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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도시 발견] 행정수도의 완성과 서울의 미래

입력 : 
2025-03-14 17: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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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행정수도 이전 시도가 두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현재 세종시로의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70년대와 2000년대의 두 시도의 목적은 서로 달랐으나, 최근에는 행정수도를 완성하여 국민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인구 집중 억제 정책이 실패한 가운데, 행정수도가 완성되면 서울 인구가 안정되고 중부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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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용산 보안도 흔들
대통령실 이전 논의 거세질 듯
70년대 '안보' 2000년대 '균형'
행정수도 목적 시대따라 변화
한국 지방소멸 심각한 상황서
국민 행복 최우선해 결정해야
사진설명


한국의 수도를 옮기려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고, 두 번 모두 실패했다. 한 번은 1970년대 말에 추진된 행정수도 백지 계획이고, 또 한 번은 2004년에 추진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다. 앞의 시도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중단됐고, 뒤의 시도는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중단됐다.

2025년 3월 현재,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세종시로 옮겨서 세 번째로 행정수도를 완성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2022년에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워낙에 풍경이 수려하고 문화재도 많다 보니 대통령이 떠나고 나서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청와대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게 돼 즐겨 찾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다시 청와대로 옮겨오는 것은 쉽지 않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용산에 대통령실을 남겨두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이곳의 상황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버린 것이다. 청와대와는 다른 이유에서 보안성이 훼손된 것이다.

한편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에는 S-1생활권이라는 구역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세종 분원이 들어선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이제까지는 두 기관 모두 세종으로의 이전을 꺼려왔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이후 최소한 대통령실은 가까운 미래에 이곳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왜 행정수도를 건설하려고 했던 걸까.



사진설명
1970년대 말에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안보였다. 휴전선으로부터 평양보다 더 먼 거리인 70㎞ 이상, 북한군의 해상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서해안 40㎞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로 한국 전역을 위협함과 동시에 국지 도발도 시도하고 있다. 1970년대에 행정수도를 설계했던 대전제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1970년대 말의 행정수도 백지 계획에 등장하는 '인구의 중심'이라는 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법 3조에 따르면 한국의 영토는 압록강과 두만강까지이므로, 이에 따르면 세종시 일대는 한국의 인구 중심이 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이 실효지배하는 지역만을 영토로 인정한다면, 한국의 인구 중심은 지금의 세종시 일대가 된다. 즉 1970년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통일이 불가능하거나 아주 먼 미래이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자체로 완성된 국가라는 전제에서 가능했다.

한편 이 시기에는 안보적 목적에 비해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은 후순위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추진된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서는 이 목적이 최우선 순위가 된다. 탈냉전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안보적 압력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건설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혁신도시는 기계적으로 지자체들의 경계 지점에 건설되는 바람에 효율이 떨어졌다. 또 서울이 아닌 혁신도시 주변 지역에서 인구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지방소멸 문제를 심화시켰다.

이제 한국에 남은 카드는 행정수도를 완성해서 전 국민이 2시간 내로 최고의 인프라를 누리게 만드는 것이다. 전국 구석구석에서 서울, 그리고 세종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으로 접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어느 쪽이 전 국민의 행복에 기여할지는 명백하다.

이는 서울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1950년대부터 추진돼온 서울로의 인구 집중 억제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1970년대의 설계에 따르면 행정수도가 완성되면 인구 100만명까지 유치가 가능해진다. 세종시와 함께 중부권을 구성하는 대전과 청주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인구는 최종적으로 700만명 전후에서 안정될 것이다.

반세기 동안 인구 폭증에 시달려온 서울은, 지금보다 200만명 정도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비로소 공간적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공간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줄어든 서울은, 국제적인 중심 도시로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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