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투자 기대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 인기 지역에 투자하고 싶다면 재건축 단지도 괜찮은 선택지다. 정부가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최근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값이 완연히 회복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특히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신속통합기획’이 서울 곳곳에서 확정되면서 시장에서는 재건축 기대감이 부쩍 높아진 상태다. 압구정, 여의도 등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에서는 6단지가 최초로 정비계획을 확정했고 1~3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도 연내 정비구역 지정이 유력하다. 이미 모든 단지 안전진단이 끝난 상태여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 기대감이 높다. 목동신시가지4단지와 14단지를 비롯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진행 중인 재건축 단지 모두 연말까지 정비계획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근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확정한 신천동 잠실장미(장미1·2·3차)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잠실 한강변 마지막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번에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하면서 장미1·2·3차는 최고 49층, 약 4800가구 규모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길을 마련했다. 잠실장미는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과 가깝고, 2·8호선 잠실역도 걸어서 이용 가능한 입지다. 단지 안에 잠동초, 잠실중이 있고 상업·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해 실거주 수요가 꾸준하다. 다만 준공 45년을 넘긴 노후 주거 단지라 주차난 등은 감안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투자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 아파트 24만8713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올해 예정 물량(35만5798가구)보다 30% 이상 감소한 규모다. 2013년 19만9400가구 후 12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서라도 향후 몇 년간 공급을 사수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제도적 지원에 따른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압구정, 여의도, 목동 같은 인기 재건축 지역은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인이 2년 이상 직접 실거주하지 않으면 매매를 할 수 없다.
반대로 당분간 실거주할 의사가 없다면 경매를 ‘갭투자’ 수단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살 경우 매수인이 의무적으로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갭투자도 불가능하지만, 경매를 통해 주거용 부동산을 낙찰받은 경우에는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해도 실거주 의무 역시 면제된다. 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강남3구와 용산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이 설립된 이후 조합원 지위 승계가 여전히 제한돼 있는데 경매를 이용하면 이 역시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꼭 신속통합기획 단지가 아니어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지역에서는 매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경매 물건이 낙찰되기도 한다. 최근 법원경매에 등장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매매 최고가 수준에 낙찰돼 시장 관심을 모았다.
경·공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 경매가 진행된 리센츠 전용 59㎡는 13명이 응찰해 22억3388만원에 낙찰됐다. 최저 입찰가는 17억6000만원이었는데 낙찰자는 이보다 4억7000여만원의 웃돈을 얹어 사간 셈이다. 해당 아파트는 권리상 하자나 임대차관계가 없는 물건이었다. 최근 같은 아파트 전용 59㎡가 2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는데, 경매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에 낙찰된 것. 직전 최고가는 같은 달 5일 거래된 22억원으로 2주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비슷한 사례로 앞서 6월엔 서초구 서초동 ‘서초트라팰리스’ 전용 116㎡가 19억6870만원에 낙찰됐고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 114㎡ 또한 한 차례 유찰된 이후 두 번째 경매에서 13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 25억3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높은 27억880만원에 낙찰됐다.
이외에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라면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신도시 지역 매물을 매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수도권 신도시에 투자할 때는 서울 접근성과 함께 주거 환경, 입지, 학군 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은 값은 싸지만 언제 오를지 모르는, 도박에 가까운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변동성이 크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만큼 내집마련 자금을 마냥 대출로 충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주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매했다 해도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내집마련 기회가 확대된 것은 맞지만 종잣돈은 주택 가격(또는 분양가)의 최소 50% 이상을 마련해놓고 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