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세계 주요국은 의사보다는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더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MIT, 스탠퍼드대 공대 등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와 협력하며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반도체, 우주항공, 생명과학 등 미래기술을 이끌고 있다. 미국 의대도 인기가 높지만, 학비와 긴 교육기간이라는 진입장벽으로 상당수 학생이 공대를 선택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과학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칭화대·베이징대 같은 유명 대학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분야 우수 인재를 집중 양성하고 있다. 레이더·위성GPS·무인항공기 및 드론·합성생물학 등 세계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국은 최근 딥시크 오픈소스를 공개해 글로벌 AI 생태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세계 AI 고급 인재의 47%가 중국 출신이다. 인도의 경우 1000등 이내 최상위권 학생들은 치열한 입학 경쟁을 거쳐 IIT에 입학하고 최고의 IT 인재로 성장한다. 이미 인도의 IT 인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지에 있는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에서 활동하며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권으로, AI 및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이 디지털 전환(DX)과 AI 혁신에서 뒤처지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AI·로봇·양자기술·바이오·우주항공 등 최첨단 분야에서 우수 인재가 세계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는데, AI 고급 인재도 세계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산업 경쟁력에서 낙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첨단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최우선 국가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우선 정권과 관계없는, 정년이 보장된 컨트롤타워에 세계적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둘째,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등의 최첨단 학과에는 전면 국비장학금과 정원 자율 조정 등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첨단산업 연구자가 의사보다 높은 대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국민의 인식 개선 등도 필요하다. 실제로 세계 유수 IT 기업의 연구자는 연 4억원, 최고경영자(CEO)는 연 100억원을 번다고 한다. 첨단기술은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다. 창문을 열면 모기는 들어온다. 그러나 열지 않으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없다.
[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