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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FTX 파산 2년…솔라나는 어떻게 부활했나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나건웅 기자
입력 : 
2024-12-03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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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시총 3위 코인 등극한 ‘솔라나’

미국 대통령 대선이 끝난 11월 5일. 글로벌 디지털자산(코인) 시장에 ‘비트코인 열풍’이 휘몰아쳤다. 사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예견된 결과에 가까웠다. 그간 친비트코인 관련 공약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최종 당선된 결과다.

진짜 이변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코인)에서 나타났다. 2021년 초부터 지난 수년간 변동이 없던 ‘시가총액 3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다음으로 시총이 큰 코인은 중국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가 발행한 ‘BNB 코인’이었다. 하지만 대선 직후 상황이 바뀌었다. 늘 밑자리에 머물렀던 ‘솔라나’ 가격이 무섭게 올라가며 단숨에 순위를 탈환한 것. 11월 28일 기준 솔라나는 BNB와 시총을 30조원 가까이 벌리며 비트코인·이더리움과 함께 새로운 빅3를 형성했다.

이번 순위 변동이 더 극적인 이유가 있다. 솔라나는 지난 2022년 코인 거래소 FTX 파산 사태로 시총 15위 바깥으로 밀려나는 등 이른바 ‘나락’을 경험했던 코인이다. 밑바닥에서 부활한 솔라나 급등 배경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누구나 밈 코인을 손쉽게 발행할 수 있는 솔라나 기반 플랫폼 ‘펌프펀(Pumpfun)’이 인기를 얻으며 솔라나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펌프펀’ 화면에 유저가 만든 밈 코인이 올라와 있다. (펌프펀 홈페이지 갈무리)
누구나 밈 코인을 손쉽게 발행할 수 있는 솔라나 기반 플랫폼 ‘펌프펀(Pumpfun)’이 인기를 얻으며 솔라나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펌프펀’ 화면에 유저가 만든 밈 코인이 올라와 있다. (펌프펀 홈페이지 갈무리)

FTX 파산에 ‘나락’ 갔던 솔라나

이더리움 킬러 기대에도…90% 폭락

29만5000원 → 1만7000원 → 33만5000원. 순서대로 2021년 11월, 2022년 11월, 그리고 올해 11월까지. 솔라나가 보이는 가격 변화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다. 최근 기준으로 따지면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0배 가까이 오른 급등세지만, 그 이전에 급격한 추락 역시 있었다.

2021년만 해도 솔라나는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꼽혔다. 당시 투자자 관심은 ‘이더리움 킬러가 누가 될 것이냐’에 쏠려 있었다. 가치 저장 수단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이라는 차별점을 앞세워 성장해왔다.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마치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처럼, 코인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이 여타 프로그램 개발·운영 기반이 되는 ‘운영 체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너무 느린 속도와 비싼 수수료였다. 업계는 이더리움보다 더 나은 사양으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이더리움 킬러’ 경쟁에 돌입했다.

2021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코인이 ‘솔라나’다. 이더리움보다 수천 배 빠른 초당 거래 처리량과 저렴한 수수료 덕에 솔라나를 기반으로 한 코인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해갔다. 2021년 초 1만원을 밑돌던 솔라나 가격은 본격적인 ‘코인 불장’ 돌입과 함께 3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문제는 2022년 11월 터졌다. 글로벌 코인 거래소 FTX 파산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솔라나는 FTX와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었다.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리서치는 초창기부터 솔라나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던 최대 후원자였다. FTX도 솔라나를 간판 코인으로 밀며 거래량을 끌어올린 거래소다. FTX와 알라메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그간 보유해왔던 솔라나를 덤핑(대량 저가 매각)하기 시작했고, FTX 딱지가 붙은 솔라나는 가격뿐 아니라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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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나 급등 이끈 2가지 호재

ETF 기대감 + 대세 된 밈 코인

최악의 위기를 경험한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던 솔라나는 미국 대선 직후 ‘급반전’을 맞이했다. 11월 5일 21만원이었던 가격이 급등,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더니 24일에는 37만원까지 치솟았다.

‘코인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 이유가 없다’고들 하지만 솔라나에는 분명한 호재가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는 크게 두 가지 기대감이 솔라나 급등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과거형이 아닌, 앞으로도 유의미한 호재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 관심이 모인다.

첫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은 ‘세 번째 현물 ETF 코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코인 ETF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개혁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다음 후보로 거론된 코인이 ‘솔라나’다. 올해 6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7월에는 21셰어즈가 잇따라 솔라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신청해놓은 상황이었다. 10월에는 카나리캐피탈이, 11월에는 비트와이즈까지 솔라나 ETF 승인전에 합류했다. 이미 솔라나 ETF 거래를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올해 8월 브라질 증권위원회는 세계 최초로 솔라나 현물 ETF를 승인한 바 있다.

현물 ETF 승인 이후 미국 자본 시장 유동성이 솔라나에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격이 폭등했다. 다음 타자 찾기에 나선 투자자 매수세가 몰렸다. 한 코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당시에도 비트코인보다 더 많이 오른 코인이 이더리움이었다. 다음 ETF 승인이 유력한 이더리움을 미리 사놓자는 수요가 컸다”며 “최근에도 차기 ETF 승인이 유력한 솔라나와 리플 등에 매수세가 쏠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밈 코인 효과다. 최근 대세로 각광받는 섹터(투자 분야)가 바로 ‘밈 코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CEO)가 힘을 싣고 있는 도지코인을 비롯해 시총 100위권 코인 중 10개가 밈 코인일 정도로 기세가 좋다.

‘솔라나와 밈 코인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 수 있다. 내막을 살펴보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밈 코인 대부분이 솔라나를 기반으로 개발·지원되고 있다. 시총 4위 밈 코인 ‘봉크’가 대표적이다. 봉크는 2022년 솔라나 기반 코인 지갑에 에어드롭(무상 지원)됐다. 봉크 인기가 높아지면서 솔라나 지갑 거래량이 급증했고, 지갑 거래에 필요한 화폐 역할을 하는 솔라나 수요가 오르면서 덩달아 가격이 뛰었다. 도그위프햇, 팝캣, 피넛 같은 시총 상위 밈 코인도 마찬가지로 솔라나 기반으로 성장했다.

누구나 쉽게 밈 코인을 만들어 팔 수 있는 플랫폼 ‘펌프펀’ 인기도 솔라나 생태계 확장 비결이다. 펌프펀은 솔라나 기반으로 만든 ‘밈 코인 발행 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밈 코인 발행 수수료는 솔라나로 낸다. 0.02솔라나(SOL)만 내면 나만의 밈 코인을 발행해 유통할 수 있다. 밈 코인 호황에 너도나도 제작에 뛰어들면서 펌프펀 인기도 급등했다. 올해 9월 출범한 펌프펀이 지금까지 현금화한 솔라나만 약 90만개, 한화로 약 3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펌프펀에서 발행한 밈 코인이 거래소 상장 후 거래될 때도 솔라나가 반사효과를 본다. 밈 코인 대부분은 솔라나 기반 탈중앙화 코인 거래소 ‘레이디움’에서 거래된다.

거래 수수료를 낼 때도 역시 솔라나가 화폐처럼 쓰인다. 밈 코인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솔라나 지갑 ‘팬텀’도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밈 코인 활성화가 여러모로 솔라나 수요를 늘리는 셈이다.

호재가 많기는 하지만 단기 대규모 투자는 금물이다. 쓰임새가 늘어나는 만큼, 펌프펀처럼 대량 매도 압박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ETF 호재가 ‘선반영’됐다고 보는 이도 있다.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솔라나는 최고점 37만원에 다다른 이후 가격이 빠지기 시작해 현재는 33만원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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