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재건축 바로미터로 꼽히는 잠실권역 일대가 재건축 2라운드에 돌입하고 있다. 일명 ‘엘리트레파(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로 대표되는 잠실 저층 재건축이 마무리된 지 15년여 만에 중층 단지들도 재건축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은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개포동과 함께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꼽히는 지역이었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엘스(잠실주공1단지)와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트리지움(잠실주공3단지), 레이크팰리스(잠실주공4단지), 파크리오(잠실시영) 입주가 마무리된 이후 15년 넘게 대단지 새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았다. 앞의 5개 단지는 모두 입지가 좋고 대단지로 조성돼 10년 이상 인기를 끌었다. 다만 준공 15년이 지나 조금씩 노후화되고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잠실 일대 재건축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잠실진주를 재건축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가 분양 흥행몰이에 성공한 데 이어 잠실 일대 중층 단지들 역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잠실5단지·장미 대장주
삼성동 옆 아시아·우성도 잠룡
가장 주목받는 단지는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을 기준으로 각각 동서쪽에 자리한 대단지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1·2·3차’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장미1·2·3차는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이 중 대장 단지로 통하는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정비계획을 고시한 상태다. 이 단지는 앞으로 크게 사업시행계획인가 → 관리처분계획인가 → 철거·착공 → 일반분양 절차를 거치게 된다. 현재 30개동 3930가구 규모의 잠실주공5단지는 앞으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70층, 총 6303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상징적인 단지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단연 입지다. 길만 건너면 맞은편에는 잠실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잠실역 등이 위치했으며 한강변과 접해 있다.
입지 못잖게 큰 장점은 바로 높은 사업성과 막대한 일반분양 물량이다. 평균 용적률은 138%로 중층 단지임에도 사업성이 나쁘지 않다. 조합원 물량과 각종 임대주택 등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만 약 17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전용 84㎡ 소유주가 동일 평형대를 신청하면 상당한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이 많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조합 측은 약 4000가구 이상이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지 가운데에는 초대형 공원도 조성한다.

재건축안이 구체화된 덕분에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최근 3개월간 모든 평형에서 신고가가 나왔다. 전용 82㎡는 지난해 12월 34억2500만원(12층)에 팔렸고, 전용 81㎡는 지난해 11월 30억4590만원 최고가에 손바뀜됐다. 전용 76㎡도 지난해 11월 30억7800만원(15층), 12월 30억7700만원(12층)에 나란히 실거래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면 그 이후에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가 내놓은 매물을 살 때만 입주권이 보장된다”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매물을 사면 현금 청산 대상이 되는 만큼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지만큼은 잠실주공5단지에 뒤지지 않는 장미1·2·3차도 대기 중이다. 장미1·2·3차는 잠실역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고 오히려 2호선 잠실나루역과 가깝다. 초역세권 단지는 아니지만 한강변에 맞닿은 면적이 잠실주공5단지보다 넓다. 향후 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인근 단지보다 더 많은 가구가 한강 조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미1·2·3차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최고 49층, 4800가구로 재건축하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장미1차 전용 155㎡(56평형)는 지난해 12월 17일 32억5000만원(8층)에 중개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장미1·2·3차는 이웃 단지 잠실주공5단지에 비해 사업이 더 느린 편이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가 크다. 그간 사업 속도가 느렸던 것은 인근 상가, 교회 등과 협상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인데, 조합은 지난해 11월 5일 상가 설명회를 개최해 상가 조합원들이 최종적으로 통합 재건축에 대해 찬성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상가 이동 문제 등이 해결되진 않았다는 점은 변수지만, 그래도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잠실동 일대에는 이 두 아파트 외에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여럿 있다.
한강변은 아니지만 대규모 단지라는 점과 지하철 잠실역·잠실나루역이 가까운 미성·크로바는 최고 35층, 13개동, 1910가구 규모의 ‘잠실르엘’로 지어진다. 이 단지에서 올 상반기 중 24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인근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5409만원이었는데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68.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일반분양을 앞둔 잠실르엘도 이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잠실우성4차도 지난해 9월 재건축 7부 능선으로 꼽히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1983년 지어져 준공 40년을 넘긴 잠실우성4차는 현재 7개동 555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통과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우성4차는 향후 9개동, 825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지상 최고 층수는 32층으로 설계됐다. 이 단지는 탄천, 잠실유수지공원과 인접한 게 특징이다.
아직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지만 눈여겨볼 만한 단지도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지어진 이른바 ‘올림픽 3대장(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 중 잠실동에 위치한 아시아선수촌(1356가구)은 안전진단 문턱을 넘으며 재건축을 확정 지어 향후 절차를 본격 추진하게 됐다. 아시아선수촌 바로 옆에는 잠실우성1·2·3차(1842가구)가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둔 상태다. 아시아선수촌이나 잠실우성1·2·3차 입지는 잠실역 역세권인 잠실주공5단지, 장미1·2·3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단지 모두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을 끼고 있다. 단지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삼성동과 대치동이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이전·신축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수혜를 직접 받는 입지로 평가된다.
아시아선수촌과 잠실우성1·2·3차 두 사업지 모두 중대형 평형을 위주로 구성됐다. 단순 비교하면 아시아선수촌이 잠실우성보다 전용면적 대비 대지지분율이 높다. 잠실우성 전용 96㎡ 대지지분은 약 53.4㎡(16.1평형)다. 아시아선수촌 전용 99㎡ 소유주는 대지지분만 79.99㎡(24평)를 보유했다. 다만 시세는 아시아선수촌과 잠실우성1·2·3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아시아선수촌 전용 99㎡는 지난해 9월 24억원(2층)에 실거래됐고, 잠실우성에서도 전용 96㎡ 2채가 지난해 12월 24억원에 연달아 거래된 바 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