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회수 몰두 사모펀드
과거 기업사냥꾼 폐해 답습
대량해고·핵심자산 매각 등
되레 기업의 가치 떨어뜨려
제2 홈플 사태 재발 막아야
과거 기업사냥꾼 폐해 답습
대량해고·핵심자산 매각 등
되레 기업의 가치 떨어뜨려
제2 홈플 사태 재발 막아야

기업 사냥꾼 전성시대는 1970년대와 1980년대다. 이들은 주식을 매집할 때 필요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는 LBO(Leveraged Buyout) 전략을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했다. 레버리지가 높다 보니 기업의 본질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대량 해고나 분할매각 또는 자산매각(asset stripping) 그리고 차입을 통해 투자자금 회수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기업의 내재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무분별한 기업 사냥을 막기 위해 미국의 경우 포이즌 필이나 골든 패러슈트와 같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 수단이 도입됐으며 유럽의 경우 LBO 주체에 대해 피인수기업이 재무적 지원을 하는 행위를 제한하거나 은행의 LBO 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도입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아예 1990년부터 2001년까지 LBO 자체를 불법화했다.
이들 기업 사냥꾼의 후예들이 인수 목적 PE(buyout PE)다. 기업 사냥꾼들과 차별화를 위해 이들은 경영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걸 표방했다. 실제 사모펀드들이 인수 후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생산성, 혁신성 측면에서 대체로 개선된 측면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이러한 기업의 실적 개선이 상당 부분 근로자의 대량 해고를 통해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불어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과거의 기업 사냥꾼식 폐해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파산 신청을 했던 제이크루(J.Crew)라는 소매 의류 회사다. 이 회사는 두 개의 사모펀드가 연합해 2011년 30억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이들은 회사 명의로 8억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일으켰다. 이렇게 조달된 차입금을 통해 주주인 사모펀드에 배당을 지급하고, 이렇게 받은 배당금으로 사모펀드들은 자신들의 차입금을 갚았다. 즉, 펀드의 차입금을 회사의 차입금으로 변제한 것이다. 2016년에는 이 회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역외 케이맨 군도에 설립한 자회사에 이전해 모회사인 제이크루의 채권자들의 청구권에서 제외시키고 이를 담보로 3억달러의 대출을 받아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채권자들의 담보자산인 재산권을 약탈한 것이다. 결국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자 이를 버텨낼 자금이 바닥나면서 회사는 파산했다.
구조조정이나 경영 개선을 통해 인수한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사모펀드는 바람직한 경제적 역할을 한다. 문제는 제대로 된 경영 노하우 없이 딜소싱과 펀딩에만 특화된 사모펀드들이 인수 후 실적이 악화될 경우 과거 기업 사냥꾼들의 폐해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대량 해고와 함께 자신들의 부채를 기업에 전가해 기업의 부채비율이 급증하거나 자산 매각 또는 부채·부채 스왑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국내 최대 PE인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 전단채와 CP를 발행한 부분이지만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투자금 회수를 위한 자산 매각과 차입금 증가 부분 역시 사모펀드들의 어두운 단면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