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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울 아파트 분양가 1년 새 5억↑…고분양가에 신축 열기 식어가

김경민 기자
입력 : 
2024-12-11 10: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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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죽신’ 끝나고 ‘마피아’ 시대?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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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신축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동안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인기 지역도 청약 물량이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청약 경쟁률이 수십에서 수백 대 1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10월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1순위 평균 155.12 대 1을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청약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162.9 대 1)을 제외하면 최고 경쟁률이다. 지난해 1순위 평균 경쟁률(56.93 대 1)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아졌다. 일례로 올 10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는 1순위 평균 1025.5 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신축 인기가 두드러지다 보니 미분양 물량을 둔 시공사들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 클라베뉴’, 경기 광명시 ‘트리우스광명’ 등 수개월째 미분양이 남아 있었던 단지들이 속속 완판에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본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분양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마저 보인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마피 매물이 등장하는 것은 날이 갈수록 오르는 분양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매매가 상승폭보다 분양가 상승폭이 훨씬 가파르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2052만원으로 전년 동기(2009만원) 대비 2.1% 상승했다. 이에 비해 분양가는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 동향을 보면 올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0만원으로 전년 동기(1681만원) 대비 13% 뛰었다. 국민 평형인 전용 84㎡로 환산하면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5억7154만원에서 올해 6억4600만원으로 올랐다.

서울은 분양가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10월 3215만원에서 올 10월 4686만원으로 무려 45.8% 상승했다. 전용 84㎡로 보면 평균 분양가가 10억9310만원에서 15억9300만원으로 5억원이나 오른 셈이다.

3.3㎡당 분양가가 1억원을 넘어 분양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 (윤관식 기자)
3.3㎡당 분양가가 1억원을 넘어 분양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 (윤관식 기자)

올 초 분양한 서울 광진구 ‘포제스한강’은 3.3㎡당 분양가가 무려 1억3770만원에 달해 역대 최고 분양가를 다시 썼다. 128가구 모두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실내수영장, 최고급 사우나, 프라이빗 카 스튜디오 등을 갖춘 고급주택 콘셉트를 내세웠음에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컸다.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의 3.3㎡당 분양가도 6530만원으로 국민 평형인 전용 84㎡ 기준 2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실제로 마피가 등장한 아파트는 대체로 일반분양 당시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에 분양가가 매겨져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다. ㈜한화 건설부문이 2022년 10월 분양한 ‘한화포레나미아’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1억5000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2억~3억원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계약자 절반 이상이 이탈했고 1년 넘게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겨우 완판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 전용 84㎡ 분양가는 8억원대 후반이었지만, 인근 신축 단지 같은 평형 시세는 7억원 후반에서 8억원 초반대 수준이다. 트리우스광명도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11억60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분양가가 치솟은 것은 원자잿값, 공사비 인상 영향이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으로 오르더니 올해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2020년 7만5000원이었던 t당 시멘트 가격은 올해 11만2000원으로 49% 올랐다.

시공사들은 공사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부동산 경기도 갈수록 침체되는 분위기라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간다.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 구하기가 녹록지 않자 시공사를 찾기 위해 공사비를 올리는 경우도 적잖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1월 21일 공사비를 3.3㎡당 846만원에서 858만원으로 올린 내용이 담긴 새 입찰공고를 냈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건설사 여러 곳이 참석했지만,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없었던 탓이다.

정부 대출 규제도 마피 매물이 쏟아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을 틀어막으면서 한도가 많이 줄었다. 이 여파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매도에 나서면서 분양권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분위기다.

이뿐 아니다. ‘입주장’ 효과도 마피 매물이 쏟아진 데 한몫했다. 입주장 효과는 특정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전셋값이 떨어지고, 매매가도 덩달아 일시적으로 하락한다는 논리다. 공급 과잉 상황에서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전셋값 약세가 이어져 잔금 일부를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하려던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는 것.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손절하는 경우가 나타나 마피 매물이 쏟아진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 매수 수요가 꺾이면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가 분양권 처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입지가 좋지 않은 신축 단지 인기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하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분양가가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본다. 금리 인상에 원자잿값,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분양가 낮추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시공사와 시행사 간 갈등이 빈번해지면서 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시공사들은 원자잿값 인상을 반영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시행사들은 대형 시공사가 이윤을 독식하려 한다며 맞서는 입장이다.

일례로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 더스퀘어는 시공사인 이화공영과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2021년 건물이 준공돼 성공적으로 분양이 끝났는데도 건설사가 추가 공사비 80억원을 요구하면서다. 이 사업장 시행 이익은 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시행사는 도저히 추가 공사비를 납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하는 정비구역도 잇따른 소송전에 휘말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 전체 정비구역 554곳 중 103개 구역이 소송 중이다. 서울은 419곳 중 81곳(19.3%)이 소송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총 32건의 분쟁을 조정하는 데 평균 548일이 걸렸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은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갈등을 겪으며 최근 사업이 멈춰 섰다. 지상 최고 35층, 1856가구를 공급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공사비 110억원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단이 대립각을 세우며 문제가 불거졌다. 사업이 주춤하자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분양가 인상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조합과 시행사,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면 금융비용이 점차 쌓여가면서 분양가가 더 뛸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신축 아파트 인기 한풀 꺾이나

‘손피 거래’ 양도세 인상도 부담

내년에도 분양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신축 아파트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분양, 입주권 거래는 급감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 입주권 거래량은 올 8월 150건에서 9월 95건, 10월 79건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도 1월 991건에서 7월 1134건까지 늘었다가 8월 1106건, 9월 761건으로 급감했다.

신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도권 준공 5년 이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재건축,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20년 초과 아파트값 상승률(0.26%)보다 낮은 수치다.

정부 규제도 변수다. 정부가 최근 분양권을 거래할 때 활용되는 소위 ‘손피 거래’ 양도세를 대폭 높이기로 하면서 분양권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손피란 ‘손에 남는 프리미엄’의 약칭.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대신 부담하는 조건의 거래를 말한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그대로 매도자 손에 쥐어주는 거래인데 사실 불법은 아니다.

그런데 국세청은 최근 손피 거래 양도가액 산정 방식을 바꿨다. 일례로 일반분양권 거래에서는 12억원 분양권을 1~2년 보유했다 17억원에 매도하는 경우 매도자가 매각 차익인 5억원에 대해 양도세 3억2800만원(양도세 중과세율 66%)을 부담한다.

하지만 손피 거래로 진행돼 매수자가 양도세 부담을 지면 세금이 더 불어난다. 양도소득세를 양도가액에 합산한 금액 기준으로 다시 한번 양도소득세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를 예로 들면 매수자는 분양권 매각 차익 5억원에 대한 1차 양도세 3억2800만원, 3억2800만원에 다시 양도세율 66%를 적용한 2차 양도세까지 합쳐서 5억45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매수자가 이 분양권을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22억4500만원(17억원+5억4500만원)에 이른다. 정부의 손피 거래 과세 방식 변경으로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양도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분양권 시장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손피 거래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권 거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서울 인기 단지의 경우 다운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특히 신축 아파트 공급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집값이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경기 지역 입주 예정 물량은 총 4만5598가구다. 이 중 용인이 6710가구로 가장 많은 가운데 화성(6402가구), 안양(5523가구), 광명(4395가구) 등에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집값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명의 경우 광명뉴타운과 인근 철산동 일대에 내년까지 약 1만4000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매수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높았던 입주 예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당분간 마피 매물 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수요가 몰렸던 신축 아파트 인기가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신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인근 구축 아파트값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 수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져든 상황에서 시행, 시공사들이 신축 아파트 분양을 꺼리면 주택 공급 감소 우려가 크다. 주택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머지않아 아파트값이 폭등해 ‘패닉바잉’ 사태가 재현될지 모른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도심 역세권 재개발, 재건축 지역 신축 아파트 수요는 꾸준하지만, 대단지로 공급되는 택지지구나 신도시 신축 아파트는 인기가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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