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만 더블트리 힐튼 판교 총주방장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는 지금 분당에서 가장 주목받는 호텔이다. 지난해 4월에 문을 연 더블트리 힐튼 판교는 경기 남부 최초로 5성급 호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호텔이 문을 열고 가장 신이 난 건 분당, 특히 판교 신도시 일대 주민들이다. 크리스마스나 명절, 졸업식, 입학식 등 기념일에 5성급 호텔 뷔페를 찾아 더 이상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판교 입맛을 평정했다'란 평을 듣는 더블트리 힐튼 판교의 식음업장을 총괄하는 박충만 총주방장(사진)을 직접 만났다. 휴무일에는 자비를 들여 전국 곳곳으로 식자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그는 호텔 내에서도 알아주는 '열정맨'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내 장래 희망이 '요리사'였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 음식을 해 먹었어요. 그때부터 요리하는 데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박 총주방장은 파크 하얏트 서울 코너스톤에서 일을 시작했다. 5년 정도 있다가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리조트로 옮겼다. 박 총주방장은 "파크로쉬에서 일하면서 ESG경영에 눈뜨게 됐다. 솔직히 도심 호텔에서는 지속가능한 '팜 투 테이블'(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생산자에게서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정선에서는 가능하더라"며 "식자재에 집중하고 재료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총주방장은 파크로쉬에서 일할 때 연을 맺은 정선 지역 농장과는 아직도 거래를 하고 있다.
박 총주방장이 더블트리 힐튼 판교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박 총주방장의 요리 근간은 식재료에 있다. 그는 "신선한 식재료는 어떤 것도 이길 수 없다.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요리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누가 생산했는지를 꼼꼼히 따져 가며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졌다. "뷔페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너무 뻔해요. 차별화하려면 각각의 음식이 지닌 이야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셰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박 총주방장은 토마토를 예로 들었다. 토마토 소스는 서양 요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5가지 소스 중 하나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 뷔페 레스토랑에서는 캔에 든 토마토 소스를 쓴다.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다. 박 총주방장은 이것부터 시작했다. 현지에서 직접 산마르지아노 품종 토마토 씨앗을 가져와 국가기관의 허락을 받은 다음 정선의 한 농장과 계약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준비하는 데에만 총 6개월이 걸렸다. 해당 농장에서 재배한 산마르지아노 토마토는 전량 더블트리 힐튼 판교에서 사용된다. 생물 토마토를 받아다가 직접 소스를 만들었더니 손님 반응이 달라졌다. 현재 박 총주방장이 거래하는 지역 생산 업체는 8곳 정도다. 이 중 4곳이 정선군에 있다. 가장 오래된 곳은 6년째 거래하고 있다. "음료수 들고 찾아가요. 명함 드리고 제 소개를 하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쭉 설명해 드리고 이런 걸 같이해 보시겠냐고 제안을 드려요. 농가 30곳은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대부분 거절하시죠. '재밌겠다. 한 번 같이 해보자' 승낙해주신 곳은 지금껏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박 총주방장은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지방 출장을 다닌다. 식자재 업체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 9월에는 강원도 고성과 정선 그리고 전남 장흥에 플럼 토마토를 보러 갔다. 가장 최근에 찾아낸 곳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한 식품 업체다. 내년 2월 이 업체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아 직접 된장을 담글 계획이다. 수산물은 강원도 고성 광영호와 거래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참다랑어가 잡힌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섭외에 들어갔다. 그렇게 올해 8·9월 총 600㎏에 달하는 참다랑어를 받아다 썼다. 호텔 뷔페에서는 보기 드물게 생참치를 내고 있다. 올겨울부터는 수산물 코너에서 '감성돔' 등 광영호에서 그날그날 잡는 생선을 받아도 손님에게 낼 예정이다.
박 총주방장은 "고객에게 '신기하다. 다른 곳에는 없는데 여기에는 이 음식이 있네'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장동에서 들여온 원재료를 보여주고 눈앞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한우 스테이션, 냉동이 아닌 생으로 참다랑어를 제공하는 것 등등 전부 더블트리 힐튼 판교의 뷔페 레스토랑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11월부터는 정선에서 재배한 무농약 쌀로 지은 밥을 데메테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