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도 없는 상속세
한국은 세계최고 세율 악명
상속세 없는 싱가포르선
부자들 돈·기술 싸들고 줄서
한국은 세계최고 세율 악명
상속세 없는 싱가포르선
부자들 돈·기술 싸들고 줄서

너무 심하게 표현했는가? 글쎄, 한국의 상속세율을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이 극단인지 어떤지 2021년부터 '공동부유', 즉 '함께 잘살자' 운동을 재가동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 보자. 공동부유론은 마오쩌둥 이후 덩샤오핑을 비롯한 역대 공산당 지도부의 사상적 토대이다. 사회주의의 목적은 전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양극화나 부의 집중은 척결 대상이다. 그런 중국에 상속세가 없다. 2006년 상속세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를 아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은 할증까지 포함하면 최고세율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 최저 0%대, 세계 최대 60%. 공동부유를 추구하는 중국과 자유시장경제 국가라는 한국의 상속세율 차이다.
사회주의 원조 러시아는 어떨까? 2006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념을 떠나 소득불균형 수준으로 보아도 상속세율이 가장 높아야 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자유시장경제 경쟁국에 비해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미국 0.396, 영국 0.365, 일본 0.338(2021년)이다. 평균은 0.320. 한국은 0.324다. 중국은 이보다 크게 높은 0.468(2020년), 러시아는 0.408(2021년)이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분배 우량 국가, 1에 가까우면 불량국가다. 그러니 중국과 러시아는 상속세를 물려도 아주 세게 물려야 하는 나라다. 한국은 절대 아니다.
한국은 세율만 높은 게 아니라, 상속세 면세점도 낮다. 부부간 상속세 면제도 없다. 심하게 말하면 부자들에 대한 조폭 수준의 갈취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에서는 3대 상속이 이뤄지면 재산 90% 정도가 날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헨리앤드파트너스(Henley & Partners)사(社)는 투자할 수 있는 유동자산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호들의 이민통계를 매년 발표한다. 한국은 순유출(국외 이주-국내 유입) 국가다. 2022년 400명, 2023년 800명, 2024년 1200명으로 매년 평균 75%씩 급증하고 있다. 중국 영국 인도 러시아와 함께 부자 탈출 러시 5대 국가 중 하나다. 부자들의 한국 탈출은 소문이 아닌 현실이 됐다.
생각해 보자. 부자들 돈을 탈탈 털어서 부자 숫자를 줄여 나가고, 해외로 내쫓는다면, 과연 누가 손해를 볼까? 부자가 내는 세금으로 그나마 각종 복지 혜택을 받아 왔던 저소득 국민이다. 한국의 소득상위 10% 부자들은 근로소득세의 72.2%를 부담한다. 법인세는 상위 1% 기업이 84.5%를 낸다. 부자들은 이외에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금융소득세 등으로 국가를 부양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는 상속세가 없는 싱가포르다. 2024년 한 해에만 3500명의 부자가 순유입됐다(세계 3위). 부자들은 돈과 함께 지식과 기술, 비즈니스를 갖고 온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2배에 달하는(2023년 6만8000달러) 이유는 무엇일까. 한 나라는 부자들에게 매력적인 나라, 다른 한 나라는 부자들을 징벌하는 나라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곰곰이 되짚어 보자.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