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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춘추] 보험판 그린뉴딜

입력 : 
2025-03-02 16:55:20
수정 : 
2025-03-02 21: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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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 해 동안 한국과 세계 각지에서 잇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봄부터 겨울까지 기온 상승과 폭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었고, 국제적으로도 미국과 스페인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속한 피해 지원을 위한 지수형 보험 도입이 필요하며, 이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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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상태"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2024년 한 해 동안 봄부터 겨울까지 끊임없이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이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2024년 봄에는 일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날 수가 역대 최다였으며, 여름에는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37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7월에는 집중호우로 3500건 이상의 자동차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9월에는 76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며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11월 말부터 시작된 폭설로 경기도와 강원도 등 11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끊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뉴노멀'이다.

해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8월 미국 뉴욕에서는 폭우로 도서관 벽이 무너지며 1000만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고, 같은 해 10월 스페인에서는 하루 새 1년 치 비가 쏟아져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올해 초 극심한 가뭄과 강풍에 3주 이상 이어진 대형 산불로 막대한 재산 피해와 함께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기후격차'를 초래하기에, 예방 노력과 함께 신속한 피해 지원이 더욱 요구된다. 이에 뉴욕시는 2023년 2월부터 '파라메트릭(지수형) 홍수 보험'을 도입했다. 이 보험은 지상 센서와 위성 데이터를 실시간 활용해 홍수 발생이 확인되면 손해사정 없이 일정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특정 지표에 따라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이 국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홍수 외에 다양한 기후재난에도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가뭄보험, 일본의 지진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40일간 강수량이 50㎜ 미만이면 낙농업자에게 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거나, 지진 진도에 따라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풍수해·지진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손해액 조사 후 피해를 사후 보전하는 형태이기에 실효성 있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 신속한 피해 구제와 피해자의 조기 일상 복귀를 위해 지수형 보험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한편 최근 항공기 지연 시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이 국내 최초로 도입돼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재난 발생 즉시 피난 비용을 지급하거나, 폭설·한파로 인한 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을 신속히 보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성 보험 상품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빗대어 오늘날 기후위기에 대응한 지속가능 발전 전략을 '그린뉴딜'이라 한다. 이제 보험에서도 지수형 보험 개발 등 기존 보험의 틀을 깨는 '보험판 그린뉴딜'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복구의 실효성이 제고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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