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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남긴 것

입력 : 
2025-02-24 17:43:58
수정 : 
2025-02-24 19:05:30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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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잠삼대청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였으며, 이는 305개 단지 중 291개가 해당된다.

해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규제의 대상이 되어 있어, 투기 우려와 거래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규제가 주거 이동을 어렵게 하여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에 필요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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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삼대청' 토허제 묶어놔도
가격 안정 효과는 2년 남짓
오랜 비합리적 규제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만 커진 셈
단기적 요동 휘둘리지 말고
시장 정상화 길 묵묵히 가야
사진설명
서울시는 지난 2월 12일 '잠삼대청'으로 통하는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해제 대상을 단지 수로 따지면 305단지 중 291개지만, 가구 수로는 강남구 3만228가구 중 1만8998가구, 송파구 2만6890가구 중 1만9207가구로 약 3분의 2 정도가 해제된 수준이다. 미해제된 3분의 1은 대치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같이 주목을 받아온 14개 대규모 재건축 진행단지들이다. 과거 뉴타운사업 진행 초기 지분쪼개기를 통한 토지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재개발구역에 도입됐듯, 토지의 (재)개발이 이뤄지는 재건축단지들은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해당 단지들은 신속통합기획 등의 지원으로 아직 수익구조가 불확실 관계로 투기적인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잔존한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주변인 '잠삼대청'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코로나 사태로 초래된 초저금리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20년 6월 지정됐다. 옛 한국전력 용지에 현대자동차의 100층 사옥 건설이라는 개발 호재가 부동산시장에 불쏘시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 근거였다. 해당 지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중복규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실거래가지수로 분석해보면 해당 시점 압구정동·수서동·개포동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지 '잠삼대청'의 가격 상승은 강남3구의 평균적인 추이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였다. '잠삼대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꼭 필요한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다음달에는 7·10대책으로 다주택자 세제 강화(최고세율 종부세 6%, 양도세 75%, 취득세 12%),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록임대사업자 조건의 갑작스러운 강화 등 국내 부동산정책사에 있어서 가장 극단적인 처방들이 일시에 도입됐다. 그 영향으로 2020년 7월 이전 10년간 장기 평균이 월 7300여 건이었던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이 이후부터 작년 말까지 평균 3500여 건 정도로 급감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포함한 전국적인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져갔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삼대청'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더해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2년 실거주 요건으로 인해 전세를 이용한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관계로 거래량은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고, 가격은 계속 올랐지만 강남3구의 평균적인 추세에 못 미쳤다. 상대적인 가격 안정효과도 2년여가 지나 사라졌고, 재산권 침해 불만은 커져만 갔다. 또한 갭투자 금지 조건은 전월세 물건의 감소를 초래했고, 국내에서 임대 수요와 고용이 가장 집중된 중심지 및 학원가에 근접한 대상지의 전월세를 상승시키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거래량을 급감시키는 규제는 주거이동의 연쇄고리를 차단하고 원활한 주거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적절한 시점 주거 입지와 소비량이 조절됨으로써 시민들의 총합적인 후생이 향상되는 시장 기제를 막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비합리적인 규제는 묵힐수록 그 비용이 커져간다.

요즘 해당 지역의 호가 상승 기사를 보면 '잠삼대청'을 좀 더 일찍 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고 합리적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효과적이지도 않은 규제를 한없이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더 늦지 않은 시점에 풀렸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단기적인 시장 요동에 흔들리지 말고 시장 정상화의 길을 묵묵히 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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