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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기고] AI시대 역주행하는 우리나라 수학교육

입력 : 
2025-02-27 17:17:29
수정 : 
2025-02-27 17:19:57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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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학 천재 량원펑이 개발한 AI 모델 R1이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주며, 미국의 비싼 기술 개발 비용에 비해 국내 교육 체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은 수학교육이 후퇴하고 있으며, 심화 수학이 대학수능에서 제외될 경우 수학 과학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학 영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교육 과정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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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수·과학 강화하는데
韓은 미적분Ⅱ·기하 배제
국가경쟁력 도태 안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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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전쟁이 뜨겁다. 새해 정초에 중국의 토종 수학천재 량원펑이 개발한 딥시크 AI 모델 R1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AI업계에 '스푸트니크 쇼크'를 주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20분의 1 비용으로 개발된 딥시크는 오픈AI 챗GPT 성능을 능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AI 시대를 이끌어갈 량원펑 같은 수학천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필자는 17년간 웅진재단에서 수학·과학영재 장학사업을 하며 강의와 멘토링을 해주는 수학자와 과학자를 만나고 영재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 수학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스푸트니크 쇼크'란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등 서방세계가 겪은 과학·교육 부문의 충격을 말한다. 스푸트니크 발사 직후 미국 기자들이 '로켓의 아버지'라 불리는 폰 브라운 박사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는 "미국이 그동안 초등학교 수학교육을 소홀히 해왔다"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은 수학·과학교육을 강화하고 항공우주국을 창설하며 마침내 1969년 아폴로Ⅱ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었다.

중국 '과학 굴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수학·과학교육에서 나온다. 중국 칭화대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수상자와 시·성별 수학경시대회 수상자를 특례로 입학시켜 AI, 양자역학, 컴퓨터 공학 인재양성소 '야오반'을 운영한다. 세계 각국은 온갖 특혜를 주며 수학 과학 수재를 키우고 있다. 첨단 수학 과학 공학을 이끌고 갈 인재를 육성하는 수월성 교육은 시대정신이다.

작년 108개국에서 608명이 참가한 65회 IMO 국가종합순위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한국이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IMO에서 금메달을 수상해도 학교 외 활동을 대학 입학서류에 한 줄도 표기할 수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용접·제빵 등 국제기능올림픽 49개 분야 수상자와 철강·해운산업 등 산업기능요원은 매년 1만명씩 병역특례를 받고 있으나 국제 수학·물리·화학올림피아드 수상자는 아예 병역특례 대상이 아니다.

AI 시대에 미국·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초·중·고교 수학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2023년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는 가운데 지나친 사교육은 큰 문제"라며 2028년부터 대학수능시험에 미적분Ⅱ·기하 등 심화수학을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대학수능에서 심화수학이 빠진다면 이를 자발적으로 공부할 고등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수학교육의 하향 평준화로 수학 과학이 슬픈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될까 걱정스럽다. 사교육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나?

대학수능에서 심화수학 배제를 철회하거나 이를 선택과목으로라도 부활시켜야 한다. 초·중·고와 대학에서 1만명 규모 수학·과학 영재반을 대폭 확대 운영하고 대입특례·병역특례·장학금 지급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과 출신 18명, 이과 출신 2명으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가 수학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탁상공론 아닌가. 문과·이과 출신 위원 각 10명으로 재구성하여 교육정책 수립에 수학자 과학자의 전문 식견을 반영하기 바란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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