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스트힙 열풍은 비단 온라인 세상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도서전, 북카페,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에서도 전방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최근 트렌드를 누구보다 반기고 있는 ‘출판업계’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팝업스토어’를 활용해 책을 홍보하는 사례가 늘었다.
출판사 창비는 올해 4월 서울 망원동에서 팝업스토어 ‘시크닉’을 운영했다. 시에 어울리는 향과 음악을 추천하고, 시 구절의 뒷부분을 이어 자신만의 시를 써보는 체험 행사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 출간 기념 팝업스토어를 개장해 긴 대기줄을 세우기도 했다.
지자체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읽기 문화 확산에 나섰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180개 공공 도서관에서 ‘도서관은 쿨하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서울도서관에서는 콜롬비아 작가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의 자연주의 소설 ‘소용돌이’ 출간 100주년 기념 북토크를 열고 송파위례도서관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그림책읽기’를 하는 식이다. ‘서울야외도서관’도 성황이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색적인 ‘야외 독서’ 문화에 젊은 세대는 물론 가족 단위 방문객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나 ‘책바(bar)’도 인기다.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를 비롯해 여러 독립 출판사와 독서 애호가가 운영하는 문화 공간이 조명을 받는다. 예를 들어 출판사 1984가 서울 홍대에서 운영하는 ‘1984’는 매달 이달의 도서를 추천, 도서를 구매하면 커피나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용훈 1984 대표는 “독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한다”며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매체인 책과 글이, 여전히 가장 세련되고 ‘힙’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 독서로 소통하는 ‘독서 모임’도 여전히 관심받는다. 한 달에 6만~7만원을 내는 유료 독서 모임도 순식간에 모집이 마감되고는 한다. 5000명 회원을 확보한 ‘트레바리’, 유료 소모임 플랫폼 ‘넷플연가’ 등이 대표적이다. 책 읽기 외에도 에세이 쓰기, 독립출판 해보기 같은 ‘쓰기 모임’도 여럿이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 중인 하현주 씨는 “인문학 관점에서 살펴본 과학적 난제라는 주제로 독서 모임을 운영 중이다. 현재 참여 중인 독서 모임만 3개”라며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에도 지적 욕구와 소통 의지를 갖고 있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말했다.
‘디지털 독서’와 ‘디지털 필사’도 인기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고 필사도 손이 아닌 키보드로 작성해 인증하는 식이다. 타자 연습 프로그램 ‘한컴타자’는 이런 트렌드를 겨냥해 교보문고와 제휴, 소설·수필 등을 필사하는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종이책을 넘어 팝업스토어, 전자책, 책 관련 굿즈 등 다양한 채널과 아이템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며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험’하는 형태로 변화 중”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나건웅·조동현 기자 김나연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