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발전을 다섯 단계로 나눠보자.
AI 1.0은 기계학습의 시대였다. 1950년대 앨런 튜링의 질문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에서 시작해 2012년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의 AI는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칙에 따라 분석하고 예측했다. 검색 포털이 사용자가 이전에 검색한 내용이나 방문한 사이트를 바탕으로, 그 사람에게 맞는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만약 당신이 '커피숍'을 자주 검색한다면, 다음에 '카페'나 '커피'를 검색할 때, 검색 포털은 근처의 커피숍이나 카페를 보여준다.
AI 2.0은 심층학습의 시대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시기의 AI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정밀한 결과를 도출한다. 대표적인 예로 자율주행차는 AI 2.0 기술인 심층학습을 활용해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보행자·교차로·다른 차량 등을 파악한다. 차의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한 이미지와 데이터를 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해, 실시간으로 안전한 주행 경로를 계산하고 결정한다.
AI 3.0은 대중학습의 시대다. 2022년 11월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한 챗GPT가 등장했고, 2025년 1월에는 중국의 창업자 량원펑이 만든 딥시크가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나 같은 교수는 물론이고, 공무원·회사원·사업가 등 누구라도 AI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AI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돼 대중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AI 4.0은 미래 학습의 시대다. 2030년 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계의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단순히 현재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삶의 메커니즘과 사회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AI 4.0이 가속화될 것이다.
AI 5.0은 인간 학습의 단계다. 이 역시 2030년 안에 등장할 것이다. 이 시기의 AI는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흉내 낸다. '호모 에라투스(Homo Erratus)', 즉 실수하는 인간처럼 불완전함을 수용한다. 인간이 내면을 수치화하면, AI는 이를 모방한다. 인간의 지능을 IQ로 측정한 순간, AI는 이를 넘어선다. 감성을 EQ로 측정하는 순간, AI는 인간의 감정을 따라잡는다.
언젠가 지혜를 WQ(Wisdom Quotient)로 측정할 수 있다면, AI는 인간의 지혜를 구현할 것이다. 그때 AI는 인간을 이해하는 기계를 넘어,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존재로 진화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의 인조 소년 데이비드처럼 기계는 사랑하고, 슬퍼하며, 후회하고,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게 된다. AI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닌, 존재 그 자체가 된다.
우리는 이제 AI 2.0 시대를 지나, AI 3.0 시대의 문을 열었다. AI 4.0과 5.0은 인간의 미래에 삶과 감정을 품은 새로운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AI는 단순히 똑똑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점차 인간다워지는 길을 걷고 있다. "쿠오바디스, AI(Quo Vadis, AI)?" AI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