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가에 5성급 호텔에 묵게 해준다는 플랫폼’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기가 아니고 진짜다. 남는 게 없어 보이는 구조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만 3배가 뛰었다.
그 주인공은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채 안 되는 스타트업 ‘올마이투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구조인지 올마이투어를 이끄는 석영규 정현일 공동대표를 직접 만났다.

두 대표가 여행사와 항공사 등 여행업계에서 종사한 경력만 모두 합쳐 40년에 이른다. 업계 이해도가 높은 두 사람이었음에도 사업 출범과 동시에 쓰디쓴 실패의 맛을 봤다.
이들은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외국인 국내 관광 플랫폼인 ‘올마이투어닷넷’을 열었다. 부푼 꿈도 잠시였다. 사태가 장기화해 팬데믹으로 이어지자 결국 문을 닫았다. 두 대표는 좌절은 했지만 포기는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역시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인 2021년 2월 ‘올마이투어닷컴’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업계를 다시 두드렸다. 이들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 최초로 ‘호캉스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방송 판매)’를 시도했다.
코로나로 여행에 굶주려있던 30~50대 여성 고객을 주 고객층으로 노려 상품을 판매했고 이 작전은 제대로 먹혔다.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호텔 숙박권을 판매하자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당시 국내 호캉스를 유행하게 만든 주역 중 하나가 올마이투어닷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두 대표는 당시 뜨거운 호응의 비결은 경쟁력 있는 가격뿐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1분 안에 호텔 숙박권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예약 체계인 ‘얼리버드 바우처 부킹엔진’으로 구매율을 끌어올렸다. 이는 통상 투숙 날짜를 먼저 고르고 그 안에서 원하는 구성의 숙박상품을 선택하는 기존 예약 체계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1~3개월 이내 날짜에 투숙할 수 있는 인기 숙소의 숙박권을 먼저 구매한 뒤 마음 편하게 카카오 알림톡으로 입실 날짜를 고르면 그만이다. 다만 숙박 이용권별로 투숙일 지정 기한은 각기 다르다.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겨 숙박권 이용이 어려워져도 괜찮다. 투숙일 3일 전까지 무료로 취소해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예약 체계는 소비자와 호텔 모두에게 ‘상호 이익’이다. 일반적으로 호텔 등은 2~3개월 뒤 객실 공실률까지 내다보고 이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올마이투어닷컴의 얼리버드 바우처 부킹 엔진 예약 체계는 여행을 가기 전에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을 깨뜨린다.
그 덕에 예약이 실제 투숙까지 이어지는 예약 전환 성공률이 기존 예약 방식 대비 6배에 이른다. 고객에게는 휴가 계획 변수까지 고려할 수 있게 해주고 호텔에는 공실을 미리 꽉 채워주는 효자 플랫폼인 것이다.
고객도, 플랫폼도, 숙박업소도 그 어느 곳도 손해보는 곳이 없다. 삽시간에 업계에 입소문이 났고 올마이투어닷컴은 지난 3년간 국내 주요 고급 숙소와 1200여 회의 예약 숙박권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석 대표는 “올해 중에 올마이투어에서 월에 약 5만 객실을 팔리게 만들 것”이라며 “4분기에 국내 벤처캐피탈(VC) 뿐만 아니라 해외 벤처캐피탈(VC)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인구 1%가 사용하는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야심에 찬 포부를 드러냈다.
두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올해 3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 플랫폼 표준에 부합하는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한국어판을 시작으로 해서 영어·중국어·일본어· 프랑스어·아랍어 등 다국어 버전으로 넓힐 계획”이라며 “또 생성형 AI를 활용해 숙소의 주변 여행지 등 여행 정보를 추가해 편의성을 높이고 타사와 가격 비교 기능을 탑재하고 해외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등 앱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마이투어가 수많은 숙박업소와의 접촉 경험을 양분 삼아 2023년 출시한 것이 ‘글로벌 클라우드 채널링 솔루션’이다. 이는 기업 대 기업(B2B) 사업이으로 이들의 또 다른 대박 사업이기도 하다.
‘솔루션(Solutio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사업은 숙박업소의 해묵은 과제인 ‘자체 판매 통로 개척’의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버튼 한번 눌러서 국내 숙박 기업이 자사의 객실을 해외 거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여행 상품 공급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호텔 등 숙박업계는 타 업종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에 느려 자체적으로 판매 통로를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숙박업계는 가뜩이나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기에 신사업을 펼칠 여력이 없다.
이에 기존 국내 숙박 기업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필히 부킹닷컴이나 아고다 등 해외 대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숙박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 높은 수수료를 내야 했다.

올마이투어닷컴은 국내 숙박 기업의 ‘판매 통로’가 부족하다는 한계에 주목했다. 올마이투어닷컴은 국내 숙박 기업이 판매하고 싶어 하는 국가의 항공 등 통계 등을 끌어와서 상품 수요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실제로 해당 국가에서 국내 숙박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면 해외의 상품 공급사 여러 곳을 뚫어 준다.
즉, 글로벌 클라우드 채널링 솔루션은 국내 숙박 기업이 해외 현지 여행사, 기업 출장 전문 여행사, 해외 항공사 등 상품 공급사에게 상품을 직접적으로 팔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다.
국내 숙박시설이 대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판매 통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자동화 작업까지 한다. 올마이투어 기업 연구소의 자체 API와 RPA 기술 적용으로 숙소 측에서 판매 통로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말이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 통신에 사용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뜻하고,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른다. 이 기술로 올마이투어와 계약한 국내 기업의 숙박 상품, 객실 요금, 객실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해외 공급사에 제공한다.
출시 이후 국내 호텔 300여 곳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 자리한 외국인 전용 여행 기업과 직접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플리기(Fliggy)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솔루션 서비스로 발생한 해외 매출이 상반기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였다.

올해 5월 내놓은 따끈따끈한 ‘어썸멤버십’ 제도는 장안의 화제다. 어썸멤버십은 전 세계 200만 개에 달하는 숙소를 소비자에게 원가에 제공하는 구독형 회원 한정 서비스다. 쉽게 말해서 월 1900원이나 연 1만9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봉사료 등 추가 비용 없이 숙소를 원가에 살 수 있다.

아고다와 등 해외 숙박 예약 플랫폼 대부분은 세금이나 봉사료 등을 별도로 책정해 상품 판매가를 낮춰 노출하는 꼼수를 부린다. ‘봉사료와 세금’은 사실상 해당 사이트에서 떼어가는 중개 수수료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아고다와 호텔스닷컴 등 플랫폼에서 객실 가격을 확인하면 첫 번째 페이지에서는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 뜬다. 이후 해당 상품을 예약하려고 누르면 결제 페이지에 와서야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한 금액이 나온다. 첫 페이지에서의 금액과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한 실제 결제 금액이 1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아고다와 트립닷컴은 최저가 보장제를 도입해 타 사이트에서 동일한 날짜와 동일한 객실 유형의 더 저렴한 상품을 발견했을 시 차액을 환불해 주거나 그만큼의 적립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해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여행 카페에서 “아고다에서 예약 후 다른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았는데 행사 상품이거나 할인권을 적용한 상품이라 환불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내용을 담은 누리꾼들의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두 대표는 어썸멤버십은 이런 눈속임을 없앤 정직한 서비스라고 자부했다. 그렇다고 올마이투어닷컴 숙박 상품의 가격이 타 플랫폼보다 무조건 더 싸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어썸멤버십의 시범 출시 기간 전체 회원의 60%가 1만9000원을 내고 연간 구독 기능을 이용했다.
이 기간 멤버십으로 예약한 평균 숙박 일수는 5.2박에 달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멤버십 해지율은 7.8% 수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올마이투어는 어썸멤버십은 지난 5월 공식 서비스 출시 이후 8월까지 유료 회원이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연봉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층 회원 비율이 전체 회원 수의 33.9%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정직한 서비스로 눈높이가 높은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

석 대표는 “여행자들이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올마이투어 상품이 무조건 더 싸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과 봉사료 등 수수료 속임수를 쓰지 않고 해외 대형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정직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공동대표는 “B2B 사업과 B2C 사업은 올마이투어의 양 바퀴”라며 “B2B 사업인 글로벌 채널링 솔루션으로 동북아 지역의 1위 숙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