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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대선 후보자가 꼭 해야 할 일

입력 : 
2025-04-13 17:47:37
수정 : 
2025-04-13 19:23:52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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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파에서 시작된 통행세는 오늘날 관세의 어원이 되었으며, 관세는 미국의 독립과 함께 중요한 세원으로 자리잡았다.

자유무역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은 관세를 통해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이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는 자유무역과 평화 유지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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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유예 90일 운명의 시간
대응방안 따라 미래 달라져
韓경제발전, 민주주의 일궈
자유무역은 평화유지 수단
한국 책임지겠다는 지도자
국민에 실행안 설명할 의무
사진설명


이베리아반도 최남단에 타리파(Tarifa)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타리파는 오랫동안 해적의 근거지가 되었고, 지브롤터 해협을 통행하는 선박은 해적에게 통행세를 내야 했다. 타리파에서 내는 통행세를 태리프(tariff)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오늘날 관세의 어원이 되었다. 동양에서는 국경에 관문을 세우고 여기를 통과하는 상인으로부터 통행세를 받았고, 이를 관세라고 불렀다. 중국 역사서에는 이미 기원전 600년께에 외침을 막은 공신에게 관문을 하사하여 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바로 관세법을 제정했다. 관세법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두 번째로 서명한 법률안이라고 한다. 신생국 미국에 관세는 가장 중요한 연방정부의 세입이었다. 제조업 위주의 북부 주들은 높은 관세로 유럽의 경쟁 제품 유입이 제한되는 것을 환영했다. 하지만 농업 위주의 남부 주들은 물가 상승의 부담으로 관세 완화를 주장했다. 관세를 둘러싼 남북의 견해차는 남북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승리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세계 각국은 무역 장벽을 완화하고 교역을 활성화하여 평화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의 결실이 1947년에 체결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다. 자유무역은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았던 우리에게 경제 발전의 기반이 되어 주었다. GATT 체제에서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중진국으로 급성장했다. GATT가 한 단계 더 발전하여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가 탄생했고, 그 뒤 우리는 경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자유무역은 이론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 제도다. 하지만 무역을 통해 적자를 기록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손실이 더 커 보이게 마련이다. 미국은 오랜 기간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와 싸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관세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리프가 영어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하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였다.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우리는 어렵게 들어온 선진국 대열에서 밀려날 수 있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미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불과 90일 남짓 주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 지도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대통령 선거에만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진영 간 또 예비 후보자들 사이에 날 선 공격과 상호 비방이 오가고 있다. 나라가 어찌 되건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모습이다. 서로 욕하고 싸우지 않아도 주권자인 국민은 누가 진정한 지도자감인지 냉정하게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세계 관세 전쟁의 서막이 올라간 지금, 곧 치러질 선거는 인신공격이 아닌 정책 대결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유무역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자유로운 교역과 경제적 상호 의존을 통해 국가 간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로 경제 발전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확립하였다. 우리 헌법은 전문과 제5조에서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국제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가 되려면 이 명령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강일원 변호사(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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