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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람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생애주기 맞춤형 시대

유전병 테스트부터 원격 진료까지
핵심 키워드 ‘예방·웰니스’

이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엿한 가족이라는 의미를 가진 ‘반려동물’이 표준어가 됐다. 반려동물이 가족 반열에 오르면서 가장 큰 기회를 맞이한 분야는 ‘펫스케어(펫+헬스케어)’다. 그동안은 영양제나 사후 치료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예방과 일상 속 건강 체크에 초점이 맞춰진다. 테스트 키트를 활용해 발생 가능한 유전적 질환을 미리 파악하고, 첨단 웨어러블 기기로 일상 속 건강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펫스케어 시장 키워드가 ‘예방과 웰니스’로 진화했다.

DNA 채취 형태로 반려견의 유전적 질환 가능성을 진단하는 엠바크 서비스. (엠바크 갈무리)
DNA 채취 형태로 반려견의 유전적 질환 가능성을 진단하는 엠바크 서비스. (엠바크 갈무리)

유년기 ‘유전병’ 테스트

반려동물 진단 시장 급성장

반려동물은 동종 간 교배 등 인위적 교배가 많다. 이에 유전적 질환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반려견의 경우 약 70%가 ‘슬개골 탈구(Patella Luxation)’ 위험 인자를 보유 중이라고 알려졌다. 인위적 교배가 만들어낸 유전적 질환의 일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슬개골 탈구뿐 아니라 반려동물이 겪는 유전 질환은 다양하다. 반려동물이 어릴 때 미리 유전 질환 발병 가능성을 파악해 예방하려는 반려인이 늘어나는 이유다. 반려동물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증가 속도 대비 동물병원 의사가 적은 만큼, 예방을 중요시하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예방·진단’ 시장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곳은 미국 펫스케어 업체 ‘엠바크(Embark)’다. 미국 기업이지만 국내 반려인들도 ‘엠바크 후기’를 블로그와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올릴 만큼 국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엠바크는 DNA 채취 형태로 반려견의 유전·건강상 위험 요인을 진단한다. 검사 방식은 단순하다. 약 200달러(약 26만원) 정도 비용을 내면 엠바크가 반려인 측에 검사 키트를 배송한다. 검사 키트에는 DNA 채취용 면봉과 가이드가 들어 있다. 반려견 침을 채취하기 위해 반려견 입안 볼 부분을 면봉으로 문지르면 샘플 채취는 끝난다. 전문가 도움 없이 반려인 스스로 쉽고 빠르게 진행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채취한 DNA 샘플을 엠바크가 검사 키트에 별도 기재한 주소에 보내면 끝이다.

국내 반려동물 진단 시장도 개화 단계다. 특히 MRI(자기공명영상법), X-ray(엑스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영상을 기반으로 진단하는 기술이 눈에 띈다. 영상 진단 기술의 핵심은 찍힌 영상을 잘 분석하는 것.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분석 수준을 높였다. SK텔레콤이 2022년 선보인 ‘엑스칼리버’가 대표 사례다. 동물병원에서 촬영한 반려동물 엑스레이 사진을 ‘벳(VET)’이라 AI 프로그램으로 분석한다. 평균 엑스레이 분석 시간은 15초. 늦어도 1분이면 질병 판단이 끝난다. 수의사는 이를 참고해 질병을 최종 판단한다. 초기에는 반려견에 한정해 서비스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고양이로 진단 범위를 넓혔다.

건강 케어 본격화 성년기

‘스마트 기기’ 활용 케어 각광

반려묘, 반려견 등 반려동물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로 과거와 비교하면 2~3년가량 늘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하루라도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반려인 소망은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성년기부터 반려동물 건강관리에 집중하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가 주목받는다. 반려동물이 먹은 사료량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사료 그릇이나 배설량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화장실, 위치 추적기와 심박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목걸이가 대표적이다. 대다수 기기는 모바일 앱과 연동돼 반려동물 일상생활에서 축적된 행동·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본 토레타(Toletta)는 반려묘를 겨냥했다. 고양이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센서로 측정한 체중이나 소변량, 화장실 체류 시간 등 데이터를 기록한다. 이후 AI로 분석해 비뇨기 질환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즉시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유료 멤버십 구독 회원에게는 수의사와 원격 진료까지 연결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펄송’이 있다. 반려묘를 겨냥한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LavvieBot)’이 핵심 상품이다. 고양이 배변 활동 모니터링을 돕는다. 모니터링은 앱과 연동되는데 고양이 배변 횟수나 화장실에 머문 시간 등을 기록한다.

스마트 목줄은 미국 피트바크(FitBark)가 알려졌다. 초기에는 위치 추적(GPS) 기능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 활동 전반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수면 주기나 이동 거리, 소모 칼로리양 등 반려동물 건강·행동 전반을 실시간 추적한다. 국내 기업 ‘우주라컴퍼니’도 눈에 띈다. 자체 개발한 동작 감지 센서가 들어간 웨어러블 기기(캣모스 등)를 반려동물 목에 착용시키면 먹고 마시는 것뿐 아니라 재채기, 구토, 땅을 긁거나 점프하는 행동 등을 센서가 인식해 예측 기술을 통해 질병을 추론한다.

고급 애견 유치원 ‘개러리아’의 ‘아쿠아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깜디의 모습. (윤관식 기자)
고급 애견 유치원 ‘개러리아’의 ‘아쿠아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깜디의 모습. (윤관식 기자)

늙고 자주 아픈 중장년기

수의사 비대면 진료 눈길

반려동물도 늙고 병들기 마련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견과 고령묘의 경우 외출 자체가 어렵다. 아플 때마다 병원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집 근처 동물병원이 없는 경우 자동차 등 운송 수단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1%가 “반려동물 원격 진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43.2%는 “반려동물 원격 진료 서비스가 나온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진단서와 처방전 등을 발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직접 대면 진료’인 만큼 사실상 비대면 진료는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반려동물 AI 건강관리 앱 티티케어를 서비스하는 에이아이포펫의 ‘AI를 활용한 수의사의 반려동물 건강 상태 모니터링 서비스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국내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직접 촬영해 티티케어 앱에 올리면 AI가 분석해 이상 건강 징후를 알려주고, 수의사와 실시간 상담 서비스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규제샌드박스 기간은 2025년까지다.

이별 고민 깊어지는 노년기

운구·화장까지…장례 문화 확산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별은 어려워진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준비해야 할 일이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반려인 중 63.4%가 노령견을 기르며 느낀 가장 어려운 점으로 “죽음에 대비해야 하는 것”을 꼽았다. 다만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땅에 묻을 수 없다. 쓰레기봉투(생활폐기물)에 넣어 처리하거나 동물병원에 처리 위탁 혹은 동물 전용 장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이에 동물 전용 장묘 시설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업체 21그램은 반려견, 반려묘부터 새·거북이까지 다양한 반려동물의 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순 반려동물 사체 처리를 위한 ‘화장 시스템’이 아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장례지도사가 염습부터 추모, 화장, 수·분골까지 진행한다. 또 반려동물을 화장 장소까지 편안하게 데려갈 수 있도록 운구 차량과 기사도 제공한다.

‘헉’ 소리 나는 진료비 부담 덜어주는 펫보험
‘펫’ 치료비 90% 지원 상품 수두룩

나이가 들수록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일이 잦아진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른 반려동물 양육비는 월평균 21만6000원. 이 중 병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만만치 않은 진료비 걱정을 줄여주는 펫보험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손해보험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펫보험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장 내용을 확대하고 가격은 낮춘 다양한 상품이 연이어 등장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을 파는 10개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계약 건수 합계는 10만9088건을 기록했다. 전년 7만1896건보다 51.7%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펫보험을 계약한 건수도 상당하다. 지난해 신규 계약 건은 5만8456건으로 전년 3만5140건과 비교해 66% 늘었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삼정KPMG 경영연구원이 발표한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2023년 기준 1.4% 수준이다. 삼정KPMG는 “펫보험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의 시도는 이어지지만 여전히 시장 발달 추이는 미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스웨덴(40%)과 영국(25%), 일본(12.5%) 등에 비하면 가입률이 현저히 낮다.

펫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보험업계는 편의성 개선과 보장 내용 확대에 나섰다. 현재 펫보험 선두 주자는 메리츠화재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 펫보험 보유 계약 건수는 업계 전체 건수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메리츠화재는 업계 최초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었다. 매섭게 추격 중인 DB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출시하면서 의료비 연간 최대 보상 한도를 2000만원으로 늘렸다. 일반적으로 80%인 보장 비율도 90%까지 확대했다. KB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6월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출시하면서 치료비 보장비율을 90%까지 높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양육하는 견종(토이푸들,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등)의 보장보험료는 5만원 이내로 책정했다.

요즘 노령견은 ‘아쿠아 피트니스’로 건강 챙겨
날씨까지 고려한 1대1 코칭…“견생이 낫네”

고령화 시대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액티브(Active) 시니어’다. 말 그대로 수영이나 피트니스 등 몸을 쓰는 활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고령층을 뜻한다. 반려동물 세계에서도 액티브 시니어가 트렌드다. 노령견과 노령묘를 겨냥한 프리미엄 피트니스 서비스도 속속 등장한다. 한번 경험한 이들은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도대체 어떻길래? 14살 수컷 ‘깜디’와 함께 7월 16일 하루 동안 럭셔리 견생을 체험했다.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3층짜리 단독 건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곳은 고급 애견 유치원 ‘개러리아’다. 개러리아는 ‘아쿠아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0회 수강 가격은 90만원. ‘헉’ 소리 나오는 가격이지만 반려인과 반려동물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돈값을 하기 때문이다. 아쿠아 피트니스 프로그램 구성은 단순하다. 간단한 어질리티(장애물 넘기 등 몸풀기)와 수영 활동으로 이뤄진다. 차별화 포인트는 ‘디테일’이다. 프로그램은 노령견의 기분과 상태, 심지어 날씨까지 고려해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콘 등 장애물을 이용해 활동성이 큰 운동을 진행한다. 반면 기분 등 상태가 나쁜 날에는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수영하고 휴식 빈도도 높여 물과 훈련에 친숙함을 잃지 않는 데 집중한다. 이날 깜디의 훈련을 담당한 신상학 개러리아 팀장은 “비 오는 날에는 아쿠아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며 “노령견은 피부가 약한데 물기를 말리는 과정에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전 과정을 1대1로 진행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100평 규모의 넓은 수영장은 오롯이 깜디용이다. 신상학 팀장은 단 한 순간도 깜디 곁을 떠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90분 동안 끊임없이 깜디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프로그램에 수영을 접목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유라 개러리아 대표는 “개도 결국에는 사람과 똑같다”고 답했다. 관절이 약해진 노인이 아쿠아로빅 등 수중 운동을 통해 관절 부담은 덜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총평. 거리감이 느껴질 만한 가격이지만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반려견에게 경험시켜주고플 만한 프로그램이다. 마치 자신의 반려견처럼 애정을 담아 보살피는 훈련사와 보호자인 듯 그와 호흡이 잘 맞는 반려견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내 반려견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은 반려인이라면 만족할 만하다. 90만원짜리 영수증을 잠시 덮어둘 수 있다면.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김범준·이호준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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