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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시평] 국부론을 안 읽는 트럼프에게

입력 : 
2025-04-20 17: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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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생의 마지막 12년간 세관 위원으로 일하며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보호무역이 근본적으로 경제에 해로움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미국의 힘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통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협상과 거래에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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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거래에 필요한 건
이기심보다 공감 능력
애덤 스미스의 통찰은
트럼프와 협상에서도
언제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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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생의 마지막 12년간 세관 위원으로 일했다. 교역을 제한하는 법의 집행자가 자유무역의 교리를 설파했다. 그는 세관의 셈법으로 2 더하기 2는 4가 아니라 가끔 1이 된다고 했다. 세율이 높을수록 밀수는 늘고 소비는 준다. 세수도 준다. 햇볕 귀한 스코틀랜드에서도 유리 온실에서 기른 포도로 술을 담글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산 와인보다 서른 배나 비쌀 것이다. 그래도 굳이 직접 담그려는 건 얼빠진 일 아닌가.

모든 거래는 서로 득이 될 때 이뤄진다. 빵집 주인에게는 나의 필요가 아니라 그에게 유리함을 말해야 한다. 앞세울 건 이기심이 아니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다. 빵집 주인은 내 노동을 사지 않는다. 나는 그와의 거래에서 평생 적자를 볼 수 있다. 일대일 수지 균형이 안 맞는다고 거래를 끊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책 쓸 시간에 빵을 구워야 한다. 국가 간 교역도 마찬가지다. 스미스는 이 수지 균형의 교리보다 더 어리석은 건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봉틀로 신발을 만들고 있다. 요즘 돌아다니는 우스개 영상이다. 우리는 지구촌에서 가장 힘센 대통령이 분업과 교역의 기본 논리조차 거스르는 걸 보고 그저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건 자신을 어두운 방에 가두는 것과 같다.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 아니다. 중국 국가주석의 설교다.

트럼프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으리라 기대하는 이는 없다. 스미스의 논리로 그를 설득할 수는 없다. 그가 자부하는 거래의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그렇다면 워싱턴으로 달려갈 협상팀과 과도기 경제팀이 챙겨야 할 건 무엇인가.

첫째, 다차원의 시나리오다. 거대한 무역적자는 사실 미국의 위대함을 웅변한다. 달러 패권은 엄청난 특권이다. 미국은 13센트를 들여 찍은 돈으로 100달러어치 물건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어렵게 번 달러로 다시 미국 자산에 투자한다. 지구촌은 임계 상태에 있다. 작은 불씨가 거대한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 트럼프의 불장난은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를 다 태워버릴지도 모른다. 실화든 방화든 자해적이다. 산불이나 지진이 덮칠 때 살아남으려면 격변의 패턴을 알아야 한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구조 헬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둘째, 확실한 옵션이다. 피해를 줄일 대안도 없이 외길로 내달리는 건 치명적이다. 수출이 움츠러들수록 내수 기반을 다져야 한다. 교역과 투자, 준비자산 면에서 유럽을 다시 봐야 한다. 경제적 거인, 정치적 난쟁이, 군사적 벌레라는 말을 듣던 유럽은 트럼프 시대에 달라질 것이다. 방위비를 늘릴 유럽은 우리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강력한 지렛대다. 조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차르였던 커트 캠벨은 미국이 중국의 덩치(사이즈)를 이길 역량(스케일)을 키우는 길은 동맹밖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거꾸로 하고 있다. 중국에는 약하면서 동맹국은 오히려 더 거칠게 다그친다. 그럴수록 가치 있고, 희소하며,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전략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중국 해군은 적어도 덩치 면에서는 곧 미국 해군을 50%나 앞서게 된다. 트럼프는 한국 조선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작은 부품 하나도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 제2차 대전 때 독일과 영국은 베어링 확보에 혈안이었다. 전투기와 탱크에 들어갈 베어링은 스웨덴 기업만 만들 수 있었다.

트럼프를 상대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애덤 스미스의 통찰로 돌아가게 된다. 어떤 거래에서든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에게 유리함을 말해야 한다. 트럼프는 공감이 부족한 지도자다.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장경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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