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오후 11시경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선포 이후 6시간 만인 4일 오전 계엄 해제를 선언하긴 했으나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 후폭풍은 거셉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거센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여행업계도 그 타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가중계에서는 ‘계엄령, 항공·호텔·여행사 등 여행업계에 어떤 폭풍 몰고 왔나’를 주제로 전합니다.

계엄선포 이후 숙박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절반을 넘는 서울 일부 호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선포 이후 외신 등으로 비상계엄 소식을 접한 외국인 투숙객들의 문의가 호텔가에 쏟아졌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통상 외래 관광객 투숙률이 60%가 넘는다. 계엄령 선포 이후인 4일 하루 동안 해당 호텔에는 외래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고객 문의가 상당 수 접수됐다. 당일인 4일에는 일부 고객이 문의 후 투숙 취소 요청까지 해 실제 일부 건은 예약 취소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호텔에서는 4일 오전부터 안내 접수대에 ‘호텔은 정상 운영 중이며 고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 등 현 상황을 설명한 안내문을 붙여 외래 관광객들의 우려 진화에 나섰다. 5일부터는 기존 예약 건 취소는 거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일반 고객의 신규 예약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관계자는 “특이 사항은 서울 중심부에 있는 호텔이다 보니 관련 건 취재를 위해 외신 기자로 보이는 이들 등 비즈니스 고객의 신규 예약은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공식 채널을 통해 신속하게 공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부근에 자리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관계자는 “계엄령 선포 후인 4일 취소율은 12월 평균 취소율보다 44% 높았고 12월 중 취소가 가장 높았고 예약도 가장 저조했다”며 “외국인 투숙객 중 일부가 교통 문의를 했고 호텔 측에서 실사간으로 대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역시 세계적인 브랜드로 통상 외래 관광객 투숙률이 60~70% 정도다. 계엄령 선포 이후 당일 밤, 포시즌스 호텔이 외래 관광객들에게 받은 관련 문의는 100건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숙박 예약 취소 시 외래 관광객들은 항공권 취소 수수료 등 금전적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에 실제 예약 취소로 이어진 건은 훨씬 적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관계자는 “11월부터 외래 관광객 숙박 예약률 등이 오르고 있던 상황이라 올해 12월이 예년보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계엄령 선포로 인해 상황이 뒤바뀌어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염려했다.
신라스테이 광화문 역시 계엄령 선포 이후 6일 기준으로 10여 건 정도 취소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취소 건이 계엄 때문인지는 정확히 파악이 어렵고 현재도 신규 예약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 정치 집회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근처 호텔은 ‘탄핵 집회’ 등 시위 동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위에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면 자연히 소음이 발생하고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투숙객들의 불만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광화문 사거리 부근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관계자는 “광화문은 본래 시위가 많은 지역이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시위 일정 등을 미리 공유해 불편함이 없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해당 부분은 호텔 측에서 조율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요청 시 귀마개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도의적 차원에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라스테이 광화문 관계자는 “현재 시위 등으로 인한 투숙 취소 및 연기 요청은 3건 정도인데 이는 광화문에 위치한 호텔 입지 및 특성상 평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다만 추후 특수상황 발생 시에는 고객 편의를 중심으로 생각해 무료로 환불 및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관계자는 “호텔 위치가 여의도와 인접해 있으나 강 건너이기에 집회 장소와 거리가 있어 관련 접수는 없다”면서도 “시위로 인해 대중교통 통제 시 통제 사항 안내하고 있으며 마포대로 북단에서 여의도 진입이 원활하지 않으니 가급적 우회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의도 부근 호텔 관계자는 “집회의 현장감을 함께 느끼고자 하는 고객 분들 중에 고층 객실 투숙 시 집회 풍경을 다 볼 수 있냐고 묻는 분도 간혹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한국 관광에 큰 악재’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엄령 선포 이후 영국·미국·싱가포르·일본·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주의보를 발령했기에 방한 외래 관광객 추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 관광 통계’에 따르면 10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0만 263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인 122만 9899명보다 30.1% 늘었다. 1~10월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73만 76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888만 50명보다 54.7%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외래 관광객 수인 1458만 9439명과 비교했을 때 94%까지 회복한 수준이었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국내 증시 등 경제에도 큰 파동이 일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800만 원까지 급락했다.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했고 코스닥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 선포한 직후에 환율은 1446원까지 급등했다.
환율이 오르면 여행업계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 건 ‘항공사’다. 항공기와 기자재 등을 임대할 때 기축 통화인 달러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이때 항공사들은 대규모 외화 부채를 지기에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다만 국제유가가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며 항공업계에 작은 숨구멍이 트였다.
대한항공은 올해 9월 말 정책 기준으로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을 끌어안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기준 미국 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할 시 달러 부채 및 자산에 대한 영향으로 214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외발 한국행 기존 항공권의 유의미한 예약 취소가 있지는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금은 환율 변동이 심한 상황이기에 재무 상황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방한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나 일정 변경 문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환율 지속 체크 중이며 파생상품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측 관계자 역시 “현재 문의는 있긴 하지만 실제 취소 요청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중이며 이로 인한 큰 영향은 현재 없어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달러 현상은 내국인 해외여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부담을 느낀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여행 계획을 보류하거나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수요의 감소는 항공사와 여행사 등 여행업계에 전반에 악재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까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에 들어온 해외여행 취소율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규 예약률 증가세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하나투어·모두투어·교원투어 등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계엄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취소율이 수치상으로 뚜렷하게 있었다든지 변화는 없었다”면서도 “일부 여행 정상 진행 여부에 대한 문의는 있었으나 취소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고 다음 주까지 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계엄령이 떨어진 날 밤부터 플랫폼 트래픽이 굉장히 저조했다”며 “취소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당시 신규 예약 유입률이 상당히 낮았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외국인 국내 관광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전문 업체 일부는 벌써 영향을 받고 있다. 스카이투어 등 여행사는 4일 이후 신규 예약 접수율이 20% 이상 떨어졌고 예약 취소율은 기존 하루 평균 30~40건에서 2배 이상 뛴 80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해졌다.
반면 방한 외국인 전용 여행앱인 트리플 코리아 측 관계자는 “자사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주로 K팝 등 공연을 중심으로 한 여행 상품이기에 계엄령으로 인한 눈에 띄는 취소는 없었고 예정된 공연이 연말이기에 영향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연말 공연이 취소된다면 타격이 있을 것이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여행은 취소 패널티가 세다 보니 항공 노선이 영향을 받지 않는 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추후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 업체 와우패스 측 관계자는 “계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결제한 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거나 하는 변화는 없었다”면서도 “이용객들이 오히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인들이 지금 한국에 와 있는데 아무렇지 않고 괜찮다는 반응과 함께 K팝 팬들이 많아서 입대한 아이돌을 걱정하는 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고 일화를 전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MICE협회, 한국PCO협회 등 관광업계에 한국 정부의 조치현황과 입장을 안내하는 공문을 지난 5일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우리 정부가 지난 4일 주한 공관에 외교 공한을 보내 “현재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관광·경제 활동 등에 영향이 없으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상황을 관련 업계와 방문 예정자들에게 전파해 달라는 요청 내용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과 관련해 안내나 통역, 불편 신고 등 상담이 필요한 경우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서비스(8개 국어로 지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울러 협회와 업계에서 관광객 유치 및 관리 등과 관련한 어려움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필요한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