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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토허제, 실패한 정책의 소환

입력 : 
2025-03-19 17: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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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재지정함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문제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이 정책은 규제 지역으로 인해 주변 지역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단기적인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가격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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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지역 집값만 더 부추기며
해제땐 키맞추기 피할 수 없어
정부 개입 자체가 '투자' 신호
결국 부동산 양극화 더 심화
사진설명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지 후 주택가격 상승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토허제를 재지정했다. 부동산 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부작용이 입증된 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장기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시장을 왜곡하고,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 정책이기 때문이다.

토허제의 부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용 시점부터 제기된 문제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허제의 원래 목적은 규제 지역 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변 지역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았다. 대치동에 토허제가 적용되면서 대치동 학원가 인근 인접 지역인 도곡동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다. 수요는 대체 가능한 곳을 찾아 이동하기 마련이며, 특정 지역을 규제하면 오히려 다른 지역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토허제의 효과를 분석한 명지대 오지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규제가 적용된 지역에 붙어 있는 동네의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비해 약 6.8%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로 인해 수요가 쏠리면서 3% 정도 오를 집이 10% 가까이 더 오르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규제가 해제될 때 나타난다. 억눌렸던 대기 수요가 급격히 풀리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이 단순한 '원상복구'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인 '키 맞추기' 혹은 '갭메우기' 현상과 맞물려 있다.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인접 지역의 가격을 자극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의 가격도 따라서 조정된다.

풍선효과로 주변 시세가 오른 상황에서, 토허제 적용 지역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가 해제되면 '상대적 할인' 효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미 급등한 인근 지역의 가격을 따라잡으려는 '키 맞추기' 심리가 작용하며, 가격 상승이 더욱 가속화된다. 규제 해제로 '역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가격안정 개입이 이뤄졌던 곳이 '유망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규제 해제 자체가 투자 신호로 작용하게 된다. 규제 해제 지역의 가격 상승이 서울 전반으로 확대되며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규제가 풀린 지역뿐만 아니라 마포와 반포 등 주요 지역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나선형 상승효과(spiral effect)가 나타난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이 강조되는 시장에서는 외지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더욱 강화되고, 지방부동산은 소외된다.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토허제는 가뜩이나 공급이 제한된 지역의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공급을 조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초래했다. 토허제로 인한 쏠림 현상과 시장 왜곡으로 서울 아파트는 오히려 더 오르고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토허제의 지정은 인근 지역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고 규제 해지로 인한 가격 상승은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돈을 벌었고, 서울 부동산 시장의 접근성은 더욱 악화됐다.

시민의 재산권과 시장원리를 무시한 근시안적인 부동산 정책을 재소환해야 할 만큼 정책수단이 궁색한 것인가. 갭투자나 똘똘한 한 채로 인한 쏠림 현상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단기적인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가격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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