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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순자산 15조 돌파…한투운용·KCGI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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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퇴직연금 환승 시대 [스페셜리포트]
퇴직연금 실물 이전이 10월 31일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이 고객 모으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해 연금 상품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내놓는가 하면 자사 상품으로 옮겨 타는 이들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도 벌인다. (매경DB)
퇴직연금 실물 이전이 10월 31일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이 고객 모으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해 연금 상품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내놓는가 하면 자사 상품으로 옮겨 타는 이들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도 벌인다. (매경DB)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본격화하자 은퇴 시점에 따라 운용 가능한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대한 관심도 높다. TDF는 투자자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 시점)’로 설정하고 연령대별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펀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할 금융상품을 정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DC형 선택자 가운데 대부분은 무관심 속 방치된 탓에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됐다. 미국 등 연금 선진국에선 디폴트옵션 도입 뒤 TD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연평균 6~8%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올 10월 들어 15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4월 처음 출시된 TDF는 2018년 말 순자산 1조원 초반에 불과했으나 5년 반 만에 약 14배 늘었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 도입 후 성장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TDF 인기 비결 핵심은 ‘편리함’이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TDF 상품에는 ‘2025’ ‘2035’ ‘2050’ 등 네 자리 숫자가 붙는데 이것이 해당 상품의 타깃데이트다.

예를 들어 60세에 은퇴할 계획이 있는 1975년생 직장인이라면 목표 시점은 1975에 60을 더한 ‘2035’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자산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다. 가입자는 처음 가입 당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일일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높은 수익률도 TDF 인기 요인 중 하나다. TDF는 글로벌 분산 투자로 하락장에서 손실폭을 최소화하면서 상승장에는 높은 수익을 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TDF 상품 평균 수익률은 13.6%로 퇴직연금 원리금 상품(4%)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냈다. TDF는 2022년(-14.8%)을 제외하면 매년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 뛰어난 수익률을 냈다. 201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약 8%다.

운용사 간 각축전도 치열하다. 데이터·알고리즘 기반 라이프·은퇴 설계 서비스 기업 아이랩에 따르면, 연초 이후 10월 말 기준 빈티지(목표 은퇴 시점)별 수익률을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을 필두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두각을 보였다.

이 기간 한국투자운용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2035·2040 ·2045·2050·2060 등 대부분 빈티지에서 15~23% 수익률로 선두를 달렸다. TDF 수익률은 운용펀드를 기준으로 하며 이는 수수료와 보수를 공제하지 않은 총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NH아문디자산운용 ‘NH- Amundi하나로TDF’는 2025 빈티지에서 11.82% 수익률로 선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전략배분TDF 솔루션’은 TIF에서 9.54% 수익률로 준수했다. TIF는 타깃인컴펀드(Target Income Fund)의 줄임말로 은퇴 후 퇴직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상품이다.

10월 한 달 수익률만 놓고 보면 KCGI자산운용 ‘KCGI프리덤TDF’가 두각을 보였다. ‘강성부 펀드’ 이미지가 짙었던 KCGI자산운용이 TDF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종합자산운용사로 정체성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단 평가다.

한편, 국내 주요 TDF를 망라한 벤치마크 ‘MK-Glide TDF 지수’보다 뛰어난 수익률(지난 4월 1일 이후 10월 말 기준)을 거둔 운용사도 한국투자운용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모든 빈티지에서 상대 수익률 선두를 달렸다. 매경이코노미는 아이랩과 손잡고 ‘MK-Glide TDF 지수’를 공동 개발했다. MK-Glide TDF 지수는 지난 4월 1일을 기준점으로 한다. 2030, 2035, 2040, 2045, 2050 등 빈티지별 하위 지수(sub-index)로 이뤄진다.

갈아타기 유의점은?

같은 유형끼리만 이전 가능

DB↔DB, DC↔DC, IRP↔IRP.

어찌 보면 수학 공식 같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같은 유형끼리만 옮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 IRP 상품을 들고 있다면 IRP 상품이 있는 증권사로만 이전이 가능한 식이다. DB 간 또는 DC 간 이전은 회사(계약 주체)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사업자 간에만 이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DC 제도의 근로자는 소속 회사가 퇴직연금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금융회사들 내에서의 이전만 가능하다.

더불어 운용 중인 상품과 동일한 상품을 새 금융기관이 취급해야 이전이 가능하다. 은행 IRP에서 AI ETF 상품을 선택해뒀다면 옮기고픈 증권사에도 이와 같은 상품이 있을 때 이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보험계약 형태의 퇴직연금 계약, 디폴트옵션 상품 등 계약 또는 상품의 특성에 따라 실물 이전이 불가한 경우도 있는 만큼 상품 유형도 잘 살펴야 한다.

잠깐용어 *퇴직연금 |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등으로 나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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