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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총알 배송’ 쿠팡 따라가는 그들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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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주 7일 당일 배송을 전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아볼 수 있는 상품이 있다. GS홈쇼핑에 이어 최근에는 NS홈쇼핑 역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 서비스 배경에는 한 회사가 있다. 한진이다.

한진 관계자는 “2021년 11월에 아마존의 해외직구 상품 대상 당일 택배 서비스를 일찌감치 시작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며 “국내 업체는 물론 알리익스프레스 당일 배송까지 맡게 되면서 점차 고객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진 측은 올해는 서울, 인천, 경기 등 20개시 대상으로 전개하지만 내년부터는 서울, 인천, 경기 전역 31개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 내년이면 수도권 인구 기준 99%, 전국 기준 69%가 하루 배송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일 배송 시장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쿠팡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 정도만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알려졌던 ‘빠른 배송’ 전쟁이 최근에는 가전·뷰티·가구 등 업종 불문 확산하고 있다.

당일 배송, 왜 유통가 태풍 됐나

쿠팡에 너무 익숙해진 소비자

“배송이 빨라서.”

소비자 설문 전문 기관 오픈서베이가 ‘쿠팡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조사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77.3%, 복수 응답 기준)을 기록한 답변이다. 두 번째로 많았던 답변 역시 ‘반품·환불이 빠르고 편리해서(37.8%)’다. 배송 속도가 쿠팡의 주 성공 요인이라는 방증이다.

이처럼 빠른 배송은 이커머스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채널을 넘어, 소비자 니즈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플랫폼으로 ‘업의 재정의’가 이뤄졌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 당일 배송이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쿠팡발(發) 익일 배송, 새벽 배송으로 소비자 기대 수준이 올라가고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경쟁 업체가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당일 배송”이라며 “서비스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 즉 수요 측면은 이해가 간다. 공급 측면에서는 어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걸까. 송 교수는 “당일 배송 정착을 위한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배달의민족 등 라이더 배달 시장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 업계 용어로 ‘라스트마일’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로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들 업체가 새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가 당일 배송을 늘리자 택배 업체들이 곧바로 호응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는 “쿠팡처럼 거의 혼자 물류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흔치 않다”며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기보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기존 물류 업체, 물류 스타트업과 협업해 당일 배송에 성공하면서 일반 업체도 이런 ‘연합군’ 모델을 적용할 수 있게 되자 이 시장이 순식간에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전·뷰티·패션도 ‘총알 배송’

당일 넘어 ‘1시간 배송’도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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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로켓 배송’ 성공 이후 모두가 빠른 배송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단순 음식이나 생필품 배달을 넘어 뷰티·패션·가전 등에 이르기까지 빠른 배송이 유통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 너 나 할 것 없이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이제는 당일도 모자라 주문 3시간 내 도착을 보장해주는 ‘즉시 배송’까지 도입하는 기업도 다수다.

쿠팡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2022년 도입한 ‘도착보장’ 서비스 범위를 계속 넓혀나가고 있다. 도착보장은 소비자가 상품 구매 즉시, 예상 도착일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당일 배송’ 상품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도착보장 카테고리에 입점한 상품 중 절반 이상이 당일 배송 가능하다.

도착보장은 이미 네이버 효자로 떠올랐다. 올해 네이버가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3분기 커머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는데, 도착보장 거래액이 같은 기간 50% 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내년에는 더 박차를 가한다. 상반기 중으로 배송 방식을 ‘새벽배송’ ‘오늘배송’ ‘휴일배송’ 등으로 세분화하고, 1시간 내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지금배송’도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도착보장 품목을 늘리고 택배사와 배달 대행사 등 협력 강화를 통해 빠른 배송을 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벽 배송으로 성장한 ‘컬리’도 1시간 내 ‘즉시 배송’에 뛰어들었다. 컬리 몰에서 판매 중인 상품 4500여종을 즉시 배송하는 ‘컬리나우’를 통해서다. 신선식품, 밀키트부터 생필품, 뷰티 제품까지 다양하다. 고객 수요를 예측해 컬리나우 지점에 미리 상품을 보관해놨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컬리나우 직원이 물건을 담아 포장을 해놓는다. 이후 상주 중인 당일 배송 스타트업 ‘체인로지스’ 배달 기사를 통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현재는 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 6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를 담당하는 ‘DMC점’을 오픈한 데 이어 10월에는 강남구를 중심으로 하는 ‘도곡점’을 새로 열었다. “DMC점은 올 7월 대비 10월 기준, 주문 건수가 150% 넘게 늘었다. 즉시 수요가 큰 신선식품을 시키는 김에 화장품이나 세제 같은 생필품을 추가 주문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도곡점은 11월 들어 1회 주문 시 단가를 뜻하는 ‘바스켓 사이즈’가 5만원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도 빠른 배송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신세계그룹 산하 이커머스 G마켓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오후 8시 이전 주문 시 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올해 9월 말 시작했다. 이마트 역시 초밥, 삼겹살 등 3000여종 제품을 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 실험을 일부 점포에 도입했다. 이마트 왕십리·구로점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에 입점, 배민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가 배달 앱과 손잡고 퀵커머스를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도 기존 즉시 배송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여러 배달 앱과 손잡고 배송 시간 단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GS리테일은 올해 7월 배민과 손잡고 GS25와 GS더프레시 즉시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여러 앱과 협업한 덕에 현재 즉시 배송이 가능한 GS25 점포는 1만5000여개에 달한다. CU와 세븐일레븐,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슈퍼에서도 즉시 배송 가능 점포가 계속 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마트는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장을 이미 전국 각지에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즉시 배송 보편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면 높은 배송비 등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가전·뷰티 업계까지 빠른 배송 서비스가 번져 나간다.

최근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모바일 등 구매 제품을 당일 배송·설치하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최근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모바일 등 구매 제품을 당일 배송·설치하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구매 당일, 가전과 모바일 제품 등을 배송·설치해주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낮 12시 이전에 TV·냉장고·세탁기 등을 구매하면 삼성전자로지텍을 통해 10만원에 당일 배송·설치해준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50만원 이하 모바일 제품도 배송비 5000원이면 당일 받아볼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올해 6월부터 TV·냉장고·김치냉장고 등 3개 품목을 오후 1시까지 주문 시 7만원에 당일 배송·설치해주는 서비스를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했다. 쿠팡은 이미 2018년부터 전문 기사가 일부 가전제품을 설치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2020년부터는 명칭을 ‘로켓설치’로 변경하고 가전·가구, 자동차 타이어까지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뷰티·패션 업계도 ‘빠른 배송 전쟁’에 돌입했다. CJ올리브영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3시간 내 도착을 보장하는 ‘오늘드림’을 앞세웠다. ‘3시간 배송’을 문구로 내걸었지만 실제 평균 배송 시간은 그보다 빠른 약 55분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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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드림에 힘입어 올리브영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올리브영 전체 온라인몰 주문 건수 중 오늘드림 비중은 2021년 24.5%에서 지난해 41.3%까지 커졌다. 2017년 6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올리브영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무신사·에이블리·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에도 당일 배송을 비롯한 빠른 배송이 대중화됐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뷰티·패션은 취급하는 제품 특성상 부피가 작고 가벼워 빠른 배송에 적합하다”며 “국내 뷰티·패션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고유의 사업 영역을 이미 갖춰놓은 만큼, 빠른 배송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현재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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