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안보상 이유로 금지된
정밀지도 데이터 요구해
미래산업 주도권 의도 커
정부 신중한 판단 내려야
정밀지도 데이터 요구해
미래산업 주도권 의도 커
정부 신중한 판단 내려야

구글이 다시 한번 1대5000 축척의 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관련 논란이 재점화됐다. 우리나라는 안보상의 이유로 1대2만5000보다 정밀한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고, 2016년에도 구글의 비슷한 요구를 정부가 거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다른 나라만큼 내비게이션 등 핵심 기능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구글 측은 관광객 길 찾기 등 이용자 편의 향상을 위해 정밀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허용된 1대2만5000 축척의 지도만으로도 이러한 기능은 충분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제로 애플은 이 정도 축척의 지도 데이터만으로도 한국에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굳이 1대5000급 고해상도 지도가 아니어도 기본적인 지도 서비스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구글이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 일부 기능을 제한해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정밀지도를 확보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율주행차와 디지털트윈 등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의 차선과 표지판까지 반영된 고정밀지도가 있어야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모사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에도 방대한 고해상도 공간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다. 요컨대 구글의 노림수는 관광 편의 향상을 넘어, 향후 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 등 신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전략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1대5000급 정밀지도는 단순한 지도 앱 편의 수준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떠받치는 공간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이자 국가 전략자산이다. 이러한 핵심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한다면 국내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부터 디지털 주권 침해까지 염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국내의 지도 관련 서비스 생태계가 구글에 종속될 우려도 커진다. 예컨대 도로명주소와 지형도 등 공간 정보를 가공해 판매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구글이 진입하면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구글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로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수조 원대에 이르지만, 납부하는 법인세액은 수백억 원 수준에 그친다는 '구글세'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정밀지도를 이렇게 조세 기여도가 낮은 기업에 선뜻 내어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는 단순한 편의 개선 요청으로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구글의 속내가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디지털 주권이라는 큰 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편의 증진이란 표면적 명분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그리고 장기적 파급 효과까지 면밀히 따져,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