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배달 플랫폼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앱 3사가, 가게를 꾸려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중개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것이 자영업자 주장이다. 음식점주와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중가격제’로 대응에 나섰다.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높게 책정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중가격제가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며, 배달 앱 수수료는 이제 소상공인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예의 주시하는 이슈가 됐다.
배달 앱 3사 중에서도 비난은 유독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쏠린다. 여타 플랫폼과 비슷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와 정치권 사이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는 “추악한 형제들” “비열한 사업자” 같은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배민이 특히 욕을 더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자영업자와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 1위 사업자인 배민이, 자사 이익을 위해 입점 점주를 오랜 시간 기망해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입점점주가 음식 배달 가격을 먼저 낮추면 수수료를 내리겠다”는 조건부 상생안을 내놓으며 비난 여론이 더 뜨거워졌다.

민심 나락으로 간 ‘배달의민족’
자영업자 ‘보이콧’…이용자도 감소
최근 배민을 둘러싼 자영업자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올해 초, 배달비를 고정으로 내고 정률형 수수료를 골자로 하는 새 요금제를 도입하며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배달 수수료 문제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조정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논의는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올해 8월 배민은 기존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이슈를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입점점주는 ‘배민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음식점 사장님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배민 보이콧은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번졌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5개 브랜드(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가맹점주 협의회는 조만간 한데 모여 배민 보이콧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점주 단체 측은 배민이 새로 도입한 무료 배달 서비스 ‘배민클럽’을 임시적으로 이용하지 않거나 서비스 탈퇴 등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차이즈 점주 사이에서 특정 배달 앱에 대한 단체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산하 1000여개의 회원사와 12만여개의 소속 가맹점주 역시 앞서 7월 입장문을 내고 배민 수수료율 인상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통계에서도 사장님이 배민을 떠나기 시작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배민 점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민사장님’ 사용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9월 배민사장님을 이용한 일간 사용자 수(DAU) 평균은 하루 15만877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7만8200명)과 비교하면 2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직전 달인 올해 8월(16만2700명)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사장님뿐 아니다. 배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반 소비자도 배민 앱 사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올해 9월 평균 일 사용자 수는 약 557만명으로 전월인 8월 약 581만명 대비 24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쿠팡이츠 사용자 수는 도리어 증가했다. 8월 평균 DAU가 164만명에서 9월에는 170만명까지 늘었다. 올해 10월에는 그간 유지해왔던 ‘배달 시장 60%’ 점유율도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도 배민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는 배민 광고·수수료 정책을 강하게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배민은 점주를 모으고는 추후 수수료를 올려버리는 등 시장적 지위를 확보한 다음 제도를 바꾸는데 굉장히 교활하다”며 “운영사 이름을 ‘추악한 형제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날 선 비판에 나섰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배민은 총 14번 약관을 변경했고, 96개 조항에 약관 내용을 신설·개정 또는 삭제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변경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있거나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배민은 약관 변경을 굉장히 빈번하게 하고 강압적인 계약 구조로 자영업자 생존을 위협한다는 원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나건웅·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