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자동차보험은 그간 미약한 기반 속에서 숱한 도전에 응하며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뤄왔다. 사실 자동차보험은 1924년 처음 등장한 이래 시장 규모가 충분치 못했던 탓에 많은 기업에서 출시와 판매 중단을 반복해왔다. 1962년에 이르러서야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10개 손해보험사 공동 풀(pool) 체제의 자동차보험공영사가 설립됐고, 이듬해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 마침내 운행자 책임과 의무보험 개념이 반영된 자동차보험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이후 1968년 말 차량 대수의 급증과 함께 공영사가 해체된 후 민간 기업으로 한국자동차보험이 설립됐고, 1983년에 이뤄진 자동차보험 다원화 조치로 다수(13개)의 손해보험사가 차보험을 영위하게 됐다.
법 제정 당시 사망 10만원, 상해 7만원이던 의무보험 가입 금액 한도가 오늘날 각각 1억5000만원과 3000만원으로 상향되는 등 자동차보험은 사고 피해에 대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긴급 출동 서비스 및 안전 운전을 위한 각종 할인 특약 제공 등 사고 예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 필수 보험으로서 기반 마련이라는 첫 번째 도전을 무사히 마친 자동차보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 자동차보험은 피해 보상과 사고 예방을 넘어 고객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모빌리티 종합 케어 서비스'로의 진화를 꿈꾸며 그 두 번째 도전에 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의 확산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 신기술의 등장으로 자동차보험에도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과 전기 배터리 교체 비용 보상 특약을 신규 개발하는가 하면, 운전 습관을 보험료에 반영하는 특약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의 다양한 생활 패턴을 반영해 반려동물 사고 위로금, 전동 킥보드 사고 피해 보상 담보 등도 개발됐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서비스 혁신 외에 극복해야 할 도전이 하나 더 있다. 과잉진료·과잉수리로 인한 보험금 누수 문제다. 일부 병의원, 정비업체 및 가입자들이 손해를 부풀리는 행위는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건전한 보험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정부에서는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대책'을 발표해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 진료 방지 및 보험사기 가담 정비업체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작은 물길이 둑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관련 대책이 안착되는 데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 발전을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규정한 바 있다. 100년의 역사를 걸어온 자동차보험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 변화하는 환경에는 혁신으로 응전하며 앞으로도 우리 삶의 든든한 동반자로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