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외 경제는 2024년보다 더 안갯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또 한 번 해를 넘겨 장기화되고 있고 경기 불황에 각국 주머니 사정도 더욱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매경이코노미는 불황에 지친 우리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자는 뜻의 ‘ACCELERATE’를 통해 2025년을 관통할 주요 이슈와 전망을 살펴본다.
첫째, AGI(범용인공지능)다. 2024년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인공지능(AI)이 삼켰다. 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을 구축한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화학상은 AI를 기반으로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 존 점퍼 수석연구원이 차지했다. 그야말로 AI 붐이다. 일각에서는 2025년을 기점으로 AI를 넘어선 AGI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AGI는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둘째, 대폐업의 시대(Close-down)다. 2023년 폐업 자영업자(98만6487명)는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폭으로 늘어났다. 2024년에는 100만명이 넘어설 전망이다. 2025년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자영업 포화’는 해묵은 이슈지만 중장년층 재취업 등 다른 선택지는 여전히 태부족이다.

코로나보다 더한 자영업 위기
초가성비의 시대 이어질 듯
셋째, 불황에 더 중요해질 ‘초가성비(Cheaper)’다. 고물가 장기화에 지갑 열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자연히 구매 결정 때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 유통가 화두로 떠오른 ‘초가성비’ 트렌드는 2025년에도 유효할 전망이다. 부진한 소비 심리에도 잘나가는 브랜드와 채널은 분명 있다. ‘무조건 5000원 이하’를 앞세운 다이소가 대표 사례다. 다이소는 이제 화장품 주요 채널로도 각광받는다. 2024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프리미엄을 앞세운 국내 양대 뷰티 대기업이 모두 다이소에 입점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식음료 시장도 ‘초저가’가 대세다. 대폐업 시대에도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저가 커피는 매장 수와 실적이 꾸준히 오름세다.
넷째,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Environmental Crisis).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점점 길어지고 극한으로 치닫는다. 여름철 폭염은 이제 일상이 됐다. 2024년 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5.6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열대야 일수(20.2일)는 평년보다 13.7일 많았으며, 폭염 일수(24일)도 평년(10.6일)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24년 여름 40℃의 폭염을 예고했던 기후학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2024년 11월 초까지 20℃대 더위가 이어지다 갑자기 추워져 영하 18℃의 한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2025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뺄수록 좋은 ‘제로 트렌드(Less is more)’는 2025년을 대표할 키워드다. 처음에는 단순히 칼로리만 줄이려는 수요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설탕, 카페인, 알코올 등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제거한 식품이 늘어나고 있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지향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5년 새 8배 가까이 성장하며 1조원(2023년 기준)에 도달했다. ‘코카콜라 제로슈거’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 제로슈거’ 등은 대표 제로 탄산음료로 자리 잡았다. 제로 트렌드는 음료뿐 아니라 식품, 주류, 천연 원료를 도입한 패션 제품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건강에 이로운 것을 넘어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 패턴과 맞물려 그 수요가 늘고 있다.
여섯째, 안타깝게도 극단적 대립과 분열(Extreme Conflict)이 이어질 듯 보인다. 사회 전반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념·정치 성향부터 세대·성별까지 자신과 다르면 공격하는 게 일상이 됐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국가 중 2위에 달했다. 종교 분쟁을 겪는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갈등이 심한 국가는 없다.
일곱째,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구독경제(Rental & Subscription)가 이어진다. 과거 신문과 잡지에 한정됐던 구독 문화는 이제는 미디어와 생활용품, 식음료, 예술, 건강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일상 속 소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성공을 시작으로 커피, 음식, 자동차, 심지어 명품 가방까지 구독경제 영역이 확대됐다. 원래 구독경제는 렌털과 결합해 고가의 가전제품, 생활가전 등 분야에서 주목받았다. 정수기와 비데로 시작된 렌털 시장은 음식물처리기, 의류관리기, 안마의자 등 고가의 가전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국내 렌털 시장은 2020년 약 40조원에서 2025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체 사회 개선될까 주목
읽는 이가 아름답다…텍스트힙
여덟째, 한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체 사회’의 일상화(Arrears)를 피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급증하는 N수생이 대표 사례다. 2023년 대입 수능을 치른 N수생 비율은 35.3%(17만7942명)로 28년 만에 최대치다. 학령인구는 줄고, N수생은 늘고 있는 기현상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눈높이를 충족 못했다는 판단에 선택한 길이다. 취업도 마찬가지. 일자리를 알아보다 막막한 마음에 ‘도피성 대학원 진학’을 택하기도 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주위를 둘러보면 40대 초반 신혼부부(2023년 혼인 1만949건)가 20대 초반 신혼부부(1만113건)보다 흔한 세상이 됐다. 결혼이 늦다 보니 자연스레 출산 시점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아홉째, 2024년 시작된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을 듯 보인다. 텍스트힙이란 글자(text)와 세련됐다는 뜻의 영단어 힙(hip)의 합성어. 말 그대로 글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 ‘멋짐’을 느끼는 것이다. 영국, 미국의 10대 사이에서 퍼지던 ‘텍스트힙’ 현상은 2024년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독서가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텍스트힙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1020세대는 물론 30~60대까지 서점을 찾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포비아(EV- phobia) 현상이다. 지난 8월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대중에 공포감을 심어줬다. 주차 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는 건물이 속속 등장하며 전기차 차주의 불편함도 가중됐다. 이에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디젤에서 전기차로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다소 지연되고는 있지만 글로벌 친환경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기차 공포증이 퍼지는 현상은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