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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을 닮은 섬 日최남단서 소망 빌어볼까

입력 : 
2025-01-19 1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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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현 최남단에 위치한 다케토미섬은 독특한 자연과 전통 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새해를 맞아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다케토미는 류큐 왕국의 역사와 오키나와 전통을 반영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며, 주민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섬은 일본 최초 국제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청정한 밤하늘 아래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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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오키나와현 다케토미 자연과 전통 간직한 섬
전통가옥을 재현한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 객실
전통가옥을 재현한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 객실
일본 오키나와현 최남단, 일본 본토보다 대만과 가까운 야에야마 제도의 외딴섬 다케토미. 새해 첫 달력을 넘기며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한다.

야에야마 제도는 일본 최남단의 섬들이다. 오키나와현에 속하지만 본섬에서도 멀리 떨어진 이곳은 일본 다른 지역과 확연히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전통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마을 수호신 시사
마을 수호신 시사
오래된 민가들 사이로 붉은 기와지붕과 돌담이 눈길을 끈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사자 모양의 '시사'는 복을 부르고 액운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서 새해 방문객들의 소원을 받아들인다. 여느 섬과 달리 자연과 전통이 그대로 살아 있다. 지붕과 담벼락마다 자리한 시사는 오랜 시간 섬을 지켜왔다. 새해가 되면 각 가정에서 새로운 시사를 들이거나 기존 시사를 정성스레 닦아 복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인구 300여 명의 작은 섬, 다케토미는 시간이 멈춘 듯하다. 우도(6.18㎢)보다 작은 5.42㎢ 면적의 섬은 둘레 9㎞를 따라 거센 바람이 분다. 산과 강이 없는 평평한 지형이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다케토미섬은 1879년 일본에 편입되기 전까지 류큐 왕국 영토였다. 오키나와 전통을 간직한 다케토미섬 취락은 1987년 일본 정부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했다.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다케토미섬은 일본인과 유럽인들 사이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다케토미섬으로 가려면 이시가키공항을 거쳐야 한다. 일본 국내선을 한 번 경유해 이시가키섬으로 간 뒤, 페리로 10분이면 닿는다. 가는 길은 고단하지만 도착하면 피로가 싹 가신다. 이시가키섬 관광객들이 다케토미섬을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택한다. 택시가 없고 자전거로 섬을 돌아보는 게 일상이다.



사진설명
눈길을 끄는 건 건축양식이다. 마을을 감싸는 구쿠(돌담)에서 지혜가 돋보인다. 제주도와 닮았지만 현무암 대신 산호초가 융기해 만든 돌로 쌓아 올린 담벼락이 태풍도 막아낸다. 구멍이 난 산호석 담을 통과하는 바람은 자연이 만든 방패가 된다. 마을 골목마다 류큐 석회암이 빛난다. 산호를 부숴 만든 하얀 길이 펼쳐진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악령이 직선으로만 움직인다고 믿어 골목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다. 전통가옥 입구의 '힌분'은 집 안팎을 구분하는 가림막이다. 바람과 악령을 막으면서도 좌우 통풍이 가능하다. 출입구는 문 대신 돌담 사이 공간을 활용했다. 중문처럼 쌓은 담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귀신을 막는다. 이곳에선 왼쪽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나오는 게 관습이다.

'스지'라 부르는 골목길은 마을과 자연, 인간과 신을 잇는 통로다. 붉은 기와, 흰 모래,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공동체 의식과 자연과의 공존이 살아 숨 쉰다.



별 모양 모래로 유명한 가이지 해변
별 모양 모래로 유명한 가이지 해변
가이지 해변에서는 작은 별들이 반짝인다. 작은 바다생물 껍데기가 오랜 시간 만들어낸 별 모양 모래는 자연이 선물한 신비다. 여행객들은 돋보기를 들고 쭈그려 앉아 별을 찾는다. 다만 모래를 가져가는 건 금지다. 해류가 강해 수영도 할 수 없다.

1930년대 어업을 위해 지어진 니시 부두는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명소다. 마을 중심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닿는다.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저무는 해가 만드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섬을 둘러보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면 오래된 식당들을 찾으면 된다. 1975년에 문을 연 다케노코는 마을 최고령 야에야마 소바집이다. 깊은 맛이 배어나는 국물의 야에야마 소바가 대표 메뉴로 점심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섬에서 재배한 붉은 고추로 만든 향신료 '쿠추'는 기념품으로도 인기다.

반나절만 머무는 게 아쉽다면 밤을 보내기 좋은 곳으로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가 있다.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연대와 협력'을 뜻하는 현지어 '우츠구미' 정신을 담았다. 리조트는 마을과 항구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6만6000㎡ 용지를 채운 48채 독채 빌라는 단층 목조 건물로 지었다. 객실은 나무 바닥의 서양식과 류큐 다다미를 깐 일본식으로 나뉜다. 공간마다 자연광을 살렸다. 강한 조명과 위를 향하는 빛을 제한하고 필요한 곳에만 조명을 두어 달빛과 별빛을 극대화했다.

리조트는 레스토랑, 야외 수영장, 라운지, 스파룸, 정원을 부대시설로 갖췄다. 24시간 이용 가능한 윤타쿠 라운지는 통창으로 시간별 풍경을 보여준다. 전통 간식과 차, 아와모리 칵테일을 즐기며 매일 전통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정원에서는 섬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다. 산호초 위의 다케토미섬은 물을 오래 머금지 못해 주민들은 쌀 대신 콩과 감자를 재배하며 토종 곡물 아와로 삶을 이어왔다. 주민과 직원이 함께 가꾸는 정원에는 계절마다 10종이 넘는 허브와 채소가 자란다. 의사가 없던 시절부터 허브로 건강을 지켜온 섬사람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밤하늘을 품은 야외 수영장은 리조트의 백미다. 타원형 온수풀은 투숙객이 무료로 누릴 수 있다. 가운데로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이 낮에는 하늘을 품고 밤에는 별빛을 담아낸다. 자연 풍광을 살리고자 수영장 타일은 어두운 색으로 마감했다.

다케토미섬은 일본 최초 국제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철저한 조명 제한과 낮은 인구 밀도가 청정구역을 만들어냈다. 맑은 날 밤 온수풀에 몸을 담그면 은하수와 수천 개의 별들이 쏟아진다.

오키나와에는 '테게'라는 말이 있다. '테게'는 적당히, 느슨하게를 뜻하는 오키나와 방언이자 여유로운 삶의 철학이다. 분주한 새해 계획 대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지혜를 담았다. 완벽을 좇기보다 여유를 가진 채 시작하는 새해는 또 다른 선물이 된다. 테게한 마음가짐이 일상의 균형을 찾아준다.



물소가 끄는 마차
물소가 끄는 마차
다케토미섬에서는 테게 철학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든다. 물소차를 타고 섬을 돌면 시간이 더뎌진다. 마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집마다 개성 넘치는 시사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소의 느릿한 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섬사람들의 일상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시계 초침 대신 물소 발걸음으로 세는 시간이 평온하다.

[오키나와현 다케토미섬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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