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보국제공항에서 차로 한참을 달려 스리랑카 최대 도시 콜롬보 도심에 진입하니 바닷가에 ‘포트시티(Port City)’라는 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일대는 대규모 신도시 공사 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크레인 여러 대가 줄지어 땅파기 작업을 하고 곳곳에서 오피스빌딩 뼈대가 올라가는 중이다. 멀리 해안가에는 수십여개의 대형 크레인이 자리 잡아 마치 아랍에미리트(UAE) 인공섬 같은 초대형 개발 사업 현장을 방불케 한다.
# 콜롬보 포트시티 인근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ONE GALLE FACE’. 평일 오전임에도 쇼핑몰 내부에는 상당한 인파가 북적인다. PVR 시네마 극장을 비롯해 다양한 의류, 화장품, 보석 가게마다 손님이 넘쳐난다. 쇼핑몰 인근에는 30층 넘는 초고층 빌딩, 5성급 호텔, 카지노가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스리랑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조그만 섬나라지만 최근 경제가 살아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인도양의 보석’ ‘세계 해상 무역의 중심지’. 스리랑카에 붙는 수식어다. 한동안 인도 아래 조그만 섬나라, ‘천혜의 신혼여행지’ 몰디브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나라 정도로 여겼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리랑카 경제가 확연히 살아나면서 정부는 각종 세금, 규제를 철폐해 글로벌 기업 유치에 안간힘을 쓴다.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세계 주요국도 해상 무역 요충지로 스리랑카를 눈여겨보는 와중이다.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투자 허브’ 도약을 꿈꾼다는 스리랑카 개발 현장을 돌아봤다.
스리랑카는 오랜 기간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각종 경제 정책 실패 여파로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고, 460억달러(약 65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2022년 5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급기야 2023년 3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달러(약 4조10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세금 인상,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펼쳐왔다.
그사이 스리랑카 정치권도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9월 야당 후보인 아누라 디사나야케 후보가 ‘경제 회복’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자신이 이끄는 국가인민동맹(NPP)이 전체 225석 중 3석에 불과한 국회를 해산했다. 조기 총선에서 국가인민동맹이 의석 3분의 2를 차지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기반을 마련했다. 참고로 스리랑카는 대통령중심제면서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이원집정부제다.
스리랑카 정치가 안정되면서 경제도 서서히 회복되는 분위기다. 스리랑카 경제성장률은 2022년 -7.3%에 그쳤고 2023년에도 -2.3%로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83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최근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2024년 스리랑카 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일부 기관에서는 3%대를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보낸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스리랑카 경제를 떠받쳐온 외국인 관광 수요가 늘고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의류 수출 산업이 회복된 영향이 크다. 스리랑카 수출의 40% 이상이 의류 봉제 산업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주요국이 스리랑카에서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제조해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콜롬보 포트시티 개발 드라이브
세금, 고용 혜택으로 투자 유치 안간힘
스리랑카 정부가 경제 성장세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야심 차게 마련한 프로젝트가 있다. 콜롬보 해안에 위치한 대규모 인공섬이면서 콜롬보 최초의 복합서비스경제특구(SEZ·Special Economic Zone)인 ‘포트시티’ 개발 사업이다.
포트시티 총면적은 2.69㎢(약 81만평)로 서울 여의도(4.5㎢)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다. 스리랑카 정부와 민간 개발사인 중국항만건설회사(CHEC)가 함께 추진 중이다. CHEC가 15억달러를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스리랑카 역대 최대 민관 협력 사업으로 손꼽힌다.
포트시티는 크게 5개 구역으로 나뉜다. 대형 오피스빌딩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금융특구(Financial District)’, 세계 주요 대학과 국제학교, 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인터내셔널아일랜드(International Island)’, 고급 빌라와 골프장이 들어서는 ‘아일랜드리빙(Island Living)’, 중앙공원을 거닐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센트럴파크리빙(Central Park Living)’, 럭셔리 레지던스가 들어서는 ‘더마리나(The Marina)’로 구성된다.
콜롬보 포트시티는 꽤 다면적인 매력을 뽐낸다.
포트시티 투자 기업들은 입주 시점부터 25년간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입주 기업 임직원 역시 개인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투자자뿐 아니라 투자자 배우자, 자녀에게도 최대 10년까지 유효한 비자를 제공한다. 외국인 주주가 기업 지분을 100% 가질 수 있고, 외국인 고용에도 제한이 없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스리랑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금액 제한 없이 본국에 송금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트시티 전용 계좌를 사용하면 달러, 유로, 원화 등 16개의 지정된 외화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중앙은행 허가 없이도 주요국 통화 입·반출이 가능해 환율 리스크 없이 사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싱가포르 금융허브 모델과 유사한 구조다. 싱가포르는 법인세, 소득세 등 세금을 대폭 줄이는 규제 완화 정책 덕분에 홍콩에서 이탈하는 글로벌 기업 아시아 금융본부 대부분을 유치했다. 싱가포르처럼 ‘남아시아의 산업 허브’로 만든다는 것이 포트시티의 구상이다.
이 모든 혜택을 포트시티 웹사이트에 공개해, 투자자들이 쉽게 체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런 혜택이 향후 축소된다고 해도 기존 계약자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포트시티에 국제분쟁해결센터를 설치해 투자자 갈등이 생겨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툴시 알루위하레 콜롬보 포트시티 CHEC 매니징 디렉터는 “다른 국가들은 개발 사업 초기에 투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가, 추후 혜택을 축소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지만 스리랑카에서는 결코 그럴 일이 없다. 관련 법안, 시스템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한 만큼 투자자 불확실성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포트시티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각종 인프라도 속속 갖춰지는 모습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콜롬보공항에서 포트시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한창 건설 중이다.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공항에서 포트시티까지 단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덕분에 최근 중동 부국의 투자 수요가 점차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툴시 알루위하레 매니징 디렉터는 “각종 혜택 덕분에 포트시티에서는 사업 비용이 싱가포르의 20% 수준밖에 들지 않는다. 스리랑카는 남아시아의 유일한 중립국이라 인도, 파키스탄 등과 무역하는 기업에 매력적인 사업지”라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투자 괜찮나
지정학적 위치 우수, 영어 공용어 눈길
비단 포트시티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스리랑카 경제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 근거가 꽤 있다.
첫째, 우수한 지정학적 위치다. 스리랑카와 인접한 믈라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운송의 약 60%를 처리하고, 인근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운송의 요충지다. 인도 아래쪽에 위치한 해상 무역 요충지다 보니 그동안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강대국이 자국 영향력을 키우는 데 안간힘을 써왔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스리랑카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콜롬보 시내 초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중국 자본이 건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핵심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거점 지역도 스리랑카다.
이웃 나라 인도 역시 스리랑카 시장을 눈여겨보는 중이다.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인도와의 관계가 스리랑카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강조하면서 모디 총리가 스리랑카에 대한 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콜롬보 신공항 건설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등 스리랑카 시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손주홍 코트라 콜롬보무역관장은 “스리랑카 정부가 발주하는 핵심 프로젝트 상당수를 중국, 인도가 따내 진행한다. 미국 기업도 포트시티 개발 사업에 관심이 많고, 일본 역시 공항 등 핵심 인프라 사업에 속속 참여하는 등 스리랑카가 세계 강대국의 핵심 요충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둘째,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영연방 국가라는 점이다.
스리랑카는 1505년부터 440여년 동안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으로부터 차례로 식민 통치를 받았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독립한 지 80년이 채 안 됐다.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영미권 영향을 받아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됐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은 현지어를 써야 해 외국인 투자에 걸림돌이 있지만, 스리랑카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스리랑카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현지 인재 활용이 수월하다.
“스리랑카는 영어가 공용어인 덕분에 선진국 유학 경험을 갖춘 젊은 층이 많아 인재 풀이 우수한 편이다. 콜롬보 인근 모라투와대에 기계공학 인재가 많고,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대도 손에 꼽히는 명문대로 경영·회계 분야가 우수하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200~300달러(약 30만~45만원) 수준 월급으로 우수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손주홍 코트라 콜롬보무역관장 설명이다.
다만 스리랑카 경제가 마냥 성장세를 이어가기에는 걸림돌도 적잖다. 정치가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를 간과하기 어렵다.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도 ‘부정부패 없는 클린 스리랑카’를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강조하고 나설 정도다.
이뿐 아니다. 스리랑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법적인 분쟁에 시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스리랑카에는 엔지니어보다 변호사가 훨씬 많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워낙 기업 주요 사업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많다 보니 변호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에서 이기려면 유능한 변호사 확보가 중요한데, 아무래도 외국 기업은 현지 사정에 취약해 분쟁 과정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수 탓에 한국 기업들도 스리랑카 법인을 두지 않고 현지 에이전트와 협력을 맺는 방식으로 스리랑카 시장에 진출해왔다. LG전자는 스리랑카 현지 기업 아반스그룹과 손잡고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을 판매해왔다. 삼성전자 역시 현지법인이 아닌 연락사무소만 두고 스마트폰, 가전을 판매한다. 현대차그룹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는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만회사와 터미널 서비스 계약을 하고 서남아시아 지역 물류 운송을 해왔다. 이미연 주스리랑카 한국대사는 “한국 기업 단독으로 스리랑카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워낙 리스크가 큰 만큼 도로, 터널, 물관리시설 등 주요 인프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 유리해보인다”고 진단했다.

스리랑카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에서는 자발적 탄소 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 플랫폼 사업을 하는 키우다가 눈길을 끈다.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은행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리챠드 윤 대표가 스리랑카국립대 교수인 블록체인·인공지능(AI) 전문가 사푸말 아항가마 박사와 함께 스리랑카에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으로 일체화된 탄소 관리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리챠드 윤 키우다 대표는 “단순한 탄소상쇄 크레디트 거래 플랫폼을 넘어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블록체인화된 데이터를 관리, 서비스해주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부정부패 척결해 글로벌 투자자 신뢰 얻을 것
하르샤나 수리야페루마 스리랑카 재무부 차관은 스리랑카 새 정부의 실세로 통한다. 스리랑카는 대통령이 재무부 장관을 겸임해 수리야페루마 차관이 한국 정부로 치면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부총리 격이다. 수리야페루마 차관에게 향후 국정 운영 계획을 물었다.

Q. IMF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스리랑카 경제가 어려웠다. 글로벌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A. 스리랑카 대통령이 바뀌었고 총선에서도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은 만큼 국민에게 보답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새 정권이 들어선 후 곧장 IMF 실무자 협의를 마쳤는데, 정책 불안을 막기 위해 지난 정부와의 협정 내용을 이어갈 계획이다.
스리랑카 정부, 내각이 안정되다 보니 금융 시장 분위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콜롬보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스리랑카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투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스리랑카 기업들은 경제 회복을 피부로 느끼겠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아직까지 관련 정보가 부족한 만큼 글로벌 시장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힘쓰겠다. 스리랑카가 해외 투자자에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부정부패 때문이다. 사업을 평가할 때 정치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산업 전문성, 마케팅 네트워크 역량 등을 눈여겨볼 계획이다.
Q. 금융 시장 안정이 중요한데 외환보유액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A. 스리랑카 정부의 외환보유 정책은 IMF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일단 외환보유액 100억달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연간 수출 목표치도 180억달러로 높였다. 2030년에는 수출액을 450억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생산력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각종 세제 혜택으로 외국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줄 것이다.
Q. 스리랑카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A. 무엇보다 스리랑카는 인도양과 가까운 글로벌 요충지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스리랑카에 기업을 두면 아시아 주요국까지 5시간 안팎에 도달할 수 있다. 탄탄한 인적자원도 매력적이다. 영어를 쓰는 우수한 IT 인재가 풍부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양질의 노동력을 구하기 유리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 사업을 시작할 때 인허가 규제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인허가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지금 스리랑카 투자는 ‘바겐세일’ 중

Q. 스리랑카 경제가 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봐도 되나.
A. 아직까지 회복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좋아지는 신호는 분명 있다. 새해 스리랑카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해외 투자 유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투자 걸림돌을 없애 해외 투자를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사실상 스리랑카에 투자하는 것은 ‘바겐세일’ 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자신한다.
Q. 스리랑카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은.
A. 단기적으로는 농업과 관광, 중장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 물류, 에너지, 해양 산업이 스리랑카 경제를 이끌 핵심 산업이다. 당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중요한데 매년 400만~5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스리랑카에 IT 인재가 풍부한 만큼 스리랑카를 IT 중심 국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섬나라고 항구가 발달해 물류 산업도 키우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주력할 생각이다. 2050년 탄소중립에 대비하기 위해 2030년까지 RE100(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목표)을 70%가량 실현할 계획이다. 이 모든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제가 탄탄히 자리 잡아야 한다. 주요 산업 정보를 데이터화해 투명하게 관리해나갈 것이다.
Q. 경제 활성화에 리스크 요인이 있다면.
A. 당장 정치적 부정부패, 관료주의 문제를 해결해 오랜 기간 유지돼온 카르텔을 끊어내는 것이 목표다. 농촌 빈곤 문제 해결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인데 스리랑카 인구의 절반가량이 정부지원금, 보조금을 요구하는 실정이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스리랑카 정치 안정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이뤄내는 것이 목표다.
韓 기업 재생에너지, 폐기물 사업 투자 유망

Q. 스리랑카 정부가 최근 글로벌 기업 유치에 힘쓰는 배경은.
A. 스리랑카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을 대거 유치하면서 이들 기업 기술 이전, 기술 개발을 도모하려 한다.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한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이나 이웃 나라 인도와는 어느 정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별개로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미국 주도 IMF 체제에 들어간 만큼 어느 나라 투자를 유치하든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심산이다.
Q. 한국 기업이 스리랑카에 진출할 경우 유망 분야를 꼽으라면.
A. 재생에너지, 폐기물 관리, 공공 인프라 발주 사업이 괜찮아 보인다. 스리랑카 정부는 내륙을 잇는 중부고속도로를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펀딩을 추진 중이다. 콜롬보 제2공항 개발 사업도 일본 국제협력기구인 자이카(JICA) 자금을 받아 추진 중인데 이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컨소시엄을 꾸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Q. 사업을 하면서 주의할 점은.
A. 한국 기업이 스리랑카에 진출하려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기본계약서부터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법적인 관계 구축에 취약한 만큼 모든 문서를 공증받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간관리자 역할이 중요한데 법인 설립 전 중간관리자를 반드시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콜롬보(스리랑카) =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