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
전통의 강자 면모 ‘미래·삼성’
중국 강세 속 인도 투자 ‘눈길’
신흥국 부문에서는 ‘전통의 강자’들이 실력을 증명했다. 미래에셋과 삼성의 ETF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10위권에 미래에셋 상품이 5개, 삼성 상품이 4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 하반기 고강도 경기 부양책 효과로 증시 강세를 이어간 중국 투자 상품이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10위 내 무려 8개 상품이 중국 관련 ETF다.
미래에셋은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하며 4개의 중국 관련 상품을 상위권에 올렸다.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우량주 300개로 만든 CSI300지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이 수익률 40%로 1위에 올랐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항셍25’도 39%의 수익률을 달성해 2위를 기록했다. ‘H지수’로 불리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추종하는 ‘TIGER 차이나HSCEI’,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혁신 기술 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 등도 30% 안팎의 고수익을 거뒀다.
삼성 역시 HSCEI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KODEX 차이나H’, 같은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등이 약 30%의 고수익을 올렸다. ‘FTSE 차이나 A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차이나A50’도 수익률 26%를 달성했다.
중국 투자 상품이 상위권에 대다수 오른 가운데,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인도 투자 상품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의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이 30%의 수익률로 6위, 삼성의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이 28%의 수익률로 8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과 삼성이 톱10 중 9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에는 한국투자신탁의 ‘ACE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CSI300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36% 고수익을 올려 신흥국 부문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채권
명가 타이틀 지킨 ‘KB’
RISE 국채30년레버리지 주목
채권형 ETF 명가 KB는 2024년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채권형 ETF 수익률 1위는 KB의 ‘RISE 국채30년레버리지(합성)’이 차지했다. 19.2% 수익률을 기록했다. ‘RISE 국채30년레버리지(합성)’은 한국자산평가(KAP)가 산출하는 KAP 국채 30년 총 수익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변동률 2배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목표로 하는 채권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수익률 3위도 KB 작품이다. ‘RISE 미국단기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는 수익률 13.5%를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 달러화 표시 회사채 중 신용등급 BBB- 이상 중장기 채권에 투자한다. 이 밖에도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가 두 자릿수 수익률(10.5%)을 달성했다.
국내 30년 만기 국고채에 투자해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확보해 납입 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국채를 담보로 빚을 내 추가 투자를 하는 상품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도 눈길을 끌었다.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로 16.5% 수익률을 냈다. 스트립은 원금과 이자가 붙어 있는 고정금리 채권을 원금만 있는 것과 이자만 있는 것으로 분리해 투자성을 높인 채권이다. 통상 일반적인 국채는 30년물이더라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20년 안팎에 그친다. 하지만 스트립 채권 30년물의 듀레이션은 28~29년으로 약 50% 더 길다. 듀레이션이 길다는 것은 금리 변동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는 의미다. 변동성이 큰 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
3개월 수익률 48%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 시장이 커지자 자산운용사는 경쟁적으로 ETF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상황. 6개월 내 상장된 ETF 상품 중 수익률(최근 3개월 기준) 상위권 상품을 선별했다.
1위는 지난 7월 상장한 신한의 ‘SOL 미국AI전력인프라’가 차지했다. 수익률은 48.8%다.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는 AI 전력 인프라에 집중한 상품이다. AI 구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관리·적재할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에너지원인 원자력과 전력망 시스템 설비 기업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삼아 투자한다. 이 밖에도 최근 신규 상장 ETF 상품 중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품 대부분이 AI 인프라 투자형이다.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TIGER 글로벌AI인프라액티브’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 등이 20~30%대 수익률을 보였다. 10위권 내 차별화된 상품으로는 우리자산운용의 ‘WON 미국빌리어네어’가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보유 종목을 복제해 추종하는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상위 500위의 억만장자가 보유한 상위 50개 종목을 선정하고, 여러 억만장자가 동시에 보유한 종목은 일정 수준의 가중치를 부여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수익률도 18.1%로 8위에 올랐다. 자연스레 듀레이션이 긴 채권은 리턴 기대감도 크다. 자본 시장의 공식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중위권 반란…한투·한화·KB ‘강세’
적극적 투자 전략인 ‘레버리지(기초자산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하는 상품)’와 ‘인버스(기초자산 움직임을 정반대로 추종하는 상품)’ 부문에서는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이 강세를 보였다. 레버리지 부문에선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집중한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4년을 달군 AI 열풍이 빅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다. 한국투자신탁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과 한화의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은 각각 연초 대비 120.2%, 111.1% 수익률(11월 30일 기준)을 냈다.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빅테크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인버스 부문에선 KB이 내놓은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이 압도적 수익률(51.2%)을 기록했다. iSelect 2차전지 Top10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정반대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2차전지 부문 하락에 베팅하는 형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후방 산업인 2차전지 시장에 직격탄이 됐고, 인버스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 앞세운 ‘한투’ 두각…부동산은 ‘KB’ 1위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투자 자산과 구분된 ‘대체 투자 자산’ 부문에선 원자재와 부동산 부문이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원자재 부문에선 ‘금’ 관련 ETF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투자신탁의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연초 대비 41.1% 수익률(11월 30일 기준)을 냈다. 금 선물 가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가 늘었고, 관련 ETF 상품도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은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뿐 아니라 ‘ACE KRX금현물’을 앞세워 원자재 부문 수익률 1, 2위를 모두 차지했다.
부동산 부문에선 KB의 ‘RISE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합성)’이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AI 시장이 커지면서 수혜를 받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글로벌 데이터 산업 관련 부동산 지수를 좇는다. 올해 상반기 미국발 금리 상승 기조로 인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시장 전반이 부진했는데도 해당 상품은 수익률 17.1%를 기록했다. 2위는 키움의 ‘히어로즈 글로벌리츠이지스액티브’가 차지했다. 세계 우량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은 13.6%다.
[명순영·최창원·문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