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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성비 왕, ‘노도강’ ‘금관구’엔 아직도 많다

정다운 기자
입력 : 
2024-10-2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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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억대 아파트 어디?

연초까지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올 상반기부터 급등하면서 잠시나마 낮아졌던 실수요자 진입장벽이 다시 높아졌다. 디딤돌대출, 신생아특례대출 등 혜택을 보기 위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는 많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원을 훌쩍 넘었고, 강북 14개구 가격마저 9억원 중반대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이제는 눈높이를 7억원대에는 맞춰야 웬만한 대단지 25평(전용 59㎡)짜리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게 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4378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12억39만원에서 올 2월 11억9568만원까지 소폭 내렸다가 이후에는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달 서울 강북 14개구 평균 아파트값은 9억4500만원, 강남 11개구 평균은 15억1295만원이었다. 서울에서 20평대인 전용 60㎡ 미만 소형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해도 평균 7억8197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서울에서 2~3인 가구가 지낼 집을 마련하려면 예산을 7억원 안팎으로 높여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전보다 예산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인 만큼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 여전히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서울 시내에 실수요자가 관심 가질 만한 7억원 안팎 아파트가 남아 있을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월 23일 기준 올 하반기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6억원 이상~8억원 미만’ ‘전용 50㎡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노원구(395건)다. 이어 ▲성북구(366건) ▲동작구(263건) ▲구로구(244건) ▲동대문구(241건) ▲강서구(183건) 순으로 저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단지 규모 500가구 이상, 전용 59㎡ 이상인 가성비 아파트를 찾아봤다.

서울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2856가구)’ 아파트 전경. 이 단지는 1990년 준공돼 올해로 35년 차를 맞은 구축 아파트지만 전용 59㎡가 아직도 6억원 안팎에 사고팔리고 있다. (윤관식 기자)
서울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2856가구)’ 아파트 전경. 이 단지는 1990년 준공돼 올해로 35년 차를 맞은 구축 아파트지만 전용 59㎡가 아직도 6억원 안팎에 사고팔리고 있다. (윤관식 기자)

도심 출퇴근은 노도강

30평대 아파트 7억원대에 매매

6억~8억원 거래가 가장 많았던 노원구에서 매매가 특히 활발했던 단지는 ▲공릉풍림아이원(1601가구) ▲태강아파트(1676가구) ▲한진한화그랑빌(3003가구) 등이다. 이외에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상계동 일대 주공아파트 단지들과 재건축·주변 개발 호재가 몰린 월계동 ‘월계시영’, 동북선 개통 수혜 단지 ‘롯데캐슬루나(850가구)’ 등에서도 매매 거래가 활발했다.

특히 월계시영아파트는 일명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이라 불리며 재건축 투자자에게 널리 알려진 단지다. 단지 바로 옆에선 40여년간 강북 지역 숙원 사업으로 손꼽혀온 광운대역 물류 부지 개발이 가시화돼 기대가 크다. 미미삼에서는 가장 큰 평형인 전용 59㎡가 지난 10월 첫째 주 7억6700만원에 실거래됐다.

노원구와는 늘 ‘노도강’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거론되는 도봉구, 강북구 역시 가성비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노원구와 비교해 매매 거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달리 얘기하면 제법 괜찮은 가격에 널찍한 아파트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도봉구에서는 ▲대상타운현대(1278가구) ▲창동대우(952가구) ▲창동태영데시앙(958가구) ▲도봉휴한신(2678가구) 등에서 전용 84㎡(옛 34평)를 6억~8억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2001년 준공한 대상타운현대는 1호선 방학역까지 도보 5분이면 도착 가능한 초역세권이다. 중랑천을 끼고 있는 데다 창도초·창동중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지난해 8억원대에도 거래됐던 전용 84㎡가 올 들어 7억원 후반대에 사고팔렸다. 최근 호가는 8억원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저층, 급매물 위주로 여전히 7억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이외에 재건축 호재가 있는 ‘창동주공3단지(2856가구)’ ‘쌍문한양1차(824가구)’에서는 투자 삼아 전용 59㎡를 눈여겨봄직하다. 창동주공3단지는 1·4호선 창동역 초역세권 단지다. 가장 넓은 평형인 전용 84㎡가 지난 8월 7억6000만원(13층)에 거래됐고 여전히 7억2000만~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강북구에는 경전철 우이신설선을 따라 선택지가 꽤 많다. ▲벽산라이브파크(1585가구) ▲삼성래미안트리베라1·2차(1247가구, 1330가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 ▲두산위브트레지움(1370가구) ▲미아경남아너스빌1차(860가구) ▲수유벽산1차 ▲수유삼성래미안아파트 등이다.

2004년 준공된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와 SK북한산시티는 우이신설선 솔샘역을 단지 바로 앞에 둔 초역세권 단지다. 이 노선을 타고 2호선 지선 신설동역까지 이동하면 편리하게 강남권 출퇴근이 가능하다. 벽산라이브파크에서는 중대형 평형인 전용 114㎡가 지난 10월 6억7000만원(3층)에 계약서를 썼다.

미아경남아너스빌1차는 도보로 4호선 미아사거리역을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4호선까지 제법 걸어야 하지만 2026년 7월 단지 바로 앞에 왕십리역까지 바로 이어지는 동북선이 개통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전용 84㎡ 매물이 7억원 중반대에 나왔다.

성북구도 의외로 6억~8억원 매매 거래가 많다. 도심과 크게 멀지 않으면서 인근 길음뉴타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예를 들어 정릉동 길음뉴타운경남아너스빌(860가구)은 우이신설선 정릉역과 4호선 길음역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나름 더블 역세권을 누릴 수 있다. 길음뉴타운래미안1·9단지와 가깝다. 돈암동 길음삼부컨비니언(684가구)은 준공 27년 차를 맞은 노후 단지지만 4호선 길음역과 맞붙어 있는 초역세권이라 선호도가 높다. 전용 59㎡가 6억원 중후반대에 매물로 나오는데, 바로 옆 ‘길음역롯데캐슬트윈골드(395가구)’ 전용 59㎡가 11억원 후반대에 매물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 좋은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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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강동구는 서울 끝자락?

한강뷰 가능한 가성비 아파트

강서구와 강동구는 각각 서울 끝자락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출퇴근지만 가깝다면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강서구에서는 ▲염창동동아(778가구) ▲마곡동벽산(479가구)을 눈여겨봄직하다. 1998년 준공된 염창동동아에서는 지난 10월 초 전용 59㎡가 7억4000만원에 사고팔렸고, 이후 비슷한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마곡동벽산은 500가구가 채 안 되고 9호선 양천향교역을 이용하려면 마을버스를 타야 하지만, 한강뷰가 가능하면서 단지 양옆으로는 녹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용 59㎡가 7억2000만원 선에 매물로 나온다.

‘강남 4구’로 꼽히는 강동구에서는 강일동 강동리버스트4단지(1239가구)가 녹지 풍부하고 한강변에 위치한, 심지어 신축인 아파트다. 전용 59㎡가 지난 9월 7억3600만원(17층)에 실거래됐고, 아직 7억3000만~7억8000만원에 매물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외에 구로·가산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한다면 구로구 구로동 ‘삼성래미안(1244가구)’을 눈여겨보자. 7호선 남구로역과 가까워 인근 산업단지뿐 아니라 강남권으로 출퇴근하기 편리한 입지다. 전용 59㎡가 지난 10월 초 7억3500만원(17층)에 손바뀜됐고 7억원 중후반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저층 매물은 6억원 후반대에도 구매 가능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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