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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21세기에 대한 이병철 회장의 꿈

입력 : 
2025-03-07 17:29:01
수정 : 
2025-03-07 17: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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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여름, 서강대의 이상우 교수는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과의 만남에서 21세기 주요 산업으로 항공기를 꼽았으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 집중하게 된 결정은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되었고, 이러한 선택이 한국을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매김하게 했다.

이병철 회장이 구상했던 21세기형 항공기 산업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현대차의 자동차 사업이 협력하는 형태로 실현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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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여름, 서강대 정치학과 이상우 교수는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 본사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교수님께서 미래학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할 뿐입니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산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 구조 변화는 제 전공이 아니어서….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19세기에는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고, 20세기에는 자동차가 인간의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21세기에는 항공기가 가장 유력한 교통수단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최근 삼성항공을 설립했습니다."

이 회장은 항공기 산업에 필요한 기초 기술을 설명하며 덧붙였다. "자동차에는 1만개 단위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항공기에는 10만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우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어렵습니다. 따라서 항공기 부품 중 가장 중요한 반도체를 먼저 개발해야 합니다."

'반도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조차 되지 않았던 시절, 이 교수가 물었다.

"반도체가 무엇입니까?"

"반도체는 산업의 쌀입니다."

이 교수는 정미소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장이 '쌀'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83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 회장이 반도체를 통해 100년 후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꿈꿨던 대중교통용 항공기 산업은 4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전기차가 드론과 같은 도심항공교통(UAM)이나 수직이착륙기(VTOL) 형태의 소형 개인용 항공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승자는 누가 될까.

항공 전문가들은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대형 항공기 제조사가 항공기 크기를 줄이기보다 테슬라나 BYD 같은 전기차 기업이 이착륙용 전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형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 담대한 구상하에 이건희 회장이 항공기 산업에 대한 이병철 회장의 비전을 이어받아 삼성자동차를 설립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1995년 삼성은 삼성자동차를 설립했으나, 첫 차를 생산한 1998년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로 인해 경영난에 빠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사업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고 반도체에 집중했으며, 이는 삼성과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됐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했다. 또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한편 자동차 사업을 선택한 현대자동차는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빅3'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꿈꿨던 21세기형 항공기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사업이 협력하는 형태로 실현될 날을 기대해 본다.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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