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선진국들의 부동산 중개제도를 살펴보면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 미국의 경우 5~6%의 중개 수수료를 매도인이 부담(최근 매수자도 분담)한다. MLS(다중 리스팅 서비스), 질로(Zillow·부동산 앱)를 통해 매물 정보를 공유하고,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통해 안전을 보장한다. 브로커리지 등 대형 부동산이 전국 프랜차이즈로 활동하며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레드핀(Redfin) 같은 테크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2%+부가가치세(VAT)로 중개 수수료는 한국보다 높지만, 거래 이후 종합 서비스를 책임지며 비용도 매도인만 부담한다. 라이트무브(Rightmove), 주플라(Zoopla)를 통해 전국의 매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Conveyancing이라 불리는 법률 절차를 통해 부동산 전문 변호사나 법무사가 등기 이전, 자금 정산 등 사후 안전 절차를 담당한다.
독일의 경우 대표적인 부동산 포털로 ImmobilienScout24가 있어 매물 검색이 비교적 자유롭고, 공증인(notary) 제도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택지건물거래사라는 엄격한 자격제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가 3% 이내의 중개 보수 상한 규제, 국토교통성의 부동산정보거래망(REINS) 구축, 배상 체계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또한 미쓰이부동산 등 대기업망이 종합 서비스와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부동산 중개제도도 이제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먼저 중개 수수료를 합리화해야 한다. 단순 알선에서 벗어나 수수료 1% 안의 범위에서 대형 부동산 법인이 법률 서비스, 하자 보증 같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보 공개를 확대해 거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 등 공공부문이 종합 등록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포털 연계를 통해 소비자가 상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거래 안전장치인 에스크로 또는 공탁을 도입해야 한다. 변호사, 법무사와 함께 거래 안전이 최우선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거래 지원과 부분 중개 서비스 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의 직거래 매칭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미국의 Flat-fee처럼 적은 수수료로 부분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어야 한다.
부동산은 국민 자산의 핵심이다. 지금이야말로 안전하고 합리적인 중개제도로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견인해야 할 때다.
[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