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금속 절삭기계 제조사로 꼽히는 DN솔루션즈가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다.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공모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단위 몸값이 거론되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만큼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해외 매출 비중 80% 이상
450여종 제품 라인업 보유
DN솔루션즈는 그동안 여러 차례 주인이 변경됐다. 회사는 1976년 대우중공업 사업부로 출발한 뒤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되며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16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며 두산공작기계로 또 한 차례 사명을 바꾸고 독립법인으로 전환했다. 2022년에는 다시 DN그룹에 인수돼 현재 상호를 쓰게 됐다.
오랜 업력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제품 라인업이 DN솔루션즈의 최대 강점이다. 회사는 자동차, 정보기술(IT), 반도체, 우주항공 등 다양한 제조업에 필수적인 공작기계를 제조한다. 공작기계란 금속 재료를 이용해 필요한 모양과 치수의 부품·기계 등을 만드는 장치다. 회사는 특히 금속을 깎아내는 절삭가공 장비 생산에 집중한다. 공작물을 회전시키며 고정된 공구로 이를 깎아내는 ‘터닝센터(TC)’와 공작물을 고정한 채 공구가 회전하며 가공하는 ‘머시닝센터(MC)’ 등이 대표적인 절삭기계다. TC와 MC 등 DN솔루션즈가 보유 중인 제품 라인업은 450종 이상이다. 최근 회사는 여러 공작기계 기능을 결합한 복합기도 다수 내놓고 있다.
DN솔루션즈는 해외 진출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멕시코·베트남 법인, 독일 연구소 법인, 유럽 테크니컬센터 설립에 이어, 최근 미국 시카고 테크니컬센터를 오픈하고 인도 벵갈루루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 2030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인도 벵갈루루에 신규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독일 모듈웍스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모듈웍스는 컴퓨터 이용 설계·제조(CAD·CAM) 시스템과 컴퓨터 수치 제어(CNC) 기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DN솔루션즈는 모듈웍스와 함께 공작기계용 디지털 전환(DX), 자동화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회사의 실적 역시 해외 매출이 견인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DN솔루션즈의 지난해 매출 중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은 18%에 불과하다. 회사는 현재 66개국에 진출했으며, 한국·미국·중국·독일·인도·멕시코·베트남 등 7개 국가에서 법인을 운영한다. 지난해 말 기준 공작기계와 자동화 관련 535건의 국내 특허와 150건의 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DN솔루션즈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라며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지역적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연계된 전방 산업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IPO 대어
‘4조’ 몸값 도전장
시장에서 거론되는 DN솔루션즈 몸값은 4조원 안팎이다. 이미 지난 4월 진행한 프리 IPO 투자 유치에서 투자자로부터 2조원을 웃도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상태다. 당시 DN솔루션즈는 국내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2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높은 몸값의 비결은 우수한 수익성이다. DN솔루션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023억원, 영업이익 4362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2조원대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21%에 육박한다. 공작기계 업체 영업이익률이 일반적으로 한 자릿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DN솔루션즈의 수익성이 두드러진다. DN솔루션즈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 8%에 그쳤으나 2021년 12%, 2022년 17%, 2023년 21% 등으로 매년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 증가에도 고정비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 고정비 상쇄 효과가 나타나며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공작기계의 자동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평균판매단가(ASP) 또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도 ASP가 높은 제품군 위주로 구성을 조정하는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투자업계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 DN솔루션즈의 우수한 수익성을 보여준다. PEF 운용사는 높은 성장성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한 뒤 향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지분을 매각한다. 앞서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에 이어 올해 스틱인베스트먼트 투자까지 국내 대형 PEF 운용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DN솔루션즈다. 그만큼 PEF 운용사가 DN솔루션즈의 성장 여력이 높다고 판단한 셈이다.
화려한 상장 주관사도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DN솔루션즈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UBS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공동 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름을 올렸다. 투자업계에서 DN솔루션즈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DN솔루션즈는 지난 10월 8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IPO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예비심사 기간이 영업일 기준 45일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상장에는 무리가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심사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DN솔루션즈는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부채비율은 68%로 재무 구조도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 우려도
공모자금으로 R&D 투자 확대
다만 투자자가 우려하는 대목은 모·자회사 동시 상장 이슈다. 앞서 SK, LG, 두산 등 수많은 기업이 알짜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시켜 주주들 원성을 샀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 모회사에 반영되던 자회사 가치가 그만큼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자회사 동시 상장 논란에서 DN솔루션즈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DN솔루션즈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특수목적법인(SPC)인 지엠티홀딩스가 DN솔루션즈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지엠티홀딩스는 DN오토모티브가 DN솔루션즈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SPC다. 즉, DN오토모티브가 지엠티홀딩스를 보유하고, 지엠티홀딩스는 다시 DN솔루션즈를 지배하는 구조다. DN오토모티브가 코스피 상장사라는 점에서 DN솔루션즈의 상장을 두고 투자자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회사는 SK, LG, 두산 등의 동시 상장 사례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DN솔루션즈는 상장사인 DN오토모티브가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한 회사가 아니다”라며 “동시 상장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사업부를 떼 상장시킨 사례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공모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성장을 위한 R&D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공작기계 시장은 갈수록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DN솔루션즈 역시 시장 수요에 맞는 고급화 제품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시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작기계를 포함해 공장 자동화에 대한 고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DN솔루션즈 역시 신기종 개발과 자동화 솔루션 사업 확대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8호 (2024.12.11~2024.12.1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