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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vs 흙수저 ‘정면충돌’…연예인도 안 나오는데 이 예능 너무 재밌네

송경은 기자
입력 : 
2024-02-16 11:07:03
수정 : 
2024-02-16 19: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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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주인공 예능 전성시대
OTT 서바이벌 프로그램 늘고
연애 예능은 시리즈물로 안착

방홍 이후 연예인 변신하기도
자극적인 소재·편집 등 논란
웨이브의 정치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한 장면. 정치 이념이나 젠더, 계급, 개방성에서 제각각의 입장을 가진 12명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9일간 합숙하면서 권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진 출처=웨이브]
웨이브의 정치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한 장면. 정치 이념이나 젠더, 계급, 개방성에서 제각각의 입장을 가진 12명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9일간 합숙하면서 권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진 출처=웨이브]

지난달 26일부터 웨이브가 공개 중인 이념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가 연일 화제다. 변호사와 작가, 아이스하키 감독, 회사원 등 다양한 일반인(비연예인) 출연자들이 상금이 걸린 게임 안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전략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치 이념(보수·진보)이나 젠더(페미니즘·이퀄리즘), 계급(흙수저·금수저), 개방성(전통적·개방적) 등에서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입장을 가진 12명의 출연자들은 9일간 합숙하면서 매일 투표로 뽑는 리더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변화와 공존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이다. 그 과정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성장에 힘입어 콘텐츠가 다양화하면서 일반인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 역시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동안 연애, 육아, 부부 등 다양한 테마로 일반인들의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 주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OTT까지 가세하면서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소재도 기존의 짝짓기 예능 중심에서 서바이벌, 여행 예능 등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웨이브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정치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일반인 출연자들. [사진 출처=웨이브]
웨이브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정치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일반인 출연자들. [사진 출처=웨이브]

지난해 11월 공개된 쿠팡플레이의 ‘대학전쟁’ 역시 새로운 형식의 일반인 출연 예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SKY(서울·고려·연세대)와 KAIST, 포스텍 등 전국 상위 1% 명문대생들이 연산력·추리력·암기력 등 두뇌만을 활용해 미션을 수행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과거 tvN의 두뇌 서바이벌 예능 ‘더 지니어스’가 이상민, 장동민 등 연예인들을 앞세웠다면 ‘대학전쟁’은 참가자들을 100% 대학생들로만 채워 신선함을 더했다.

3억원의 상금을 위해 일반인 100명이 신체능력으로 승부를 가르는 넷플릭스의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은 지난해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1.5t 배 끌기, 고대 신화 5종 경기 등 극강의 체력을 요구하는 게임은 참가자와 시청자들을 함께 울고 웃게 했다. ‘피지컬 100’은 올해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실사판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도 일반인 참가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는 리얼리티 예능이었다.

일반인 출연 예능은 배우와 감독에 의해 연출된 드라마나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예능보다 완성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 등장하는 콘셉트인 만큼 몰입감이 높은 편이다. 등장 캐릭터들의 다양성은 덤이다. 이 같은 장점을 토대로 뻔하지 않은 일반인 출연 예능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로서 팬덤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 영향도 크다.

SBS플러스의 일반인 연애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의 한 장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진 출처 = SBS플러스]
SBS플러스의 일반인 연애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의 한 장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진 출처 = SBS플러스]

리얼리티 연애 예능의 경우 시즌마다 출연자와 테마를 바꿔 계속 방송을 이어가는 인기 시리즈물로 자리를 잡았다. SBS플러스의 ‘나는 SOLO’는 2021년 첫 방송을 시작해 2월 현재 19기 출연자들을 맞았을 정도다. 직장인부터 사업가, 전문직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대부분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만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나와 다시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MBN의 ‘돌싱글즈’도 지난해 10월 시즌4를 선보였다.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의 무인도 데이팅 서바이벌 예능 ‘솔로지옥3’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의 무인도 데이팅 서바이벌 예능 ‘솔로지옥3’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무인도를 배경으로 데이팅 서바이벌을 벌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솔로지옥3’은 지난해 12월 시즌3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글로벌 톱10’ 순위에 8위로 진입하기도 했다. 티빙 역시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시 사랑을 찾아나가는 ‘환승연애’와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결혼과 이혼사이’ 등을 선보였다. 오히려 연예인들이 카메라 밖에서 일반인들의 영상을 보고 시청자처럼 여기에 코멘트를 하는 액자식 중계방송 포맷은 누가 연예인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반인 출연 예능의 진정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송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게 개인을 홍보하려는 상업적인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방송 출연 후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거나 아예 연예인으로 전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솔로지옥2’에 대학생으로 출연했던 신슬기 씨가 방송 후 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 오는 29일 공개 예정인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 출연해 배우로 데뷔한다.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의 무인도 데이팅 서바이벌 예능 ‘솔로지옥3’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의 무인도 데이팅 서바이벌 예능 ‘솔로지옥3’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또 일반인들의 지극히 사적인 일상까지 방송을 타면서 이혼과 재혼, 섹스리스 부부, 미성년 부모, 자녀의 행동장애 등 개인의 민감 사안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소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청률을 위해 과장된 편집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장 큰 문제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방송 전 촬영된 내용이 어디까지 어떻게 편집돼 나가는지 충분히 고지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온라인상에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특히 미성년자의 출연은 이들이 자라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사생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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