기업 ‘아이엠에스알’을 발견하고 바로 이력서를 냈다. 탈락 발표에 좌절하던 찰나, 먼저 합격한 이가 포기하는 행운이 겹치며 차순위였던 홍 씨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일주일에 두 번, 한 달간 총 57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이었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인턴으로 실무 경험을 쌓고 남는 시간에는 스스로 역량 강화에도 힘썼다. 시간을 따로 내 재단에서 지원하는 ESG 직업 전환 프로그램을 6개월 동안 꾸준히 이수했다. ‘ESG 평가사 입문’ ‘ESG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과정’ ‘ESG 공급망 평가 대응 과정’ 등이다.

전문성을 높이고 실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에 인턴십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홍 씨는 “일단 시니어 재취업을 돕는 센터에 먼저 방문해보길 바란다. 경력 설계 상담으로 객관적인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는 데다, 우리 또래가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몸소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올해는 ESG 경영 분야 박사 과정 수료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60대 취업 성공 사례도 있다. 윤미희 씨(65)는 전업주부에서 현재는 3개 직장을 다니는 ‘N잡러’로 거듭났다. 모두 성장해 각자 자리를 잡은 자녀와 여전히 바쁜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을 보며, 이유 모를 우울과 무기력증에 빠진 와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서울50플러스재단 상담센터를 통해 인생 2막이 펼쳐졌다. 센터에서는 ‘어르신 급식 지원단’ 일자리를 소개해줬고 지원서 작성부터 면접 준비까지 전 과정을 도움받아 무사히 취직에 성공했다.

전에 없던 활력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주변에서 오히려 역제안을 했다. 2023년 상담센터에서는 정 씨에게 패스트푸드점 크루 모집 공고를 알려주며 한 번 일해볼 것을 권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도전에 나섰다. 50여명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일하면서 매장에 점차 적응해나갔고 패스트푸드점 ‘베스트 파트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했다.

김현철 씨(58)는 중장년 내일센터를 통해 업종 전환에 성공했다. 1990년대 초 인쇄업체 사무·전산관리로 사회 첫발을 디딘 그는 이후 코딩을 배워 개발자로 인생 2막에 도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50대 후반이라는 나이 때문에 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실업 상태에 놓였다.

중장년내일센터가 운영하는 ‘호텔 종사자 양성 과정’을 수료하며 삶이 달라졌다. 호텔업 전반 기초 교육과 서비스·응급처치 등 직무 소양 교육을 받았고 호텔 현장 실습도 수료했다.

꾸준히 호텔업 문을 두드린 김 씨는 ‘인스펙터’라는 새 직무로 취업에 성공했다. 하우스키퍼가 정비한 객실이 제대로 관리됐는지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업무다. 센터에서 받은 교육뿐 아니라 과거 쌓아왔던 전산관리와 개발 역량 역시 현업에 큰 도움이 됐다. 김 씨는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만큼 객실 상태가 곧 국격이라는 생각으로 엄중히 검사 중”이라며 “업무 특성상 메모하고 기억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과거 일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직접 웹사이트와 점검 리스트를 만들어 업무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시니어 재취업을 위해 욕심을 내려놓고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구직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학력자나 경력이 많은 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나 파트타임 근무 조건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현재 구직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적극 알리는 자세도 중요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10년 이상 경력 설계와 취업 상담을 진행해온 홍종희 선임은 “중장년은 20대보다 두 배 세 배 더 노력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나 면접 등 구직 스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과거 근무 조건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 마음도 생기기 때문”이라며 “본인 경력에 딱 맞는 직무나 근무조건이 아니라고 해도 여러 정보를 토대로 열정을 갖고 구직 활동을 하다 보면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역시 “시니어일수록 건강을 챙기고 최신 업무 트렌드에 맞는 직무 능력을 개발해야 새 일자리를 얻고 적응할 수 있다. AI 등 새로운 기술 등장으로 필요한 역량은 물론 업무 환경 자체가 워낙 변했다”며 “마음에 꼭 드는 직장을 찾아야겠다는 인식을 내려놓고 적응력을 기르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2. W세대가 돈 굴리는 법

일자리만 잡는다고 안전한 노후 생활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버는 소득은 줄고 지출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생활비는 물론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안전한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관리 방법을 알아본다.

1. 노후 대비 5층 연금 쌓아라

노후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령액이 적을뿐더러 앞으로 연금 고갈 가속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른 연금 대안은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5가지 연금 제도가 있다. 기초연금·공적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개인 사정을 고려해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중 소득·재산이 하위 70% 이하인 이에게 무상 지급되는 연금이다. 상위 30%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받을 수 있다. 사전에 개인이 적립금을 쌓지 않아도 무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

국민연금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도는 ‘주택연금’이다.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주택연금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작은 평수로 주택을 옮기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연금 계좌에 추가 납입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면서다.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을 정기적으로 수령할 수 있어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에 적합하다.

정부가 보증하는 연금뿐 아니라 ‘개인 연금보험’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크게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납입하는 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는 ‘세제 적격 연금저축보험’, 다른 하나는 세제 혜택은 없지만 연금 수령 시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는 ‘세제 비적격 연금보험’이다.

‘퇴직연금’도 잘 활용하면 쏠쏠한 노후 준비금을 모을 수 있다. 퇴직연금은 직장에서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연금화한 제도다.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IRP 등 다양한 형태가 있어 상황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DB형은 개인이 아닌 회사가 운용한다. 퇴직 시 평균 임금과 근무 기간에 따라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되기 때문에,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이 유리하다. DC형은 회사 대신 개인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유형이다. 매년 개인의 퇴직연금 계좌로 임금 12분의 1 이상을 회사가 입금한다. 같은 급여를 받아도 운용 실적에 따라 퇴직연금 총액이 달라질 수 있다. IRP 역시 DC형처럼 개인이 적립금 운용을 할 수 있다. 퇴사 시 한 번에 퇴직금을 수령하는 계좌라는 점에서 다르다. 매년 1800만원까지 자유롭게 입금 가능한 데다 세제 혜택도 있어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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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금’ 나오는 상품에 주목을

많은 전문가가 노후 자산관리 핵심으로 ‘현금흐름’을 꼽는다. 투자를 하더라도 꾸준히 현금을 벌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은퇴 이후 급여 같은 정기적인 소득은 사라지지만, 매달 생활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자금이 묶여 있는 부동산 투자 비중은 점차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신 추천하는 건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는 금융상품 투자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매달 생활비를 계산해보고 필요한 만큼 현금

을 확보해야 한다”며 “주기적인 이자를 제공하는 채권이나 매달 배당을 지급하는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인프라 펀드 등이 고려 대상”이라고 조언했다.

생애주기 구간마다 사용할 자금을 구분해놓아야 한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매니저는 “자산 인출기인 은퇴 후에는 자산 축적기와 다른 자산 배치가 필요하다”며 “10년 내 사용할 자금은 채권을 통해 확정된 현금흐름을 만들어놓고 나머지 금액은 주식형 자산에 적절히 분산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니어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이다. 다양한 보험 가입으로 비상시 현금이 나올 수 있는 안전판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다수 전문가가 주목하는 보험 상품은 ‘간병보험’이다. 많게는 매달 수백만원이 들어갈 정도로 간병비 부담이 큰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무리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신체 건강 상태가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해도, 간병 상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단순 기대수명이 아닌 건강수명을 늘리는 노력과 함께 건강 관련 보험 가입도 개인이 미리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 금융권 특화 서비스 활용하라

최근 금융권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내놓는 ‘시니어 전용 상품·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산관리는 물론 생활 전반에서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목돈 마련에 유용한 시니어 대상 특화 상품이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은 만 60세 이상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매달 5만보만 걸으면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꾸준한 걷기로 건강을 챙기면서 이자도 쌓을 수 있는 앱테크형 적금이다. 신한은행도 50세 이상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목표 걸음’을 매일 달성하면 현금처럼 활용 가능한 캐시를 제공하는 ‘신한 50+ 걸어요’를 선보였다.

금융권 교통비 지원 사업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지난해 5월 신한은행이 추진한 ‘신한 60+ 교통지원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1965년 이전에 출생한 모든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대중교통과 코레일, 하이패스, 주유 등 교통 관련 비용을 매월 1만원 이상 사용하면 결제 계좌로 교통비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권에서 최근엔 시니어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잇달아 내놓는 중이다. 금융 범죄 방지부터 자산관리, 디지털 교육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대신증권은 지난해 10월 전국 거점 영업점에서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거래 교육을 진행했다. 간단한 업무는 굳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신한은행 역시 ‘신한연금라운지’를 통해 40~69세 고객 관심사를 중심으로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은퇴 준비와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서울 노원과 강남, 경기 일산과 수원, 울산 등 5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향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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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 제공

Q. 은퇴 후 생애 설계, 어떻게 해야 할까.

A. 100세 시대에 들어선 요즘엔 은퇴 후 무려 30~40년 기간이 주어진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완전한 은퇴 시점을 늦추고 경제활동 기간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활동 기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은퇴 후 생활 기간은 줄어들고 그만큼 은퇴 준비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된다.

Q. 시니어 일자리 선택 시 기준은.

A. 은퇴 후 일자리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해선 안 된다. 신체적 건강과 사회적 관계 유지 등 삶의 만족도 증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퇴직 전 충분한 준비 기간은 필수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평균 2.5년 정도 은퇴 전환기를 갖는다. 단순 생계유지 목적의 일자리가 되지 않도록 은퇴 전 재무 준비도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Q. 일자리와 재테크 외에, 노후 대비를 위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A. 일자리나 재테크보다도 꾸준한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더 중요하다. 건강을 잃으면 의료비 등 지출이 늘어난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은퇴 시점을 늦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체 자산관리 측면에서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자녀 지원’과 ‘노후 준비’를 동일시하는 생각도 지양해야 한다. 자녀 지원에만 관심을 쏟다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할 경우 가정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본인 노후 준비는 반드시 별개로 관리하기를 당부한다. 부모의 불안한 노후는 결국 자녀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건웅·문지민 기자, 정혜승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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