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고분양가 막을 방법 없나…공공택지 공급 활성화로 토지비 낮춰야

김경민 기자
입력 : 
2024-12-11 10:50:12

글자크기 설정

‘얼죽신’ 끝나고 ‘마피아’ 시대? [스페셜리포트]
신축 단지가 많은 경기도 광명 일대에서는 ‘마피’ 분양권 매물이 쏟아진다. (윤관식 기자)
신축 단지가 많은 경기도 광명 일대에서는 ‘마피’ 분양권 매물이 쏟아진다. (윤관식 기자)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아파트 분양가가 무작정 오르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분양가상한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피해 후분양제로 공급하면서 분양가를 대폭 올리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 분양가를 땅값, 건축비 등을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2017년부터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는데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풀면서 지금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용산구 등 민간택지와 공공택지에만 적용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강남권과 용산에만 적용되면서 지금도 이 일대는 청약 열기가 뜨겁다. 분양가상한제를 서울,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적용해 분양가를 낮춰야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 중 공사비는 낮추기 어려운 만큼 토지비 인하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공공택지 공급 범위를 민간 주택업체로 넓힌다면 토지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 분양가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꽉 막힌 건축 규제를 완화해 시공, 시행사가 더 많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주택 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별로 공급 물량을 분산하면 분양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의견은 눈길을 끈다.

건설사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상 옵션 항목, 비용을 늘려 일반 계약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논란이다. 재건축, 재개발 조합이 조합원 이익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올려 잡고,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마진을 높이는 방식이다.

일반 시세에 비해 수백만원 비싼 시스템에어컨뿐 아니라 냉장고·식기세척기·전기 오븐·하이브리드 쿡탑 등 주요 가전을 빌트인으로 적용해 가격을 높이는 사례도 적잖다. 현관장·욕실상품·조명 등 사실상 아파트의 기본 항목까지 유상 옵션으로 만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DL이앤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의 경우 전용 84㎡ 기준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빌트인냉장고, 붙박이가구, 현관장, 조명과 각종 마감재 등 옵션 금액을 모두 합치면 수천만원에 달한다.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거실과 침실 1~3 기준 655만원, 침실과 자녀방 붙박이가구 441만원, 거실 우물 천장 일체형 조명 450만원, 거실 아트월 마감재 305만원 등. 이것만 합쳐도 2000만원에 육박한다.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 입주를 앞둔 이 모 씨는 “기본 분양가만 해도 부담이 컸는데 각종 옵션 금액까지 합치면 분양가가 수천만원 치솟는다. 웬만한 옵션은 기본 분양가에 포함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유상 옵션이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이탈리아제 원목마루, 현관 에어샤워 등 전용 84㎡ 유상 옵션만 1억2000만원 수준이다. 같은 시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라도 옵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GS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디센시아는 전용 84㎡ A타입의 경우 발코니 확장비가 1950만원이었지만, 영등포자이디그니티 전용 84㎡ C타입은 2695만원으로 700만원 이상 높았다. 모델하우스를 화려하게 꾸며 각종 옵션을 늘리고 일부는 패키지로 묶어 계약자가 필요한 옵션만 선택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기본적인 항목 대부분을 옵션으로 빼고 분양가를 대폭 낮춰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동안 주택 분양 시장에 적용했던 ‘마이너스 옵션제’를 다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이너스 옵션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벽지, 바닥재 등 마감재 품목 설치 여부를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골조 같은 최소한의 자재만으로 시공한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실내 구조나 인테리어를 직접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