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쉬는 여행
日 에치고 유자와
먼저 찾은 곳은 소도시 니가타
겨울이면 설국行 관광객 북적
반다이바시·바카우케 전망대
아기자기한 명소들 둘러보고
폰슈칸 가서 명품 사케도 홀짝
니가타역 떠나 40분쯤 달리면
'설국' 배경지인 에치고 유자와
작가가 소설 집필하며 묵었던
다카한 료칸도 그 자리에 건재
기요쓰 협곡 가선 인증샷 찰칵
日 에치고 유자와
먼저 찾은 곳은 소도시 니가타
겨울이면 설국行 관광객 북적
반다이바시·바카우케 전망대
아기자기한 명소들 둘러보고
폰슈칸 가서 명품 사케도 홀짝
니가타역 떠나 40분쯤 달리면
'설국' 배경지인 에치고 유자와
작가가 소설 집필하며 묵었던
다카한 료칸도 그 자리에 건재
기요쓰 협곡 가선 인증샷 찰칵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다. 바로 이곳. '설국'으로 들어가는 관문 가운데 하나가 니가타다. 니가타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다. 그저 조용하고 한적한 일본의 소도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수줍음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면 사정이 다르다. 겨울 내내 흰눈으로 뒤덮인 '설국'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니가타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가리키는 '설국'은 '에치고 유자와'라는 작은 마을이고, 니가타는 에치고 유자와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론 도쿄에서도 에치고 유자와로 갈 수 있지만 니가타에서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니가타에서는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 '워밍업'이라고 할까? 니가타에 도착하면, 우선 아기자기한 명소들을 천천히 찾아다니며 '설국'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보는 것이 좋다. 니가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시나노 강이 있고, 이 강에 놓인 다리 가운데 가장 유명한 다리인 반다이바시를 만날 수 있다. 반다이바시 양쪽에는 강변을 따라 한적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산책로에는 니가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바카우케 전망대가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 건물 31층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바카우케 전망대에서는 니가타 시내 전경, 시나노 강의 하구,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멋진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니가타의 명물, 폰슈칸
니가타는 농토가 비옥하고 물이 깨끗한 고장이다. 그러다보니 오래전부터 좋은 쌀(고시히카리)의 명산지로 유명했고, 좋은 쌀과 깨끗한 물의 조합은 다양한 종류의 '니혼슈'. 즉, '사케'를 만들어내고 있다. 니가타의 추운 겨울 날씨도 좋은 사케가 만들어지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낮은 기온이 사케의 발효시간을 늦춰서 보다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가타의 또 다른 별명이 '사케의 고장'이다.
니가타에서는 굳이 양조장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여러 종류의 사케를 시음할 수 있다. 일명 '폰슈칸'이라고 불리는 '폰슈칸 사케박물관'이 니가타역 2층에 마련되어 있다. 폰슈칸에서는 500엔만 내면 코인 다섯 개와 작은 잔 하나를 주는데, 이 코인과 잔을 이용해서 원하는 사케를 시음할 수 있다. 권할 만한 사케로는 구보타(久保田), 핫카이산(八海山), 고시노칸바이(越及寒梅), 조젠미즈노고토시(上善如水) 등이 있다.

겨울철에 니가타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최종 목적지는 대부분 에치고 유자와다. 기차여행, 온천여행, 스키여행, 문학기행 등이 모두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 아침의 니가타역은 늘 분주하다. '설국'을 찾아가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에치고 유자와행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벅찬 기대감으로 상기되어 있다. 니가타역을 출발한 조에쓰 신칸센 열차는 불과 40분 만에 전혀 다른 세상인 에치고 유자와에 도착한다.
에치고 유자와는 소설 '설국'의 무대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는 에치고 유자와에서 '설국'의 상당 부분을 집필했고 그 배경지로 삼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렀던 다카한 료칸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물론 새로 리모델링을 하면서 옛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서른다섯 살 때인 1934년에 다카한 료칸을 처음 찾아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열아홉 살의 게이샤인 마쓰에를 만났다. 이 만남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을 집필하는 동안 에치고 유자와를 모두 다섯 번 찾아왔고, 그때마다 다카한 료칸에 머물렀다.
'설국'은 본래 문예지에 게재하던 연재물이었다. 1935년부터 1947년까지 연재했던 이 짧은 글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퇴고를 거쳐 1948년에 한 권의 소설로 탄생했다. 제목은 '설국'. 그리고 20년 후.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그사이. 1957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도 '설국'이었다.

에치고 유자와역과 다카한 료칸 사이에는 설국관(유키구니칸)이 있다. 설국관은 소설 '설국'에 등장하는 '고마코'의 실제 인물인 '마쓰에'의 숙소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민속자료관을 겸하고 있는 설국관 곳곳에는 고마코의 부조, 고마코의 방, 고마코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다. 3층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기념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에치고 유자와 근교에 있는 기요쓰 협곡은 독특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명소다. 다른 계절에도 좋지만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 겨울철에 특히 인기가 많다. 에치고 유자와역에서 버스로 25분쯤 떨어진 곳에 기요쓰 협곡 입구가 있다. 이곳에서 다시 협곡을 따라 30분쯤 걸으면 마침내 기요쓰 협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터널이 나타난다.
750m 길이의 터널은 기요쓰 협곡의 다양한 모습을 안전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한 시설물이다. 모두 네 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가장 안쪽에 있는 '파노라마 스테이션'이 유명하다. 이곳은 물에 비친 '반영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 日 에치고 유자와 여행정보
1 항공 : 대한항공에서 인천~니가타 구간 직항편을 매주 3회(화·목·토요일) 운항하고 있다. 오전 10시 5분에 출발해서 오후 12시에 도착한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다.
2 현지 교통 : 니가타역에서 에치고 유자와역으로 가는 조에쓰 신칸센 열차가 하루 5회 운행되고 있다. 약 40분이 소요된다.
3 음식 : 해초 맛이 나는 메밀국수인 '헤기 소바', 에치고 유자와 지역 특산물인 잎새버섯을 튀긴 '마이다케 덴푸라', 고시히카리 쌀밥으로 만든 주먹밥인 '오니기리' 등이 있다.
송일봉 작가는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역임.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KBS라디오 매일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와 함께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30년째 진행하고 있다.
※취재 협조 = 니가타현 서울사무소
[송일봉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