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사거리가 나온다. 마곡나루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건너면 맞은편에 멋진 건물이 하나 등장한다. 마곡지구 마이스(MICE) 복합단지 ‘르웨스트’다. 전체 규모만 연면적 85만8000㎡(26만평)에 달한다. 대지면적만 8만2724㎡로 서울월드컵경기장 9배 수준이며 연면적은 84만㎡로 삼성동 코엑스(46만㎡)의 1.8배에 달한다. 단지는 총 4개 블록(CP1·CP2·CP3-1·CP3-2)으로 구성되며 모두 지하 공공보행통로를 통해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CP1 블록은 4성급 호텔 ‘머큐어 앰버서더 서울 마곡’과 쇼핑몰 ‘더 스퀘어’, 업무시설 ‘르웨스트 시티 타워’ 등으로 구성됐다. CP2 블록에는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한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와 업무시설 ‘르웨스트 웍스’가 있다. CP3-1에는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가 내년 조성된다. CP3-2에는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등을 포함한 ‘케이스퀘어’가 들어섰다.
여러 블록으로 나눠진 마이스 복합단지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물은 바로 최근 개장한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이하 코엑스마곡)’다. 지난 11월 28일 문을 연 이곳은 22년 만에 서울에 들어선 전시장이다. 7452㎡ 규모 전시장과 최대 2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362㎡ 규모 르웨스트홀 등으로 구성됐다. 지하 2층부터 5층까지 전시장과 회의실이 층별로 배치된 수직형 구조로 전시와 컨벤션을 결합한 컨펙스(ConfEx) 형태의 복합 행사 개최에 최적화됐다.
코엑스마곡이 들어서면서 마곡지구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시장이 있는 마곡지구에는 온갖 의료, 제약, 바이오 산업을 주도한 기업이 밀집했다. 다양한 학술 대회나 기업 행사 등을 개최하기 적합하다. 이미 개관 첫해부터 65% 이상 높은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모든 임대가 완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윤진식 코엑스 이사회 의장은 ‘코엑스마곡’ 개관식 행사에서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혁신 기술과 제품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서울에 전시장 확장이 이뤄지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며 “코엑스마곡은 인근에 대형 R&D시설, IT, 바이오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환골탈태하는 마곡
초대형 오피스 잇따라 준공
마곡지구가 코엑스마곡 개관을 계기로 또 한 번 도약을 꿈꾸며 환골탈태하고 있다.
마곡지구는 2010년대 중반부터 LG그룹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의 연구개발 센터가 들어서며 이름을 날렸다. 2018년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는 마곡지구를 대표하는 업무시설로 자리 잡았다. 코오롱, 넥센타이어 등 여러 기업도 마곡지구에 둥지를 텄다. 그 외에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며 업무지구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상황. CBD(도심), GBD(강남), YBD(여의도)에 이어 MBD(마곡 업무지구)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다. 특히 올해 들어 마곡지구에 초대형 업무용 빌딩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시장 관심을 모으는 상황이다.
가장 주목할 곳은 지난 9월 준공한 마곡역 2번 출구 앞 대형 업무·상업시설인 ‘마곡원그로브’다. 연면적 약 46만㎡ 규모 마곡원그로브는 올해 서울에서 준공한 업무시설 중 3번째로 크다. 지하 7층부터 지상 11층까지 총 4개동으로 조성됐으며 현재 이마트 트레이더스, 교보문고 등이 이미 입점을 확정했다. 교보문고가 새로운 점포를 선보이는 것은 2019년 천호점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국내 최대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건설이 지은 ‘케이스퀘어 마곡(연면적 약 16만㎡)’ ‘르웨스트 시티 타워(약 33만㎡)’도 코엑스마곡과 함께 준공했다. 워낙 대규모 오피스가 잇따라 들어선 만큼 내년 서울 오피스 시장은 마곡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마곡일반산업단지에는 ‘뉴브클라우드힐스’라는 업무시설이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지상 11층, 연면적 9만9651㎡ 규모로 짓는 뉴브클라우드힐스는 총 272실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이 중 156실이 분양, 116실은 임대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 2026년에는 5호선 마곡역 인근에 강서구청이 이전한다. 초대형 오피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마곡지구는 현재 강남과 여의도, 종로 등 주요 업무지구를 대체하는 지역으로 주목받는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 임대료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쾌적한 시설을 갖췄다는 점에서 마곡으로 사무실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경제진흥원 마곡산업단지관리단에 따르면 현재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약 200개. 2012년 LG를 시작으로 롯데, 이랜드, 코오롱, 넥센타이어, 광동제약, 에쓰오일, 귀뚜라미 등이 본사나 계열사 사무실을 마곡으로 옮겼다. LG는 ‘사이언스파크’를 지어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 CNS 등 총 9개 계열사 사무실로 쓰고 있다. 여러 요인으로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마곡이 ‘제2의 판교’, 도심, 강남, 여의도를 잇는 ‘서울 4대 업무지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만 변수는 있다.
우선 막대한 공급량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미 마곡지구에는 수많은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공급했거나 앞으로 공급 예정인 오피스 물량도 상당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곡지구가 안정화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치 대비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마곡 오피스 임대료는 주요 업무지구보다는 저렴하지만 서울 다른 업무지구와 비교하면 약간 비싼 수준으로 전해진다. 마곡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마곡지구는 이미 기반 시설이 자리 잡았고 주요 기업이 입주한 상황이기 때문에 점점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 공급량이 워낙 많았고 마곡지구의 경우 입지 대비 임대료가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에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직주근접 효과에 집값도 영향
전세가 급등…전용 84㎡ 18억 육박
한편, 다양한 업무시설이 들어서면서 마곡지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마곡엠밸리’ 역시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마곡엠밸리는 강서구 마곡도시개발구역에 대규모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다. 현재까지 1~15단지가 조성됐으며 힐스테이트(13단지)를 제외하면 모든 단지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도로 공급됐다. 5호선 마곡역 인근 14, 15단지, 9호선 마곡나루역 인근 6, 7단지가 가장 선호도가 높다. 이 중 7단지는 ‘코엑스마곡’ 맞은편에 위치해 마곡지구 랜드마크 단지로 불린다. 마곡나루역도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단지 주변에는 여러 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엠밸리7단지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 마곡엠밸리7단지 아파트 전용 114㎡는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3년 전 최고가인 20억원에 근접했다. 전용 84㎡ 역시 올해 9월 17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17억5500만원)와 비슷한 수준에 시세가 형성됐다. 현재 호가는 전용 84㎡ 기준 17억~18억원, 전용 114㎡ 기준으로 저층은 19억원, 고층은 20억원 이상이다. 주목할 점은 전세 가격이다. 엠밸리7단지 전용 114㎡ 전세는 올해 10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 대부분 매물이 8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억5000만원 상승했다. 이미 호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전용 84㎡ 전세 역시 대부분 8억원 이상 거래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곡엠밸리는 올해 조금씩 시세가 회복됐지만 10월 이후 단기간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이전 대비 거래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도 “인근 방화뉴타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다시 한번 마곡지구 내 엠밸리 여러 단지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